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김종인…기지개 켜는 ‘킹메이커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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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명낙대전’ 후유증 해결사로 급부상
김종인, 국민의힘 대선 캠프 총괄 선대위원장 가능성

대선이 넉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본격적인 본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원팀’ 꾸리기에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결정일인 11월5일을 앞두고, 후보를 지원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문제는 어수선한 여야의 집안사정이다. 여야 모두 경선을 거치면서 후보 간 분란에 휩싸였다. 이에 여야 수뇌부는 분열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정치 9단’ 좌장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대선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인공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왼쪽)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여야 후보 앞다퉈 ‘큰 어른들’에게 SOS

민주당은 국민의힘 보다 앞서 대선 후보를 정했다. ‘이재명 캠프’를 꾸리고 정권 사수에 나섰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찢어진 지지층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층과 당 수뇌부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민주당 수뇌부는 ‘원팀’을 만들기 위해 이해찬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와 민주당 지지자들 간 갈라진 틈을 메워줄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한 이후, ‘친문 팬덤(fandom)’의 미움을 산 바 있다. 친노·친문 좌장인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다면, 이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이 전 대표의 ‘화려한 경력’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선거 총책임자로 나선 21대 총선에선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 180석 대 103석의 압승을 거뒀다.

이 전 대표 역시 합류에 긍정적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경선 이후) 용광로 선대위 구성을 할 테니, 거기에 참여해서 도와드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당 상임고문이자 여권 원로인 이 전 대표에게 어떤 중책을 맡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조기 등판 여부가 화두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이 유력 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준석 대표 등과 잇따라 회동하자,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의 ‘여의도 컴백’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강점은 ‘정치색’과 상관없는 선거 경험이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해 박근혜 정부 출범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등 능력을 과시했다. 이후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해 2021년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이에 최근 갖은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수시로 김 전 위원장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경선을 마치고 나면 (김 전 위원장이) 좀 도와주실 것 같은 느낌은 받았다”라고 답했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비롯해 당내 특정 인물을 띄우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이 대표와의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도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그건 본인 느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음 대통령 후보가 될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과연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확실한 비전과 계획이 있어서 그것을 지킬 가능성이 있는 후보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로 (조력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메이커는 ‘흘러간 물’, 대세 바꾸기 어려울 것”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 ‘구태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이 많은 좌장들이 매 선거마다 전면에 나선다는 건, ‘세대교체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이에 두 좌장의 영향력이 과거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일 수 있으나, 당 바깥의 중도층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흘러간 물’이다. 빠른 시대 변화를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차라리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선대위원장으로 새우는 게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나이 든 정치의 모습을 반복하면 자칫 대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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