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당 철저히 변했단 걸 이재명 통해 보여줘야”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8 14:0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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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박용진 의원 
“국민에 미운털 박힌 민주당, 문제는 우리한테 있다”
“‘독한 정치’ 아닌 ‘노사모’ 같은 ‘착한 사람들의 연대’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대선 승리의 성공 방정식으로 ‘반성’과 ‘변화’라는 열쇳말을 꺼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내내 ‘반성’과 ‘변화’로 요약되는 말을 했다. 박 의원에게 대선 승리로 가는 지름길은 선대위 규모나 빠른 의사결정 등이 아니었다. “결국 핵심은 민주당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른 거 없다. 민주당이 철저히 변했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선후보를 통해 철저하게 보여드려야 한다. 아직 100여 일이 남았다.” 변화는 반성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말하는, “민주당을 가장 사랑한다”는 박 의원을 만나 이번 대선의 구도와 전략 등을 자세히 물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불리한 선거 구도다. 어떻게 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보나.

“(눈 감고 고민) 국민은 지금 민주당이 미운 거다. 왜 밉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있으니까 실망도 있는 거다. 문제를 밖에서 찾으면 안 된다. 문제는 우리한테 있다. ‘내로남불’ 모습이 실망을 드렸다. 부동산 실정이란 지적도 뼈아프다. 당 일각에선 지금 비판의 상당수를 언론 탓, 검찰 탓, 국민의힘 탓을 한다. 청년층은 물론 적잖은 유권자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는 이유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비판받을 진단이다. 

“저도 안다. 이런 진단은 당내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 큰소리가 나오더라도 바꿀 건 바꾸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그리고 저만큼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균형감각을 찾고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세력으로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 균형감각과 상식을 잃으면 국민께 버림받는다. 민주당은 지금 버림받기 전의 단계인 미움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의 참패가 바로 그 결과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100여 일이 남았다. 민주당이 철저히 변했다는 사실을 이재명 후보를 통해 철저하게 보여줘야 한다. 결국 핵심은 민주당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른 거 없다. 그럴싸한 정책과 공약으로는 안 된다. 내부적 논란을 각오하고 우리 안의 문제를 끄집어 놓고 돌파해야 한다. 하루하루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담은 큰 전략적 변화를 보여드려야 한다. 이걸 후보가 해내야 한다.”

경선 후 이 후보와 오찬을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크게 3가지를 당부했다. 먼저 대통합과 대사면을 말했다. 당을 나간 이들에 대한 조건 없는 복당도 건의했다. 왼쪽으로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도 해보자고 했다. 다음으로는 모병제 추진을 얘기했다. 모병제가 뜻밖으로 우리 사회에서 저항이 없다고 했고, 후보도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는 기본소득의 단계적·부분적·실험적 추진을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지점을 같이 해결해 나가자는 태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국민도 받아들여 줄 것이라 했다. 이 후보가 이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다 말했다. 후보가 정책적 수용성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다. 고집을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그걸 다시 자기 걸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저는 이 후보는 중요한 결정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운동장도 더 크게 쓰고, ‘나만 옳고 너희는 틀려’ 같은 자세는 지양하고, 미래와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전략적 선택도 하고.”

이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

“정치를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다. 이 후보의 행정 경험은 구체적 성과로 상징된다. ‘이재명표 행정’이 국민적 논란과 논쟁을 이끌어 낸 점도 긍정적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집행하는 1등 공무원인 만큼 ‘이재명 정치’에 대한 기대가 지금 있다.”

선대위가 몸집만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꼭 힘이 센 건 아니다. 반대로 적다고 해서 가벼운 것도 아니다. 고구려가 수나라보다 인구가 많아서 전쟁에서 이긴 게 아니다. 전략을 잘 짜고, 적의 보급선을 끊어서 이긴 거다. 선대위가 용광로이고 매머드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국민은 후보만 보고 있다. 후보가 어떤 비전 아래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중요하다. 선대위가 이를 시스템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백약이 무효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은 용맹함이 아닌 민심에 순응하는 자세에서 시작돼야 한다. 아울러 참모들의 자세와 시선도 중요하다. 특히 후보 주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후보의 방향이 아니라 후보 시선 반대편의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후보가 못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빠르게 캠프에 전달해, 신속하게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뒤가 불안하면 앞을 향해 달려갈 수가 없다. 후보가 다 할 수 없다. 참모들이 바깥 얘기를 자주 들어야 한다.”

이 후보에게 조언을 한다면.

“행정과 정치의 차이점을 빨리 파악하는 거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에서는 말 잘 듣는 공무원 집단과 일을 했다. 행정에선 무언가를 요구하면 방법을 찾아온다. 그림을 그려온다. 정치는 아니다. 국회의원들을 통합하는 게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사회의 갈등과 각종 주장을 다 반영한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고 정신산만하겠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리는 같은 말 반복하고, 갈등에 직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매일 겪어야 한다. 명령 한 마디면 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지금 아마 답답할 거다. 그런데 그게 정치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내 꿀렁꿀렁한 바닥에 서 있어야 한다. 계속 삐그덕 거린다. 어떻게든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먼저 인정해야 이런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다.”

선대위에서 ‘청년과미래정치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단순히 청년 세대의 고민을 푸는 걸 넘어 우리 사회의 계급적 문제, 특히 일자리와 노동 전반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근로기준법으로는 노동자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가 생겼다. 이로 인한 새로운 갈등이 매우 심각한데,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대기업 노동자, 거대 노총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면 미래가 없다. 이들의 고민을 듣고,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원책과 함께 제도적 변화도 해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실수를 할 거다. 많은 논란을 일으킬 거다. 별 수가 없다. 그만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지금은 말을 줄이며 통제를 한다. 그런데 한계가 있다. 대선은 권투의 사각 링과 같다. 국민이 다 보고 있다. 숨길 수 없다. 곧 엉뚱한 소리를 하고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의 리스크는 윤석열이다. 민주당에게 기회가 있다. 우리가 잘해서 올라가기도 할 것이고, 상대방의 실수에 반사이익도 얻을 거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노련한 인물이 합류하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지도자가 상왕을 모시는 사람이다. 윤 후보가 자신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김 전 위원장 등이 시키는 대로 하면 ‘상왕 리스크’에 빠질 것이고, 그 말을 안 듣고 본인 마음대로 하면 ‘윤석열 리스크’에 빠질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이해찬 등판론’ ‘양정철 역할론’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립감이 좋은 인물을 찾다보니 그분들을 떠올리는 거다. 분명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역할을 해주실 거다. 다만 ‘누가 돌아왔다’는 식으로는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적당히 포장하고, 적당히 분칠해서는 민주당의 변화를 제대로 국민에게 보여드릴 수 없다.” 

‘대선후보 박용진’의 도전은 멈춰섰다. 무엇을 남겼나.

“‘민주당에 박용진이 있다’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드렸다는 점이다. 진영논리와 진흙탕 공격으로 점수를 따는 정치 말고 유쾌하게 소통하고 정책적으로 비전을 갖고 토론이 가능한 매력있는 민주당 후보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건 남긴 거 같다. 경선에 나설 때 주변에서 ‘완주 가능해?’ ‘돈과 조직은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완주했다. 컷오프를 뚫고 최종 4위를 했다. 중압감을 돌파했다. 씨름판에 올라가 샅바를 잡았는데 상대가 꿈쩍을 안 했다. 체력도 부족했고, 기술도 부족했다. 그래도 ‘씨름판이 끝날 때까지 버틸 정치적 근육은 있구나’ 싶었다.”

숙제도 남겼을 텐데. 

“팬덤과 당내 조직이 약하다는 게 확인됐다. 과제다. 예전에는 누구를 만나든 ‘답’을 갖고 대화하려 했다. 얼마 전 저를 오래 아는 친구가 ‘이번에는 한 번 들어봐’라고 하더라. 그러면 ‘답을 알려줄 거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 뭐를 할지’ 주변에 물었다. 답이 다 비슷했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그 안에 단단한 눈덩이가 필요한데, 이번에 주변에 눈을 많이 내리게 했으니 단단한 눈덩이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라는 얘기였다.”

또 다른 과제는 무엇일까.

“‘독한 정치’가 아니라 ‘착한 사람들의 연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지금 정치는 극단적이다. 우리 당도 그렇다. 경선에선 극단, 본선에선 중도가 정석이다. 그래서 경선에선 센 말과 독한 표현을 하고, 본선에선 느닷없는 천사처럼 군다. 저한테도 ‘왜 윤석열 후보에게 더 센 얘길 안 하냐’는 불만이 있었다. 저는 다른 정치를 만들고 싶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처럼 말이다. 노사모야말로 보통 사람들이 정치의 소비자에서 주인공으로 올라선 일이었다. 민주노동당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자본가에 대한 적개심, 계급투쟁 이런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 ‘살림살이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독한 정치가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이게 숙제다. 진영논리가 가장 쉽다. 하지만 공동체 중심으로 가야 한다.”

박용진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제겐 오늘이 새로운 출발선이다. 저는 민주당 당원이다. 다른 곳에서는 가능성 못 찾는다. 민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 희망을 만드는 게 내부 투쟁일 수도 있을 텐데 뭐든 마다하지 않겠다. 그게 돼야만 저의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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