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알스퀘어 새해 공동 기획] 명동·가로수길 지고 성수동·판교 뜬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2 10: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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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국 상권 지도 최초 분석·공개
오피스 시장 및 상권 ‘지각변동’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가 국내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거 핵심 상권이었던 곳은 사람 발길이 뚝 끊겨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전까지 별 볼일 없던 상권이 사람들이 몰리면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시사저널이 상업용 부동산 종합 정보 서비스 기업인 알스퀘어와 함께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전국 상권을 분석해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국 상권이 크게 변하고 있다. 사진은 1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 근에서 직장인이 퇴근하는 모습ⓒ시사저널 임준선

먼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와 메타버스 확산으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못 썼던 상업용 오피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까지 서울 지역(판교·분당 포함) 내 100억원 이상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액은 총 36조3840억원을 기록했다. 12월 집계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수치지만, 이미 2020년 거래액(36조90억원)을 뛰어넘었다. 알스퀘어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래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해 오피스 매매 거래액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판교·분당 입주하려면 ‘번호표’ 뽑고 대기해야

이 때문에 지난해 오피스는 전국 상업용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매년 발간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오피스의 투자수익률은 1.80%다. 중대형 상가(1.57%)와 소규모 상가(1.38%), 집합상가(1.61%)의 수익률을 모두 넘어섰다. 최근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유동성 증가로 큰손들이 오피스를 선호하는 투자행태가 늘어나면서 매매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스퀘어 측은 분석했다.

오피스 시장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실률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11.1%였지만, 3분기 들어 10.9%로 공실률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중·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이 나란히 0.1% 상승한 것과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오피스만 공실률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업무권역 오피스 시장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19년 1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10%에서 2021년 3분기 8%대로 하락했다. 광화문·을지로 등 도심권역도 같은 기간 공실률이 14.5%에서 10.5%로 낮아졌다. 이 밖에도 강남(8.1%→6.9%), 여의도·마포(12%→8.7%) 등도 공실률이 하락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IT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판교·분당은 서울 강남보다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더 뜨겁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판교와 성남 핵심 업무지구의 공실률은 0%로 나타났다. 개발자 채용에 유리하고, 업계 정보를 수월하게 공유할 수 있는 분당·판교 등으로 관련 회사들이 몰리면서 오피스 수요가 덩달아 불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판교·분당 오피스들은 다수의 기업이 입주를 희망해 최고 경쟁률 5대 1을 기록하는 등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피스 시장 활황세를 IT기업들이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IT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인재 채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회사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사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피스를 임차하면서 공실률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업무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기업들이 오피스 공간을 확보하려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진행한 ‘2021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은 68.5%다. 이 중 업무 효율성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46.1%로 ‘증가했다’는 응답(10.1%)의 4.6배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공유 오피스를 임차해 직원들의 분산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외국인 발걸음 끊긴 명동…직격탄 맞아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기업이나 대형 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처가 오피스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IT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사옥 마련을 위해 강남·판교의 오피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상권들의 희비도 갈리고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국내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서울 중구 명동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명동은 대한민국에서 ‘쇼핑 1번지’로 불렸으며, 가장 비싼 땅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명동은 국내 수요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명동의 하루 외국인 방문자 수는 2019년 3000명에서 지난해 20분의 1인 15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내국인 유동인구도 하루 18만 명에서 13만8000명으로 약 25% 줄어들었다. 명동역 상권은 코로나19로 해외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한 상권(58위→91위)으로 꼽히고 있다. 명동 상권에서 폐업한 자영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는 명동 상가의 몰락은 물론 공실률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3분기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43.3%라고 밝혔다.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 공실률(4.4%)보다 38.9%나 높다. 중대형 상가도 마찬가지다.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7.2%다. 이는 평균 공실률(9.7%) 대비 37.5%나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해 현재 명동 일대 상가는 두 곳 중 한 곳은 빈 상가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돼 폐업하는 상가가 늘어나고, 신규 임차 수요는 감소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주요 상권들이 20%대 공실률을 기록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남포동(27.2%)과 하단역(19.8%) 등 상권의 공실률이 높았다. 부산 지역 평균 공실률은 14.1%다. 대구는 대학가인 계명대(22.1%)와 경북대북문(20.2%) 등의 공실률이 높았으며, 평균 공실률은 15%를 기록했다. 광주는 금남로·충장로(24.2%) 상권의 공실률이 전기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신흥 상권들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성수동은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공업지역이었지만, 최근 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젊은 층 몰리는 성수·청담, 유일하게 공실률 하락

이 때문에 성수동 일대 상권은 지난 2년간 공실률 0~1%대를 기록하고 있다. 성수동에는 상가 매물이 없다는 하소연이 부동산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특히 성수동 뚝섬 일대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2년 연속 0%다. 중대형 상가도 2년 동안 1~2%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성수역과 뚝섬역, 서울숲역 근처에 실력과 브랜드 파워를 지닌 매장들이 경쟁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또 최근 유망 스타트업과 IT기업도 성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2020년 성수동으로 사옥을 옮긴 무신사를 비롯해 쏘카, 퓨처플레이스, 소풍벤처스, 루트임팩트 등 스타트업 관련 기업들이 성수동에 자리 잡으면서 젊은 층 유동인구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담동 명품거리 역시 소규모 상가 공실률 0%를 기록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청담동은 2019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공실률 0%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같은 기간에 공실률 15.4%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19.2%)보다 3.8% 내려간 수치다. 명동을 포함한 전국 상가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담만 유일하게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MZ세대 사이에 명품을 구입하는 ‘플렉스(FLEX)’ 소비가 유행하면서 청담 상권을 보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청담동을 찾아 명품을 구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명품으로 보복소비를 하는 성향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상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청담과 강남 상권 임대료는 오히려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토대로 서울 주요 상권 상가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도산대로 중대형 상가 임대료(㎡당 4만5900원)는 지난해 1분기보다 1.7% 올랐다. 압구정 중대형 상가 임대료(㎡당 4만7700원)도 1.1% 상승했고, 청담과 신사는 각각 5만7900원, 8만2100원으로 2%대 감소에 그쳤다.

1월5일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무소에 상가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코로나 사태 이후 상권 양극화 심화

반면, 명동 등 전통 상권 임대료는 공실률이 올라가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명동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당 19만9700원으로 무려 32.7% 감소했고, 남대문(-7.9%), 광화문(-4%), 시청(-3.8%) 등 강북권 중대형 상가 임대료도 모두 내렸다. 소규모 상가도 마찬가지다. 명동은 26.4% 떨어졌고, 광화문(-5.8%), 을지로(-2.7%), 시청(-1.4%) 등의 임대료도 모두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전반적으로 상권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며 “명동이나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는 상권이 많이 죽었지만, 강남은 오히려 상권 임대료가 상승했고 공실률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은 상권의 유행이나 패턴 등 상권이 가지고 있는 특색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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