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 되면 거대한 정치개편 일어날 것…사회 모든 분야서 시대교체”
“난 정치력·돌파력·실행력 증명한 정치 9단”
“우리 정치권, ‘우물 안 개구리’도 아닌 ‘동굴 안 개구리’”
이제 안철수의 시간이다. 새해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넘기면서 안 후보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제1 야당 국민의힘의 내홍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안 후보는 반전의 순간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연일 단일화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설 연휴 전까지 기존의 ‘2강 1중’ 구도가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면서 “3강 체제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길 사람은 저 안철수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월4일 70분간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으로 꼽은 안 후보는 “거대 기득권 양당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집권하면 협치 실용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현재 이재명·윤석열 캠프에 속해 있는 인재들도 발탁해 기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집권 후 맞닥뜨리게 될 여소야대 구도는 정계개편과 대선 3개월 이후 예정된 지방선거를 계기로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안 후보는 최근 급등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지금껏 자신이 제3지대에서 일궈낸 성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스스로 ‘정치 9단’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안철수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만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그리고 저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안철수 대통령 시대’에 제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시대교체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거대한 정치개편, 정계개편이 일어날 거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판이 완전히 뒤집히는 일이 생길 거다. 마치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기존의 거대 양당이 붕괴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크롱 대통령이 고질적인 ‘프랑스 병(病)’을 고쳤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시대교체가 이뤄질 거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으로 보나.
“한마디로 시대교체다. 우리나라는 정치권을 포함해 모든 분야가 낡은 사고방식과 구시대적 구조로 짜여 있다.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사고방식이 선진화 시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전 사회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성장만을 뜻하는 선진화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의 투명성 강화는 물론 국민 인식과 사회·문화 등 모든 게 바뀌는 선진화를 뜻한다. 2012년 대중이 왜 저를 정치권으로 호출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바로 시대교체였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래로 나갈 방향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이 나와 시대를 바꿔 달라는 요구였다.”
“우리 정치권, ‘우물 안 개구리’도 아닌 ‘동굴 안 개구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한 사회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는 바로 자살률과 출생률이다. 자살률은 현재 얼마나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가를 보여준다. 출생률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얼마나 희망을 갖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이렇게 보면 지금 한국은 가장 불행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나라다. 이 상황을 바꾸는 게 정치가 해야 할 가장 거시적인 목표다. 이상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정직한 사람이 무시당하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대접받고, 땀 흘린 사람이 정당한 성과를 얻는 정상적인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
국민통합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시대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국민통합이다.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역사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도 박정희 정부 때 ‘잘살아보세’ 정신으로 모든 국민이 통합돼 산업화에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한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해 세계적 위기에서 가장 빨리 헤쳐 나왔다. 지금 우리는 굉장한 위기적 상황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세계지도를 바꾸고 있다. 기업은 그나마 대처를 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아니다. 우물 안 개구리라면 차라리 낫다. 동굴 안 개구리처럼 하늘도 못 보고 있다.”
스스로를 국민통합의 적임자로 자임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은 기득권을 나눠 갖고 있다. 개혁이 뭔가. 기득권을 깨는 거다. 양당 중 어느 쪽이 당선돼도 이들은 자기 기득권은 보호하고 상대는 적폐로 몰아서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반복할 거다. 양당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 교대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개혁되려면 거대 양당 후보들이 낙선해야 한다. ‘유럽의 병자’라고 일컬어지던 프랑스의 고질병을 해결한 건 수십 년간 정권을 나눠 가졌던 거대 양당이 아닌 중도의 마크롱이었다. 중요한 인재를 다 모으고 국민통합 내각을 이뤄서 국민을 설득해낸 것이다.”
안철수 정부에선 정치보복은 없는 건가.
“국민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법을 어긴 사람에 대해 누구보다 엄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는 법조인 출신 후보들보다 더 분명하게 법을 어긴 사람들을 봐주지 않을 거다. 법조인 출신들은 상황에 따라 정무적 판단을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다. 스스로 원인 분석을 한다면.
“원내 정당에서 4명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비교를 시작한 거라고 본다. 첫 번째 비교 기준은 도덕성이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부도덕한데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세상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그동안 의사, IT 전문가, 벤처기업 경영인, 대학교수, 정치인 등의 길을 걸어온 저와 다른 후보들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난 정치력·돌파력·실행력 증명한 정치 9단”
정치인으로서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나.
“일각에선 제가 정치 업적이 없다고 폄하하는데, 저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가장 많은 38석의 교섭단체를 만든 사람이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남을 성과를, 그것도 정치 입문 10년 안에 해낸 사람인데 업적이 없다는 주장은 그들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저는 정치적으로도 정치력과 돌파력, 실행력 모두 증명했다. 정치인의 정치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게 바로 정당의 창당을 주도해 교섭단체를 만드는 능력이다. 그걸 곧 정치 9단이라고 한다.”
지지율을 20%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복안은.
“지지율은 국민이 결정해 주는 거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제가 믿는 일을 하다 보면 결과로 인정받을 거라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적 변화 속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이고,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그리고 저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잘 전달하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세대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할 계획은 제 머릿속에 없다.”
현재 구도는 2강 1중 체제다. 언제쯤 3강 체제가 될까.
“1월초 안에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설 것이고, 설 연휴 전에 3강 체제가 된다고 장담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미 수차례 밝혔지만 거듭 묻겠다. 단일화는 확실히 없나.
“그렇다.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제가 정권교체를 해야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 다른 두 후보 중 누가 돼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은 물 건너가게 된다. 물론 두 후보 모두 능력이 있다. 대선후보 아무나 되나. 그러나 둘의 한계는 명확하다. 법조인은 과거에 대한 변호나 응징을 하는 게 일이다. 그래서 계속 과거만 본다. 미래를 바라보는 경험이 없다. 모르면 비전이 안 보인다. 아는 것만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이 국정을 맡으면 현재 문재인 대통령처럼 나라를 전진시키지 못한다.”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설 연휴 전까지 3강 구도를 만들고, 이후 1강 2중 구도로 선거에서 최종 승리한다는 계획으로만 가고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단일화 압박이 심해지며 이른바 ‘사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사표 논쟁도 기득권 정치의 논리다. 지금 박근혜 찍은 사람, 문재인 찍은 사람 중 후회하시는 분이 많다. 그 후회하는 표가 진짜 사표 아닌가(웃음).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두가 소중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유권자가 누가 도덕적이고, 가족 문제도 없고, 미래 비전을 갖고 있는지 판단해서 투표하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거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3지대 규합 가능성은.
“심 후보와의 만남은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개발 의혹+고발 사주 의혹)’ 때문에 이뤄진 현안 공조였다. 앞으로도 의견이 같으면 현안에 대해 공조하는 것은 국회가 일반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니까 당연하게 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