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절반의 성공…제2의 임영웅은 없었다
  • 정재학 뉴스장터 대표․크리에이터(전 국민일보 부국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5 11:00
  • 호수 168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성 이끌어냈지만 걸출한 스타 발굴엔 실패
아쉽지만 ‘절반의 성공’ 평가

TV조선이 새롭게 도전한 장르, 남녀 구분 없는 전 연령 오디션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가 또다시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대표적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에 비해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절반 정도 수준이었지만, 타 방송 및 오디션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높은 시청률을 보임으로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로트 오디션 원조방송 TV조선이 또 한 번 멋진 도전을 성공시켰다. 특히 결승전 2라운드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실시간 문자투표로 시청자들을 마스터로 참여시켜 대중가요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국민가수》 하면 확 떠오르는 스타는 누구일까? 말하자면 제2의 임영웅은 누구인가? 결승 진출 7명이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임영웅과 같은 걸출한 스타는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디션의 성공은 대형 슈퍼스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국민가수》는 아쉽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TV조선 제공
ⓒTV조선 제공

전국 및 글로벌 투어 통해 예비 K팝 스타로 육성

《국민가수》는 12월23일 결승전을 치름으로써 준비기간을 포함한 1년여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글로벌 K팝 스타 7명이 탄생했다. 김동현, 박창근, 이솔로몬, 박장현, 고은성, 이병찬, 손진욱이 이들이다. 톱7은 앞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 글로벌 투어 등을 할 예정이어서 K팝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TV조선이 자랑하는 오디션 이후 사후 관리 후속 예능(스핀 오프)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와 화제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변방에 있던 트로트를 대중음악 중심 장르로 부활케 했다면, 《국민가수》는 글로벌 K팝 예비 스타를 탄생시킨 것이다.

결승에 진출한 7명은 앞으로 K팝 세계화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111개 팀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7명은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오디션에 출전해도 우승이 가능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부산 출신 숯불총각 김동현은 국민가수 데스매치에서 《가수가 된 이유》를 부른 뒤 그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해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예선전에서는 《비밀》을 불러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과 함께 올하트를 받기도 했다. 준결승 1차전 라이벌전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본선 3차전 ‘대장전’에서 다소 미흡한 무대를 꾸몄지만 무대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28세인 그는 “닭갈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숯가루 그만 마시고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노래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박창근은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이다. 무명부로 출전한 그는 23년 차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예선전에서 노래 시작 10초 만에 올하트를 받으며 1위를 차지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시위 현장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문제가 돼 ‘운동권 가수’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해 TV조선이 공식 해명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포크의 신’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박창근은 결승전 1라운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50세. 《국민가수》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김범수 마스터는 “10년만 일찍 태어나셨다면 대중문화의 역사가 새로 쓰였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노래하는 시인’ 이솔로몬은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한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예선전에서 부른 《집시여인》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노래였다. 본선 2차전 데스매치는 여심 저격수끼리의 맛대결이었다. 이 무대에서 이솔로몬은 4대9로 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라이벌전에서 7세 김유하와의 대결 이후 김유하의 탈락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기억나는 한 장면이었다.

공황장애, 무대공포증 박장현은 그룹 브로맨스 보컬 출신이다. 33세 기혼자다. 《국민가수》가 탄생시킨 미래 국민가수로 꼽히는 참가자 중 한 명이다. 결승전 1라운드에서 노래 초반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마스터 점수에서 9위를 했지만 대국민 문자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6위를 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결승전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한 7세 김유하는 비록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국민가수》가 탄생시킨 최고의 화제·인기 참가자였다. 예선전에서 부른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는 《국민가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800만 뷰로 전체 노래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국민 응원투표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한 천재 가수다.

가수 임영웅이 2020년 10월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정 투표와 지나친 예능적 진행이 ‘옥에 티’

《국민가수》의 옥에 티는 대국민 응원투표의 부정 투표와 지나친 예능적 진행이다. 주최 측은 이런 부정 투표를 인정하고, 부정 투표의 비율이 극히 낮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뭔가 찝찝함을 남겼다. 그리고 오디션의 본질을 벗어나 제작진의 입김이 지나치게 들어가는 연출의 모습이 보여 심사의 공정성에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가수》가 부정 투표 논란에 휩싸이자 응원투표를 진행했던 쿠팡플레이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국민가수》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 계정으로 중복적으로 이뤄진 투표로 판단됐다”며 “당사는 TV조선과 협의해 기존 투표 집계를 바로잡고 중복투표 내역이 참가자 순위 및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지나친 예능적 연출은 데스매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추첨된 한 참가자가 상대를 지목해 1대1 데스매치를 벌이는 방식인데, 누가 봐도 제작진의 의도를 느낄 수 있는 상대방 지목이었다. 본선 1차전에서 1위를 한 김영흠이 예선전 1위를 차지한 박창근을 지목하고, 중등부는 중등부끼리, 초등부는 초등부끼리, 발라더는 발라더끼리 붙임으로써 대결 결과에 대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15개 대결에서 탈락한 15명 중 10명을 추가 합격시켰다. 《국민가수》를 열심히 봤던 시청자들이라면 연출이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