부메랑이 된 파상공세…‘곽상도 리스크’ 어디까지 미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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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50억원’ 여파에 선전포고 무색해진 野…전방위 수사 불가피
아들의 화천대유 고액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난 곽상도 의원이 9월26일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 4월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항의 방문한 곽 의원 ⓒ 연합뉴스
아들의 화천대유 고액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난 곽상도 의원이 9월26일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 4월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항의 방문한 곽 의원 ⓒ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두고 여권에 파상공세를 퍼붓던 국민의힘이 역풍을 맞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곽 의원과 그의 아들이 내놓은 시간차 해명이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면서 비난 수위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곽 의원이 그간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저격수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당 내부로 불어닥칠 여파를 '특검 도입'으로 막아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늑장대응까지 드러나며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논란에 기름 끼얹은 곽상도 父子 해명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줄곧 '여권 게이트' '이재명 연루설'에 불 지피며 판을 키워왔다. 그러나 화천대유 고문에 유력 법조인과 야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여기에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1호 사원으로 6년 간 근무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유효타를 맞았다. 

곽 의원 아들 병채(32)씨가 올해 3월 퇴사한 후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점이 확인되면서 폭발력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곽 의원과 병채씨가 시간차를 두고 내놓은 해명도 의혹 해소가 아닌 뒷말과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병채씨는 26일 논란이 커지자 부친의 SNS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수령한 퇴직금은 성과급이 포함된 것이며, 세후 실수령액은 28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한 뒤 격무로 건강 이상이 생긴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자신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말'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공작'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병채씨는 입장문에서 곽 의원이 화천대유를 먼저 추천해줬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는 당초 곽 의원이 "아들은 화천대유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것"이라며 자신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던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곽 의원이 아들의 월급 내역만 공개하고, 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전 퇴직금 규모를 알고도 이를 선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곽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230~38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으며 '대리' 직함으로 퇴사한 종업원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6년 근무한 대리급 퇴직금이 국내 대기업 임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명이 궁색해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9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장동 개발의혹' 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9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장동 개발의혹' 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더욱 긴장하는 것은 2030 세대의 반발이다. 지난 4·15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보수 야당은 청년층으로부터 전례없는 주목과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만과 '조국 사태'에서 기인한 불공정 심리를 최대한 끌고갈 심산이었지만 '50억 퇴직금'에 발목 잡힐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연령층이 아닌 전 국민이 민감한 '부동산, 불공정, 정치인 자녀 특혜'가 모두 버무러져 있어 대선 정국 내내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곽 의원과 성균관대 법대 동문으로 병채씨와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언론인 출신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날 경찰에 출석하며 내놓은 해명도 여론을 더 자극하는 꼴이 됐다. 김씨는 '곽 의원 아들이 산재를 당해 이를 반영해 퇴직금을 산정했을 뿐 로비나 특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곽 의원이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였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곽 의원은 준용씨가 지자체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예술인 지원금을 받은 전력과 각종 특혜 의혹 등을 거론하며 수차례 공개 저격해왔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준용씨는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곽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준용씨는 "곽 의원은 대통령 자식 공격으로 주목받았다. 자기가 휘두르던 칼이 주목받은 만큼, 원한을 쌓은 만큼 거대해져 되돌아 올 것"이라며 "아들이 받은 돈이라서 아빠는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하지 말라. 아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씨가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씨가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뇌물죄' 판단 검·경 전방위 조사 불가피

곽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뒤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신분이 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거취 압박 목소리가 커지자 신속 결정을 내렸지만, 야당 내 '곽상도 부자 리스크'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과 검찰은 화천대유 자금 흐름과 이 지사의 야당 고발건 등에 대한 본격 수사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검찰은 이재명 캠프가 27일 곽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조만간 배당할 전망이다. 현재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가 김기현 원내대표를 고발한 건은 공공수사2부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후수뢰 혐의에 대해선 경제범죄형사부에서 맡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 지급한 50억원의 구체적인 성격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병채씨가 입사해 근무하던 기간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부동산 개발 분야 경력이 없던 곽 의원 아들을 '1호 사원'으로 채용해 거액의 퇴직금까지 지급한 정황을 볼 때 이는 곽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만한 정황이 충분하고, 따라서 '제3자 뇌물죄'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의 입장이다. 

경찰도 김만배씨를 소환하며 화천대유의 구체적인 자금 집행내역과 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일단 김씨와 곽 의원 모두 대가성 청탁이나 뇌물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시의원 등이 9월27일 경기 성남시청을 방문한 가운데 성남시 관계자들이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시의원 등이 9월27일 경기 성남시청을 방문한 가운데 성남시 관계자들이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곽 의원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세무서에 세금 공제하고 뇌물 받아가는 사람을 봤나. (퇴직금이 뇌물이라는 의혹은) 말이 안되는 주장이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재차 '이재명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그 회사가 이익이 크게 나서 근무를 한 사람이 가져간 돈인데 설계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해 준게 문제였다"며 "그 회사가 엄청나게 이익을 가져가도록 설계한 것은 이 지사"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과 여당은 반격 수위를 높이며 국민의힘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 지사는 이날 제주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천대유가 누구의 것이냐'고 하는데 화천대유는 토건세력과 결탁한 '국민의힘'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하는 행동은 도적 떼 그 자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을 향해 "시간 끌기 꼼수"라며 "특검을 만드는데 몇 달, 수사 준비하고 수사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대선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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