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브랜드 하나 열 상품 안 부럽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7 07:3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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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광고보다 소셜미디어 통해 먼저 입소문
혁신과 기술 업고 브랜드 마케팅 기법도 진화

초콜릿 브랜드인 페레로 로쉐는 ‘특별한 순간을 페레로 로쉐로 축하하며 더 특별한 황금빛 경험으로 만드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오랜 시간 일관되게 전해 왔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과 함께 나누는 즐거운 순간들을 페레로 로쉐와 함께 즐기면서 더 특별한 ‘소중한 즐거움(golden pleasure)’으로 만들어 보라는 취지였다.

페레로는 자사 브랜드를 밸런타인데이나 연말연시 등 축하의 순간들과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구축해 왔다. 페레로 로쉐를 상징하는 황금빛 포장은 이 초콜릿 브랜드가 약속하는 황금빛 경험과도 조화를 이룬다. 특별한 순간에 축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초콜릿 브랜드가 되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빙그레 제공
소셜미디어가 범람하면서 브랜드 마케팅 기법 역시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빙그레의 제품들을 홍보하는 ‘빙그레우스’ 캐릭터와 파생상품ⓒ빙그레 제공

진격의 브랜드 마케팅

시장에는 현재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있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업은 타사 브랜드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호감을 높여 브랜드 선호도를 향상시키고, 자사 브랜드를 계속 구매하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열 상품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브랜드 마케팅은 잘 만든 브랜드를 잘 키우는 것이다. 시장에서 고객의 눈에 띄어, 마음에 들게 하고, 결국 자신들의 고객이 돼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비즈니스에 앞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명과 가치, 캐릭터, 로고, 색상 패턴 등 모든 창의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부여하는 브랜딩을 한다. 브랜딩은 그 기업이나 개인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나타내며 개성과 가치를 갖는다. 비즈니스에서 브랜딩은 기업의 제품에 소유권을 표시해 고객이 인식할 수 있도록 라벨을 붙이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을 만드는 성장기를 거쳐 오늘날에는 품질은 물론, 고객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고객과 상호작용해 매력적인 구매 경험과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등 포용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창의와 도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를 매개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과 연결하기 위해 역동적이고 다면적인 마케팅을 한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과 브랜드가 일치하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한다. 이 전략을 일관되게 구현했을 때 기업은 비즈니스의 성장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드 전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린다. 다수에게 일방적인 제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 가치 및 개성을 개인화된 메시지로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에 맞춰 의사소통을 하며 목표 고객과 연결한다. 기업은 브랜드를 잘 만드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잘 키워야 경쟁에서 이기고 기업의 전체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브랜드 마케팅은 소셜미디어의 물결을 타고 거침없이 진격 중이다. 광고를 하든, 스토리텔링을 하든,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하든 소셜미디어는 이제 브랜드 마케팅의 기본 채널로 자리 잡았다. 비용에서 효율적인 고객 접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고 편리한 고객 상호작용을 통해 팬덤이나 커뮤니티 등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웹인덱스(GW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약 3분의 1(34%)이 소셜미디어에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5명 중 1명(18%)은 구매하려는 브랜드를 팔로우한다. 소셜미디어 솔루션 기업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의 연구도 비슷하다. 소비자 10명 중 6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배우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드를 팔로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공개된 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전 대형 프로그램들과 달리 공개 전에 미국에서 언론보도나 마케팅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징어 게임》 공개 후 틱톡을 중심으로 수많은 밈(memes)이 생산 및 확산되고, 각종 소셜미디어 피드가 《오징어 게임》 이야기로 봇물을 이루면서 사람들의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으로 드라마 속 캐릭터나 의상, 놀이, 식품 관련 브랜드는 국내외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 나의 오징어 게임님!’을 외치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정도다.

브랜드 마케팅은 혁신과 기술에 힘입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트렌드 중 하나가 세계관이다. 많은 기업이 제품과 브랜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캐’를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가상세계관을 만드는 세계관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와 가상공간에 익숙한 MZ세대가 이러한 가상세계관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제품과 브랜드를 활용한 세계관을 소통 도구로 삼고 있다.

 

브랜드 성장한 만큼 고객도 진화

세계관 마케팅의 포문을 연 선두주자 중 한 곳이 빙그레다. 빙그레 제품들로 꾸며진 ‘빙그레우스’와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빙그레 왕국의 스토리텔링이나 파생 콘텐츠들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매출 상승에도 기여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빙그레우스가 등장한 지난해에 매출이 9591억원으로 2019년(8783억원)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또 최근에는 스낵 제품 꽃게랑의 러시아식 표현인 ‘끄랍칩스’를 새로운 부캐로 내세우며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끄랍칩스의 한국 진출 성과 발표 및 랜선 파티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전략이다. 수십 년에 걸쳐 브랜드만 진화한 것이 아니다. 고객도 더 디지털화되고 더 많은 선택권을 쥐며 진화했다. 스마트한 고객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고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아 상호작용하고, 고객에게서 통찰력을 얻고,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체성, 가치와 개성을 전달하고, 고객과의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는 브랜드와 마케팅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더 높여주리란 건 웬만하면 다들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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