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탈락’ 샌디에이고, 변혁 예고…김하성에 불똥 튀나
  •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0 12: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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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경질 등 수뇌부 교체설 나돌아…김하성, 공격력 약점 보완해야 내년 시즌 기약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종료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년 만에 펼쳐졌던 팀당 162경기의 대장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았지만, 30팀 중 20팀의 2021 시즌 야구가 끝났다. 소속 팀에 따라 한국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3)과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30)은 가을 잔치에 초대됐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34) 등 나머지 한국 선수들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올해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낸 김하성(25)도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4년 계약을 보장받고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내야 전력이 탄탄한 팀이었지만,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입지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 선발로 출장한 4월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멀티히트 1타점을 기록했다. 일주일 뒤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첫 홈런도 쏘아올렸다. 늦지 않게 첫 안타와 첫 홈런을 신고한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도전하는 입장에서 자신감을 높일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8월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방망이를 떨어뜨리고 있다.ⓒ연합뉴스

빠른 공 대처 능력에서 약점 나타내 

메이저리그는 적응과 변화의 연속이다.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는 분석에 돌입한다. 그러면 변화를 주면서 상대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오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김하성도 순조로운 안착을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상대 투수들의 면밀한 분석에 따른 거센 공격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의 부상이 있었던 5월, 25경기(21선발)에 출장하는 기회를 잡았지만 월간 타율이 0.181에 불과했다. 신뢰를 심어주기엔 부족한 성적이었다.

그사이 샌디에이고는 제이크 크로넨워스(27)가 올스타 내야수로 성장했다. 내야진이 한층 더 견고해진 상태에서 7월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애덤 프레이저(29)까지 영입했다. 프레이저 역시 이번 시즌 올스타에 뽑힌 내야수였다. 내야진이 포화상태가 된 건 김하성에게는 악재였다. 이에 김하성은 8월 이후 36경기에 나왔지만, 선발 출장한 경기는 14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반등도 하지 못했다.

결국 김하성은 타율 0.202로 첫 시즌을 마쳤다. 290타석 이상 들어선 내셔널리그 136명 가운데 7번째로 낮은 타율이었다. 선수가 얼마나 효율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도 김하성의 기록은 70에 머물렀다. 리그 평균값(100)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막판 홈런 두 개를 추가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데도 실패했다(8홈런).

메이저리그 신인 타자들의 첫 번째 관문은 빠른 공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인 선수들을 살펴봐도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빠른 공에 강했던 강정호(34)가 준수한 성적을 올린 반면, 빠른 공에 약했던 박병호(35)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김하성에게도 빠른 공을 어떻게 상대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빠른 공을 마주했을 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빠른 공 상대 타율이 0.153(98타수 15안타)이었다. 구속 94마일(151km/h)이 넘는 빠른 공을 상대한 타율은 0.104(48타수 5안타)로 더 떨어졌다. 참고로 2015년 강정호는 94마일 이상 빠른 공을 상대했을 때 타율이 0.429(77타수 33안타)에 이르렀다(2016년 박병호 0.125).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더 이상 빠른 공만 고집하지 않는다. 빠른 공 대신 자신이 가장 잘 던지는 구종에 주력하는 추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해가 거듭될수록 빨라지고 있다(올해 93.2마일). 빠른 공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투수와의 승부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결국 내년 시즌 김하성의 발전 여부는 빠른 공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에 달려 있다.

타자로서 김하성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다. 하지만 야수로서 김하성은 합격점을 받았다. 유격수와 2루수, 3루수로 출장하면서 뛰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김하성의 수비 하이라이트 영상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수비수가 실점 방지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가 있다. 김하성은 가장 많이 나온 유격수 DRS에서 +9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2루수 DRS(+5)와 3루수 DRS(+4)도 모두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더 까다로운 타구를 맞닥뜨렸지만, 오히려 수비력에서는 KBO리그 시절보다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수비만을 두고 승리기여도(dWAR)를 산출한다. 이 지표에서 김하성은 모든 수비수들을 통틀어 7번째로 높은 2.1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내야수 중에서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라이언 맥맨(dWAR 2.5)만이 김하성보다 위에 있었다. 내야 수비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누상에서 주자로서의 역할도 잘해낸 김하성의 목표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공격력이다. 타격만 좋아지면 공격과 수비, 주루 삼박자를 갖춘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4년 전 미네소타도 수뇌부 교체하면서 박병호 정리해

올해 샌디에이고는 대대적인 투자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초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여겨졌기 때문에 샌디에이고의 추락은 큰 충격이었다. 기대감에서 실망감으로 가득해진 팀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지난달 매니 마차도(29)와 타티스 주니어의 더그아웃 마찰이 혼란스러운 팀 사정을 잘 대변해준 사건이었다. 그러자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제이슨 팅글러 감독 경질설이 나돌았다. 샌디에이고는 대변인을 통해 소문을 부인했지만, 감독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다가오는 겨울, 샌디에이고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이번 시즌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짊어질지가 관심사다. 그 정도에 따라 구단 수뇌부도 바뀔 수 있다. 수뇌부가 바뀌면 팀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네소타는 새로운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부임하면서 전임 수뇌부가 데려왔던 박병호를 정리했다. 샌디에이고의 개혁 역시 김하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로스터에 장기계약 선수가 많은 샌디에이고는 내년에도 우승을 노릴 것이다. 샌디에이고처럼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은 선수가 기량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이미 한 차례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모든 결단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첫 시즌에 분명한 과제를 남긴 김하성도 내년 시즌에 대비한 준비가 빨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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