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2030 표심 “우린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4 14:0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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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은 李-6070은 尹…승부의 키는 2030세대가 쥐었다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매주 발표되는 전국지표조사의 후보 지지율 추이를 보면, 국민의힘 경선 직후만 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9%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2%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에 머물렀다. 하지만 11월 중순 이후 최근 2주 동안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차가 2%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초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두 후보의 세대별 지지율이 흥미롭다. 4050세대에선 이 후보, 60대와 70대 이상에선 윤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2030세대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2030의 표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연합뉴스
11월25일 대구 경덕여고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대 선은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바뀐 후 실시되는 첫 대통령선거다.ⓒ연합뉴스

국민의 힘 경선 이후 2030 부동층 늘어나  

현재 4050은 20년 전 16대 대선 때 2030으로서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세대다. 당시 노 후보는 50대와 60대 이상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약세를 보였지만, 20대(노무현 59%, 이회창 35%)와 30대(노무현 59%, 이회창 34%)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4050 표심은 이 후보에게 기우는 양상이다. 특히 40대는 이 후보에게 54%의 압도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 지지율은 23%에 불과하다. 50대는 40대에 비해 지지 강도가 약하지만 이 후보의 꾸준한 우위가 계속되고 있다. 

50대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응원했던 ‘386세대’로 불린다.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44%)보다 문재인 후보(56%)를 더 지지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이 후보 쪽으로 표심이 기울어졌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 미만이기 때문이다. 
  
60대와 70대 이상의 표심은 윤 후보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모습이다. 6070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이다. 당시 박 후보는 20대, 30대, 40대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지만 50대(박근혜 63%, 문재인 37%)와 60대 이상(박근혜 72%, 문재인 28%)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60대는 2002년 대선 당시 40대로서 노무현 후보(48%)와 이회창 후보(48%)에게 동등한 지지를 보냈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택했다. 

이들은 대학진학률이 30%도 안 되던 시절 유신체제에 맞서 싸우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산업현장에 뛰어든 ‘베이비붐 세대’다. 60대의 최근 지지율을 보면 윤 후보가 55%로 이 후보(29%)를 크게 앞지른다. 70대 이상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는 60대보다 훨씬 강하다. 윤 후보는 60%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 후보의 지지율은 23%에 불과하다. 70대는 한국전쟁 직후 극심한 가난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5·16 쿠데타와 군사정권 아래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경제 발전에 앞장선 ‘산업화 일꾼’으로서 박정희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2030세대에선 누구도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형세다. 전국지표조사에서 20대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10월초 다자 대결 구도에서는 홍준표 후보에게 밀려 겨우 5%에 머무르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경선 직후 22%까지 급상승한다. 30% 가까이 치솟았던 홍 후보의 지지율을 온전히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괄목할 만한 상승이다. 이 후보도 10%를 밑돌던 지지율이 민주당 경선을 거치며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24%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최근 2주 동안 두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 22%, 이 후보 17%로 하락 양상을 보이며 심상정(13%), 안철수(10%) 등 제3후보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30대 지지율은 20대와 양상이 좀 다르다. 이 후보가 경선 직후 30% 넘는 지지율로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직후 6%까지 내려갔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경선 직후 28%까지 급상승했다. 20%를 웃돌던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30대에서 제3후보의 상승세는 다소 미약해 보인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직후 3%에서 7%로 상승한 정도다. 

최근 2주 동안 30대의 지지율은 이재명 32%, 윤석열 27%, 안철수 7%, 심상정 4%로 이 후보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다. 지지율 추세로 볼 때 2030에서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더구나 40대 이상의 다른 연령층에선 부동층 비율이 15% 이하로 줄어들고 있는데, 2030에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의힘 경선 직후 20대의 부동층 비율은 31%에서 39%로 8%포인트나 증가했고, 30대에서는 26%에서 30%로 4%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층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공약 이슈에 따라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30, 정책·공약에 따라 후보 선택한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표심을 보면 4050은 이 후보, 6070은 윤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2030 표심은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2020년 총선에서 투표에 참여했던 20대는 56%가 민주당, 32%가 미래통합당 후보를 선택했다. 30대는 10년 전인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34%)보다 문재인 후보(66%)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2020년 총선에서도 61%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세대다. 하지만 올해 4·7 재보선에서 2030 표심이 크게 요동쳤다. 그동안 진보정당에 표를 몰아주었던 2030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   

대선 흐름이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2030 표심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청년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 후보는 영입인재 1호로 ‘30대 워킹맘 우주과학자’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 후보는 “청년과 함께하는 정권교체”를 위해 청년보좌역 공개 모집 등 청년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제3후보들도 지지율 확장을 위해선 부동층이 많은 2030 표심 공략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지난 5월말 실시한 ‘2030 청년 사회인식조사’에서 2030의 62%가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고 답했다. 이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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