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윤석열의 험난한 대선 도전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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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충성 않는다”던 독립적 기질, 협력 중시하는 정당 내에선 과제로

‘별의 순간’을 잡았다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위기를 맞았다. 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되고 ‘킹메이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하면서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재정비하고 변화된 모습을 약속했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위기가 비단 아내의 허위경력 논란, 당 대표와의 갈등 탓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시절부터 돋보였던 윤 후보 특유의 강직한 고집이 설득과 협력을 중시하는 정당 내에선 단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별의 순간’을 잡았던 검사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2013년 10월21일 국정감사 자리, 윤 후보(당시 여주지청장)는 정갑윤 전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휘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밝힌 윤 후보의 행동은, 일약 그를 ‘강직한 검사’로 부각시켰다.

실제 윤 후보는 이후 권력자에 맹목적 충성을 거부하는 강직한 검사의 상징이 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윤 후보를 검찰총장에 앉혔다. 윤 후보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물론 윤 후보의 ‘칼날’이 정부를 향하면서 문 대통령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러나 문 정부와의 갈등 이후 윤 후보의 주가는 되레 올랐다. 마땅한 대선 후보감이 없던 보수 진영이 그를 ‘정권교체 적임자’로 추대한 것이다.

그렇게 윤 후보는 정치권에 깜짝 데뷔했다. 당시 재야에 머물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별의 순간을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 샀다. 정권 교체 여론이 득세한 상황인지라 윤 후보가 유리한 환경에서 대선을 치룰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입당 동시에 갈등 휘말린 정치인 윤석열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윤 후보는 갖은 갈등설에 휘말려야 했다. 당초 정치 신인인 윤 후보가 ‘백전노장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과 ‘30대 당수’ 이준석 대표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입당 이후 윤 후보는 생각보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의 지시 또는 조언이 자신의 판단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패싱’하기도 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후보가 겉으론 털털하고 소탈하지만, 사실 황소같은 면이 있다. 판단을 굳히면 그대로 밀고 가는 스타일이다. 타협과는 거리가 먼 지도자형”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과의 이견이 극에 달하자, 윤 후보는 5일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다. 대선을 두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선대위를 리셋한 것은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윤 후보의 ‘홀로서기’ 결정이 대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평생 검사였던 법조인이다. 과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윤 후보는 남들의 지시를 받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런 그의 성격이 정당에 들어가서도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주변이 아닌 후보 본인의 기질이 갖은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건 기본적으로 후보 본인의 문제”라며 “윤 후보가 정치 초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정당의 후보가 됐다면 어느 정도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위기관리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하면서 많은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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