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같은 2030 정치인, 머지않아 민주당에 100명 등장할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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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2년 공직선거 도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치인
“‘그린벨트’처럼 연대해 중앙 정치에 산소 불어 넣겠다”
“ ‘아직 젊어. 조금 더 기다려’라는 말 듣지 않을 것”
12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튜디오에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대호 성남시장 도전자, 차해영 마포구의원 도전자, 김지수 종로구 국회의원 도전자, 손혜영 도봉구의원 도전자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정훈
12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TV 스튜디오에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대호 성남시장 도전자, 차해영 마포구의원 도전자, 김지수 종로구 국회의원 도전자, 손혜영 도봉구의원 도전자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정훈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3월9일 대통령 선거에 쏠려있는 지금, 내년에 있을 또 다른 공직선거에 누구보다 먼저 도전장을 던진 청년들이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결심한 김지수(36)씨와 6·1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서울 도봉구의원·마포구의원에 도전할 이대호(32)· 손혜영(39)· 차해영(35)씨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각 선거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이름도 얼굴도 낯선 정치 신인 중 신인이다. 대중에게 각자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정치적 공간도 시간도 그리 넉넉지 않다. 이 높고 단단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이들은 ‘연대’를 결심했다. 연대의 이름은 ‘그린벨트’. “외곽에 꾸려져 도시로 산소를 불어 넣는 그린벨트처럼, 정치 외곽에 머물던 미약한 존재들의 무모한 도전이 중앙 정치에 새 산소를 불어 넣을 수 있길 기대”하는 염원이 담겼다. 도전자들은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당장의 ‘당선’이 목표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들을 만나 ‘왜 출마를 결심했는지’ ‘왜 민주당인지’ ‘지금의 기성 정치권과 대선정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을 물었다.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대호 : “지난해 제 직장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이었다. 사건 후 우리 당의 대처를 보며 크게 실망했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원망이 컸다. 그런데 원망을 한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선거에 출마해 권력을 얻고, 그것을 바람직하게 행사해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직장인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이 일을 고향인 성남에서 해내고 싶어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려 한다.”

차해영 : “마포구의원에 출마하려 한다. 획일화된 사회가 어떻게 하면 다양해질 수 있을까 늘 고민했다. 가장 큰 계기는 2014년 서울시 인권헌장의 제정 무산이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요구를 행정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알고 싶었다. 그 전부터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해왔다. 2019년엔 펀딩을 받아 미국 뉴욕에 갔었다. 전 세계 성 소수자 행진의 기원이 된 '스톤월(Stonewall) 항쟁' 50주년이었는데, 당시 뉴욕 경찰이 과거 성소수자 탄압에 대해 사과를 했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큰일은 아니더라도 당장 우리 동네부터 그런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목소리도 꾸준히 내왔다. 어느 순간 ‘아무리 퀴어문화축제를 열어도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구나’ 벽을 느꼈다. 정치 영역에서 더 많은 이들과 논쟁하고 싶다.”

김지수 :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이상적인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누구나 기회를 얻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바랐다. 세상에 많은 별이 있는데, 정작 세상이 주목하는 별이 몇 개 없는 것 같다. 저를 비롯해 다양한 청년들이 자신 있게 도전해 별이 되고, 대한민국 정치의 대전환이 일어났으면 한다. 제 도전, 특히 지금껏 대선주자급 거물에게만 허락되었던 서울 종로에서의 도전이 주저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이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제 종로 당선을 통해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정치의 서막을 알리고 싶다.”

손혜영 : “서울 끝자락 도봉구에서 구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20대에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됐다. 이후 지역에서 학부모 대표나 동네 반장 일을 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욕감을 많이 받았다. 엄마들이 모여 얘기하는 것들은 그저 수다로 치부되었다.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그냥 흩어지는 게 아쉬웠다. 이런 일들을 계속 겪지 않기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기 위해선 권한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린벨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김지수 : “그린벨트는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민주당 소속으로 공직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2030 정치인 모임’이다. ‘이미 우리 지역은 교통정리가 끝났으니 4년 뒤에 도전하라’는 말을 곳곳에서 자주 듣고 있다. 이에 굴하지 않고 2030 정치인들이 끝까지 선거에 완주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목표다. 우리 4명이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이미 전국에서 많은 청년들이 그린벨트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대호 : “그린벨트의 핵심 원칙은 ‘평등’이다. 구성원 간 상하관계는 없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서로 ‘님’으로 호칭하며 수평적으로 대하고 있다.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이미 많으니 서로에게 ‘될 거야. 될 수도 있어. 해보자’라고 격려한다.”

민주당 내엔 이미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 조직이 있다. 어떻게 다른가.

이대호 : “다이너마이트 선대위는 대선 승리에 우선 집중하는 조직이라면, 그린벨트는 선거 그 후를 준비하는 조직이다. 다이너마이트는 당면한 선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선거 등 그 후를 생각하긴 어렵다. 그린벨트는 2030세대 공직선거 출마자를 모아내 대선 후의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한다. 그러나 모두 같은 민주당이기 때문에 결국 함께할 것이다. 그린벨트 일원 중 다이너마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좋은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12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튜디오에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대호 성남시장 도전자, 손혜영 도봉구의원 도전자, 차해영 마포구의원 도전자, 김지수 종로구 국회의원 도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정훈
12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TV 스튜디오에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대호 성남시장 도전자, 손혜영 도봉구의원 도전자, 차해영 마포구의원 도전자, 김지수 종로구 국회의원 도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정훈

민주당 청년 정치의 현주소는 어떤가.

손혜영 : “민주당 안엔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청년 모임이 있다. 당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신호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정말 잘 ‘반영’이 되는가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이를 실제 정책까지 끌어오는 힘이 굉장히 약하다. 적어도 청년들과 관련한 정책만이라도 청년들이 주도해야 하는데, 청년들은 그저 이야기 들어주면 되는 존재로 인식되는 면이 있다. 필요할 때마다 동원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대호 : “같은 생각이다. 다양한 청년 모임과 행사에서 논의된 내용이 당론이 되거나 지역에서 정책화되는 일이 드물다. 벽돌은 많이 쌓여있는데, 그걸 활용해 집을 지으려 하진 않는 것 같다.”

김지수 :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의원 배지 한두 개 두고 청년들끼리 경쟁하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너는 4년 뒤에’, ‘너는 10년 뒤에 나와’ 이렇게 순서를 정해준다. ‘아직 젊어. 조금 더 기다려’라는 강요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정치 문법을 다 바꿀 때가 왔다.”

민주당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맞설 청년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대호 : “우리는 머지않아 이준석 대표와 같은 2030세대 정치인이 100명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는 곧 세력이 없다는 의미이며, 본인이 만들려 했던 변화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정치 변화는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명의 스타 만드는 것보다 100명의 별을 띄워야 하는 일이기에 우린 이렇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100개의 별이 뜬 정당이 돼, 이런 질문이 더는 안 나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수 : “이준석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민주당 내 정치인은 분명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하나하나 전면에 나서 리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당의 조명핀이 다른 곳에 머물러 있어 마치 청년 정치인이 부재하다고 보이는 것 같다. 기존 정치인들이 외치는 시대교체 세대교체 말고 진짜 이를 이룰 플레이어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왜 미래세대 이야기를 그분들이 하고 있나. 이념의 시대가 끝났듯, 동원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정치는 끝이 났다.”

청년들은 정부·여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 비판한다. 왜 이런 질타를 받고 있다고 보나. 어떻게 해야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대호 : “실제 내로남불했기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자녀 의혹, 박원순-오거돈 시장 성폭력 사건, 임대차법 시행 전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의 전·월세 꼼수 인상 등 고상한 척하면서 알고 보니 더 심했던 일들이 있어 오지 않았나.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부터 해선 안 된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빨리 용서해달라고 재촉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나. 왜 민주당이어야 하나.

손혜영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를 봐야 한다. 민주당이 시의회를 장악한 서울시에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니, 당장 그동안의 시정 지우기가 일어나고 있지 않나. 일례로 혁신 교육과 관련한 학부모 활동에 있어 예산이 갑자기 대폭 삭감돼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문제가 대한민국 전체에서 벌어진다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대한민국 정치는 멈춰버리게 된다. 민주당이어야 ‘일’을 할 수 있다.”

김지수 : “처음 민주당에 왔을 때 선배들이 당헌을 보여주셨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 포용적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통합된 사회, 혁신성장과 포용적 성장으로 번영하는 사회를 추구하며,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실현하는 대한민국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당헌 제2조)’는 창당 목적이 적혀 있었다. 매료되는 문구였다. 이게 민주당이구나 싶었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한 부분이 와닿았다. 물론 지금 당의 모습은 이 글과 다르다. 하지만 기본 정신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잃어버린 정신을 우리 청년들이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12월17일 인터뷰 후 더불어민주당 청년 도전자들이 연대의 이름인 '그린벨트' 동작을 만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정훈
12월17일 인터뷰 후 더불어민주당 청년 도전자들이 연대의 이름인 '그린벨트' 동작을 만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정훈

결국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야 기회를 얻게 된다. 당에 쓴 소리를 하는 일이 걱정되진 않나.

차해영 : “예를 들어 평등법 논의에 있어서도, 이를 주장했을 때 그것이 이후 공천을 받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아무래도 고민하게 된다. 말을 잘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얘길 하는 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돼’라는 걱정스러운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운동과 정치가 다른 건 알고 있지만, 정치의 영역에선 자꾸만 저 자신부터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나 정치 왜 하려고 했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이대호 : “어려운 청년 정치 현실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선, 청년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기성 정치로부터 배려를 받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권력은 누군가 기꺼이 먼저 내놓은 일이 없다. 정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더 힘을 모으고 쓴 목소리도 내야 한다.”

당선이 아닌, 그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출마라는 시선도 있을 것 같은데.

차해영 : “당연히 당선이 목표다. 다만 당선이 안 되면 이 도전이 아무 의미 없어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당선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면 된다. 공천 과정에 어려움이 닥친다면, 이 어려움을 앞으로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하면 된다. 그래서 그 다음 선거에서 조금 더 변화가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병풍 역할 하려고 나온 것 절대 아니다. 우리 존재가 당의 메인 후보에게 분명한 자극제가 될 순 있을 것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우리 실력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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