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대목’ 맞은 이커머스, 물류대란 올까 ‘초비상’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1.10.27 10: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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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프·中 광군제 맞서 수요 공략 본격화…물류 문제 해결이 변수로 떠올라

유통기업들은 통상 11월을 ‘쇼핑 대목’으로 꼽는다. 글로벌 쇼핑 축제와 국내 코리아세일페스타 영향으로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각 업체들이 역대 최대 거래액을 달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쇼핑 대목’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특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 등 굵직한 글로벌 쇼핑 축제도 앞두고 있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일찌감치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평균 20%가량 늘어나는 등 월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역시 15조631억원으로, 전년(12조7576억원) 대비 26.3%나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고 쇼핑 흐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영향도 컸다.

블랙프라이데이인 2020년 11월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대형 쇼핑몰인 ‘글렌데일 갤러리 아’의 한 매장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쇼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AP 연합

역대급 할인 행사 준비에 박차

유통업계는 올 하반기 글로벌 쇼핑 축제보다 한발 앞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매출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가장 먼저 쇼핑 행사를 시작한 곳은 네이버와 롯데쇼핑이다. 네이버쇼핑은 10월24일까지 ‘네이버쇼핑 페스타’를 열고 1200개 브랜드와 셀러가 참여하는 할인전을 펼친다. 네이버쇼핑은 최대 90% 할인율과 네이버페이 이용 시 최대 12%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쇼핑은 오는 10월27일까지 ‘롯데온 세상’을 진행한다. 매년 10월에 진행하는 롯데온 세상은 연중 최대 할인, 적립 혜택을 제공해 왔다. 올해도 롯데온은 200여 개 핵심 브랜드를 비롯해 약 1000개 브랜드, 셀러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는 역대 최대치인 2000억원 규모의 고객 혜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2021 대한민국 쓱데이’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SSG닷컴은 10월25~29일에는 사전행사, 30~31일은 본행사로 나눠 신세계그룹 18개 계열사 모두 쓱데이에 참여하도록 했다. 코로나19를 감안해 사전행사는 온라인 채널 위주로 진행하고, 본행사는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SSG닷컴에 따르면 2019년 처음 시작한 쓱데이는 첫해 4000억원, 지난해 6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아 SSG닷컴과 별도로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는 11월1일부터 12일까지다. 이베이코리아는 기존 빅스마일데이와 비교해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참여 브랜드도 최대 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1월은 유통기업들의 매출이 가장 오르는 시기여서 행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11월 전후로 이커머스 기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어 업체별 경쟁도 치열한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직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은 물론, 항만 노동자까지 부족해지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1월은 국내 유통 최대 쇼핑 장이 열리는 달이고, 동시에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폭 세일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26일), 중국에서 광군제(11월11일)가 열린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온라인 쇼핑에서만 10조원의 매출이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온라인쇼핑 해외직구액은 1조9079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배를 넘긴 4조577억원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을 넘어 연간 5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외직구에는 문제 없을까

이에 따라 지난 8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 업무협약을 맺은 11번가에 시선이 모인다. 아마존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한 11번가는 매년 11월1~11일 ‘십일절 페스티벌’을 연다. 십일절 페스티벌은 지난해 11월11일 하루 거래액만 2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5년 전(약 6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11번가 관계자는 “십일절 페스티벌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아마존 단독 딜과 같은 특별한 혜택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11번가는 올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한 만큼,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극심해지는 물류대란에 11번가와 아마존 시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번가는 이미 아마존 사전행사 상품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아마존 핫딜’ ‘타임딜’처럼 아마존과 연계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2만8000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인기 제품은 아마존보다도 할인율이 높다. 이 같은 할인율은 블랙프라이데이 때도 동일하게 적용돼 매출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쿠팡과 같은 직매입 구조가 아니어서 글로벌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1번가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항공기를 띄우는 등 국내 직구족을 공략할 계획이지만, 미국 내에서 상품 자체가 부족해지면 11번가의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해외직구보다 국내 온라인 쇼핑 비중이 더 커 물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직구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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