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기생충》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K콘텐츠 신드롬 기쁘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1 13:00
  • 호수 16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컴백

이선균이 영화 《기생충》 이후 전 세계 팬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닥터 브레인》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SF 스릴러물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첫 시리즈 드라마다.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이기도 하다.

극 중 이선균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뇌과학자 고세원 역을 맡았다. 고세원은 아내 재이(이유영)와 아들의 사고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간다. 총 6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공개된다.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의 주인공 이선균과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애플TV플러스 제공

《닥터 브레인》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김지운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애플TV+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김지운 감독과 처음 작업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영광이다. 어릴 때부터 감독님의 모든 작품을 보았고, 좋아했다. 예상한 만큼 디테일이 뛰어나고 심플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인트를 집어주셔서 연기할 때 큰 의지가 됐다. 끝까지 책임지고 완벽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감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츤데레’ 같은 매력도 있는 분이다.”

애초에 대본만 보고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완성된 1화를 읽었을 때 SF 요소가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초고보다는 내용이 쉬워졌더라. 애초에는 현재와 과거, 미래를 오가는 내용이었다. 1화만 봤을 때는 생소하고 낯설었는데, 2화부터는 사건 위주의 추리가 주 내용이라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닥터 브레인》이 기존 작품과 장르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김지운 감독의 전매특허인 서스펜스 공포적인 느낌이 잘 표현됐다. 그래서인지 몰입감이 상당하다. 덧붙이자면 《닥터 브레인》의 장점 중 하나가 ‘궁금증’ 같다. 그리고 애플TV+의 한국 첫 콘텐츠라는 점과 김지운 감독의 첫 시리즈 드라마 연출이라는 것도 차별점이다.”

《기생충》 이후 처음 글로벌 팬들을 만나는 작품이다. 부담은 없나?

“크게 주목을 받은 배우는 아니어서 부담감이 크진 않았다. 하하. 좋은 감독님들과 연달아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

《기생충》 이후 변한 것이 있나.

“《기생충》은 한국영화사 100주년의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저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녀온 후 코로나19가 시작됐고, 많은 분이 현재까지도 힘들어 하신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촬영했지만 개봉을 못 한 작품이 두세 개 있다. OTT 플랫폼이 극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극장이 주는 고유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에 맡은 고세원이라는 캐릭터는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데 김지운 감독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고세원은 감정을 못 느끼고 공감하지 못하는 선천적 기질을 가진 인물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극이 무미건조해질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톤을 우울하게 잡았다. 그러고 보니 감독님도 현장에서 조용한 분이고, 성격은 쿨한데 반응이 많지 않은 사람이더라. 문득 고세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처럼만 하면 되겠다는 농담을 했다.”

김지운 감독이 ‘흔들림 없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사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성격이 아니다. 좋으면 그저 ‘오케이’만 한다. 당연히 제가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성실하게 작품에 임한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첫 화 공개 후 인상 깊은 반응이 있었나.

“시리즈물이긴 한데 한꺼번에 공개하는 작품이 아니어서 주변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맛만 보고 끝난 것 같다는 원성이 자자했다(웃음). 작품적으로는 반응들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2화가 시작되니까 더 재미있더라. 2화가 오픈되면 더 많은 사람의 반응이 올 것 같다.”

촬영 중 힘들었던 부분은 뭔가.

“분량이 많아서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그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겨울부터 촬영해서인지 추위가 힘들었다.”

OTT 플랫폼과의 작업은 어땠나.

“적어도 대본이 급하게 나오는 일은 없다. 《닥터 브레인》은 애플TV+가 선보이는 첫 K콘텐츠다. 거기서 오는 문화의 차이도 있었다. 애플 특유의 문화가 있고, 한국 특유의 문화가 있지 않나. 넷플릭스는 2~3년간의 노하우로 한국 문화와 많이 융화된 상태다. 그에 비해 애플TV+와는 서로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이유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영이는 장르를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다. 작품의 톤앤매너를 미스터리하게 잘 만들어줬다. 촬영할 때 그 친구의 에너지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현장에서 이선균이라는 배우는 어떤 선배인가.

“할 거 열심히 하는 선배다. 현장 분위기를 무겁게 하거나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꼰대는 아닌 것 같다(웃음).”

배우 박희순과 함께 출연한다. 개인적으로도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다.

“최근 《마이네임》으로 주목받아서 기쁘다. 《마이네임》이 끝날 때쯤에 《닥터 브레인》에 합류했다. 내게는 20년 지기 형이다.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아도 친형 같은 관계, 만나도 별 감흥이 없는 가족 같은 관계다. 하하.”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쩌다 보니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어려운 질문인데, 굳이 말하자면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저는 촬영 현장이 참 좋다. 힘듦과 부침이 있지만 제게 주어진 숙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동력을 준다. 결과를 함께 고민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또 같이 결과를 기다리는 동료가 있다는 게 동력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점도 열심히 일해야 하는 동력이 된다.”

번아웃은 어떻게 극복하나.

“예전에 작품을 하나 끝내면 몸을 혹사시켰다. 일부러 여행도 가고 사람들과 밀렸던 술자리도 가졌다. 그리고 몸이 힘들어질 때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요즘엔 체력이 안 돼서 술을 그렇게 못 마시겠더라. 요즘은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심하게 번아웃된 적은 없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바닥까지 딥하게 내려가는 편이 아니다. 그러기 전에 술로 푼다. 하하.”

전 세계적인 K콘텐츠의 신드롬, 어떻게 보고 있나.

“《기생충》 이후 2년 만에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놀랍고 기쁘다. 켜켜이 쌓여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한시적 유행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의 문화로 자리 잡아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차기작도 궁금하다.

“설경구 선배와 함께 한 영화 《킹메이커》는 개봉 시기가 올해 말로 확정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2년 만에 공개되는 상황이라 반갑다. 현재 추창민 감독님의 《행복의 나라》를 촬영하고 있다. 조정석, 유재명 배우와 출연한다.”

연말이다. 올해 목표를 이뤘는지도 궁금하다.

“목표를 두고 살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건강하게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