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차례 칼부림·딸 앞에서 농약 마셔라...‘심신미약’ 주장한 이재명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5 12:0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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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변호한 두 건의 교제살인 사건 판결문 보니...심상정 “인권변호사 타이틀 내려놓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조카의 교제살인 사건을 변호한 데 이어 다른 여성 상대 교제살인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위’ 위원장은 “악마를 변호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은 흉악범도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강력범죄자를 변호하는 활동 자체를 이유로 변호사를 폄훼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이 후보가 변호한 두 건의 교제살인 사건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을 통해 실제 어떤 범죄가 발생했고, 변호 논리는 무엇이었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시사저널 사진자료

약 40차례 칼부림...이재명 "충동조절능력 저하로 인한 심신미약"

2006년 발생한 이 후보 조카 A씨의 교제살인 사건의 경우, A씨는 살인(교제녀 B씨와 어머니)과 살인미수(B씨의 아버지)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귀던 사이였던 피해자 B씨로부터 낮은 학력과 경제적 무능력을 이유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B씨에게 계속 협박 메일을 보냈다. A씨는 피해자들을 강제로 포박해 헤어지자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추궁하기로 마음먹고 부엌칼 1개와 포장용 투명테이프 5개를 구입했다.

이후 피해자들의 집에서 B씨, B씨의 아버지·어머니와 50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너는 대학도 나오지 않고 내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해 상종을 못 하겠다”는 B씨의 말을 듣고 격분해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의 아버지가 베란다 쪽으로 도망가는 것을 보고 뒤쫓아가 부엌칼로 찔러 살해하려고 했으나, B씨의 아버지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B씨와 어머니가 방 안으로 도망가 문을 잠그자 문을 부수고 들어가 B씨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부엌칼을 마구 휘둘러 B씨의 가슴 부위 등을 19차례, B씨 어머니의 우측 겨드랑이 부위 등을 18차례 찔렀다. B씨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병원으로 후송 중 눈을 감았다.

A씨의 변호인이었던 이재명 후보는 ‘심신미약’과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발적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판결문에는 “변호인(이재명 후보)은, 피고인(A씨)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피고인(A씨)이 부엌칼 및 포장용 투명테이프 5개를 구입할 당시에는 피해자들을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하였고…”라는 문구가 나온다.

재판부는 ‘심신미약’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교화·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점 등을 참작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칼을 휘두른 횟수가 20번이 넘는다. 우발로 보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가) 차라리 반성한다며 감형을 호소하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면서 “저는 지난 십수년간 심신미약의 이유로 여성을 끔찍하게 계획살인하는 일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해 왔다”고 주장했다.

 

회칼로 가스호스 절단하고 위협...이재명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또 다른 교제살인 사건은 2007년 일어났다. C씨는 내연녀인 피해자 D씨와 4년간 동거하면서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고 D씨 큰딸의 대학등록금까지 납부했다. 그러나 D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그동안 지급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D씨는 C씨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C씨는 D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회칼과 농약을 미리 준비했다. 출근하는 D씨를 강제로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온 후 가스호스를 회칼로 절단하며 “경찰관을 불러봐, 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미리 준비한 농약을 밥그릇 2개와 잔 1개에 부어놓고 “다 죽여 버릴 거야, 너랑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야, ○○(작은딸) 너는 네 언니 대신 죽는 거야”라고 말하며 D씨에게 농약을 마시도록 강요했다. D씨가 “딸 앞에서는 농약을 마시지 못하겠으니 딸을 보내주라”고 요구하자 “시끄럽다”며 회칼로 D씨의 양쪽 옆구리와 복부를 8회 찔러 살해했다.

C씨의 변호인 측(이재명 후보와 김아무개 변호사)은 ‘음주’를 양형 참작사유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C씨)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내지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충동조절능력 저하 또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때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 등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SNS에 “국민은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 후보의 교제살인 변호에 대해 “한 번은 조카의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는데, 두 번째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실 거냐”며 “생업 변호사들이 사람 가려 가며 변호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께서 다 알고 계신다. 다만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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