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나, 창문 닫아”…조모 살해 10대 형제의 ‘잔혹한 새벽’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8 13: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사형 집행되지 않는 법 제도 등 이용” 주장
ⓒ픽사베이
ⓒ픽사베이

자신들을 길러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와 이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기소된 10대 형제의 첫 재판에서 범행 당시 이들이 보인 잔혹함이 드러났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김정일 부장판사)는 28일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군(18)과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B군(16)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측 공소 요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29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주택에서 친할머니(77)로부터 “급식카드를 가지고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도 사오지 않느냐” “20살이 되면 집에서 나가라” 등의 꾸지람을 들었다. 이에 형 A군은 이날 오후 10시6분쯤 동생 B군에게 메신저를 통해 ‘할머니를 죽이자’고 범행을 제안했다.

자정을 지난 8월30일 오전12시10분쯤, 할머니가 방으로 피신하자 A군은 부엌에서 흉기를 갖고 나와 할머니를 겨냥, 등과 옆구리 등을 60차례 가량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는 심장 및 폐 부위를 관통당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전신의 부상 정도가 심각해 결국 사망했다.

A군은 범행 직후 할아버지를 향해서도 패륜적 발언들을 쏟아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갈래” 등의 발언이나, 할머니를 병원에 보내자는 할아버지의 애원에 “할머니 이미 갔는데 뭐하러 병원에 보내냐. 이제 따라 가셔야지”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동생 B군의 경우 A군이 할아버지에 대한 추가 범행을 하려 할 때 “할아버지는 죽이지 말자”며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군은 형 A군이 할머니를 상대로 범행할 당시엔 “칼로 찌를 때 소리가 시끄럽게 나니 창문을 닫아라”라는 형의 지시에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측은 “A군은 주의력 결핍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점, 범행 계획 당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법제도를 이용해 감옥 생활을 반복하기로 용인하기도 했다”며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웹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진술하는 등 생명에 대해 극히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도 청구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군 형제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A군 변호인은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 측에 호소했다.

한편 이들의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6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