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올 의료 혁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0 07:3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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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의료,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 의료의 중심 이동시킬 전망

인공지능(AI)은 상황을 인지하고 이성적·논리적으로 판단·행동하며, 감성적·창의적 기능을 수행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과학기술이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의 성능이 고도화돼 웨어러블, 스마트폰 그리고 의료 영역의 모니터링 센서에서 제공하는 방대한 정보를 딥러닝 알고리즘(Algorithm)이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의료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의료기술은 그동안 현대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의사의 신경학적 진찰에 의존하던 뇌종양 진단은 이제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으로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청진기에 의존하던 심장질환은 심초음파검사로 진단과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걷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관절염 환자가 이제는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받고 예전처럼 걷게 된다. 

이처럼 과거에는 진단기기·치료기기·의료보형물 등의 개발이 의학 발전을 선도했다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이 보급된 현대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질병을 예측·예방하며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치료에 환자가 참여하는 의료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연합뉴스

근감소증·시야장애·당뇨·천식 등에서 활발

이러한 기술 혁신을 통해 일부 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다. 2015년 페어 테라퓨틱스가 세계 첫 약물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인 ‘reSET’을 개발한 이후 통증, 근감소증, 시야 장애,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 암 등 다양한 질환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심장내과 영역에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이용해 심전도 모니터링을 하고 심방세동 등 부정맥을 진단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전자의무기록과 연구 결과들을 활용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와 전당뇨 환자들의 효과적인 혈당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 장비와 인공지능 앱이 도입되고 있고, 소화기내과 영역에서는 내시경과 초음파검사 기기에 인공지능 판독 앱을 연동해 진단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신경과 영역에서는 전자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장비가 개발되고 있으며, 진단 영역에서도 조직 병리 진단과 엑스선 및 컴퓨터단층촬영 영상 진단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엑스레이로 촬영한 어린이 손목뼈 사진을 통해 인공지능 머신러닝으로 발육 상태를 예측하는 골연령 측정 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흉부 엑스레이로 폐암 결절을 진단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진단 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의학적인 발전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과 예측의학으로 의료 중심이 이동해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시 모니터링과 인공지능 진단이 개인 의료정보 보호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질병과 관련된 낙인효과를 수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기술과 스마트폰, 웨어러블을 활용한 스마트 의료는 진료의 질을 높이고, 모든 이들의 건강증진 및 질병 예방 노력을 돕는 또 한 번의 의료 혁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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