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새 흥행공식 블록체인·NFT…국내는 규제 ‘족쇄’
  • 이하은 시사저널e 기자 (grace@sisajournal-e.com)
  • 승인 2021.11.24 07:30
  • 호수 16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르4 글로벌 흥행 이후 국내 게임사 경쟁 불붙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국내 게임사들도 연달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게임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관련 규제로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 성장의 기회가 가로막히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흥행공식으로 떠오른 NFT가 사행성을 근거로 규제 대상이 되면서 관련 논의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게임빌 등 국내 게임사들이 블록체인·NFT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11월18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1’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콘진원·게임위, 협의체 만든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1분기 NFT를 적용한 게임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IP를 비롯해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내부에 TF팀을 꾸리고 기술적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넷마블 역시 내년 초에 블록체인과 NFT를 연계한 게임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컴투스는 내년 출시 예정인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을 비롯해 4종의 게임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게임빌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로, 블록체인 게임 내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할 인프라를 갖췄다. 코인 발행 및 NFT 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을 비롯해 메타버스에 특화된 NFT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을 맡은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스포츠 게임 전문회사인 나부스튜디오를 흡수 합병한다고 밝혔다. 앞서 블록체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웨이투빗 합병에 이은 행보로 NFT 사업에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NFT 진출 경쟁은 위메이드 성공 이후 더욱 불붙었다. 지난 8월 위메이드는 블록체인을 탑재한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첫날 매출이 제일 적으며, 지금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장현국 대표의 말처럼 미르4의 동시접속자 수는 출시 당시 12만 명에서 석 달 만에 130만 명을 돌파했다. 11개에서 시작했던 서버는 207개로 확장됐다. 

블록체인·NFT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그동안 상반된 입장을 보였던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손발을 맞추기 위해 나섰다. 두 기관은 ‘게임산업교류·소통협의체’를 공동으로 구성할 예정으로 밑작업을 다지고 있다. 

두 기관은 11월17일부터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만나 협의체 구성 및 실행 계획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내년 중 협의체를 출범해 게임산업 진흥과 규제에 대응해 세부 항목을 이행하는 것이 목표다. 김진석 게임위 경영기획부 부장은 “콘진원은 진흥기관이고 게임위는 관리가 목적이지만, 양 기관에서 다른 메시지가 나가면 안 된다고 본다”며 “양 기관이 협업했을 때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10월에 두 기관은 게임 생태계 조성과 게임산업 성장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블록체인 게임 등에 대한 입장 조율을 요청하면서 추진됐다.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는 진흥과 규제가 엇박자를 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콘진원은 블록체인 지원사업을 펴고 있지만, 게임위는 일관되게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막았다. 

콘진원은 블록체인 게임 지원사업에서 나인코퍼레이션의 ‘나인 크로니클’과 하루엔터테인먼트의 ‘커버넌트 차일드 포 클레이튼’을 선정했다. 그러나 게임위가 사행성을 근거로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에 선정된 게임의 국내 출시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작이 한국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한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금까지 NFT는 등급분류 거부 사유에 해당돼 서비스가 요원하단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행성’ 때문이다. 게임법 제32조에 따르면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나인코퍼레이션 제공
‘나인 크로니클’ 티저 영상ⓒ나인코퍼레이션 제공

블록체인은 가능, NFT는 불가 

송석형 게임위 등급서비스 팀장은 “NFT 등 환금성을 제외한 블록체인 게임은 등급분류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소송 중인 게임을 비롯해 등급분류가 거부된 게임은 모두 NFT를 거래해 사행성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는 NFT를 포함한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FT야말로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P2E)’ 모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NFT를 만들고, NFT화된 아이템을 거래하는 거래소를 만들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용자들은 거래를 통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구조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NFT는 간단히 말해 블록체인에 저장된 디지털 등기권리증이라고 볼 수 있다”며 “NFT에는 디지털콘텐츠 원본이 저장된 인터넷주소, 소유자 정보, 설명 등이 들어가 있으며 블록체인에 저장돼 삭제나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 간 차별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게임사들도 국내 이용자의 역차별을 고려해 기존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11월11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에 대해 “내부적으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NFT 게임이 정착되기 위한 게임사와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사는 돈벌이에 치중하기보다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도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확인하면 NFT에 대한 규제도 점진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