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 혜택 논란 해법은 없나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9 10: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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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대중문화예술인 병역 ‘역차별’ 논란…국민 정서가 어디를 바라보느냐가 핵심

이미 월드 팝스타로 등극한 방탄소년단(BTS)은 2021년에도 눈부신 성과들을 올렸다. 이 성과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솔솔 피어나는 게 병역 문제다. 이만한 국위선양을 한 아티스트에게 병역의 의무는 국가적인 손해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양측의 의견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BTS 같은 아이돌그룹에게 병역으로 인한 젊은 시절의 공백기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일 수 있다. 당연히 팬들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네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사안 중 하나가 ‘병역의 의무’인 것 역시 사실이다. 

그간 연예계에서 불거진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나 병역 기피 사안 등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정도로 그 파장이 컸다. 일부 연예인의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국방부가 한때 ‘연예사병 제도’를 폐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병역 기피 사실이 드러난 연예인은 사실상 연예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티브 유가 병역 기피로 인해 지금껏 입국조차 금지돼 있다는 사실은 이 사안의 중대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니 BTS가 이룬 일련의 국위선양 성과들을 인정하면서도, 병역의 의무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뜨거워 선뜻 병역 혜택 이야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과 가족 및 친구들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요 이슈로 떠오른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BTS의 병역 혜택 찬반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건 1983년 병역법으로 규정된 체육인, 문화예술인 군대 병역특례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위해 마련된 이 법은 체육인과 문화예술인에 대해 ‘국가이익과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병역특례,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해줬다. 이로써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체육특기자들은 물론이고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을 한 예술특기자들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법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시행령이 개정됐다. 예를 들어 2002년에는 월드컵 16강 이상 성적을 거둔 선수를 포함시켰고, 2006년에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4위 이상 성적을 거둔 선수를 포함시켰다가 2007년에는 월드컵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모두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즉 어떤 객관적 틀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과 국민적 여론에 좌지우지되면서 바뀌어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논란이 된 건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유독 차별적인 병역특례 사안이다. 순수예술 분야는 콩쿠르나 대회에서 우승하면 병역 면제가 되지만,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문화, 훈포장을 받은 경우에 한해 만 30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측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며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타파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BTS는 거의 유일무이한 업적을 세웠지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되곤 했다. 

지난 상반기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복무제도를 인정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건 이러한 병역법 시행령에 대중예술 부문이 빠져 있는 차별적 사안을 수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11월25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방탄소년단 등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봉사활동 등으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병역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꽤 오래도록 찬반 논란이 반복되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는 건 ‘병역의 의무’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그 어떤 사안보다 예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태생적으로 달라지는 삶이 만들어내는 상대적 박탈감은 최소한 ‘병역의 의무’라도 공평하기를 바라는 갈증을 증폭시켰다. 특히 대중에게 더 빈번히 노출되는 연예인의 경우 이 ‘병역의 의무’를 다했는가, 아닌가가 마치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처럼 제시되곤 했다. 그래서 몇몇 연예인 중에는 외국 국적임에도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싸이의 경우처럼 두 번 군대에 가는 해프닝도 생겼다. 이러니 정반대로 병역을 기피한 이들에게는 더 이상 연예활동을 불허하는 대중의 정서가 만들어졌다. 

 

쉽지 않은 문제, 하지만 유연성 발휘해야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현재 대한축구협회 축구 강연, 강북런던학교 청소년 축구 강습 등으로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이 사실은 다시 ‘왜 BTS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대중예술인들에게 차별적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국위선양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대중예술인들에게 똑같은 병역 혜택을 주는 걸 막는 건 정치인도, 국방부도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대중이다. BTS야 충분히 대체복무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대중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 하나의 선례를 열어주는 일은 향후 연예인들에게 병역 혜택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훗날 더 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BTS처럼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유연성을 발휘하는 건 중요하다. 여러모로 면제는 국민 정서가 허락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대신 BTS가 가진 능력과 위상에 맞는 역할을 찾아주고 이를 통해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은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것이 군 복무 대체에 해당하는 게 분명한 과정이나 결과들이 담겨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져야 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만, 모두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군대, 더 나아가 국가의 힘을 더욱 증강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군대도 장병들이 가진 여러 능력과 경험들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게 좀 더 구체화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쪼록 BTS 사례가 향후 군대의 선진화를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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