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대본에 더 짙게 드리운 ‘김건희 그림자’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2 10: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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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5대 핵심 변수 ② 김건희 리스크] 
친오빠의 캠프 관여 의혹에 캠프 인사 ‘입김’ 의혹까지, ‘김건희 리스크’ 야권 악재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 파장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으나, 다시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다. 해당 녹취는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간 김씨와의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물론 녹취의 배경, 경위 등 취재 윤리에 대한 논란이 뒤따른다. 한때 여권 내에서 역풍이 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이번 녹취 공개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윤 후보 캠프에 드리운 배우자 김씨의 그림자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김씨의 캠프 관여 의혹은 여러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계속 제기돼 왔다. 시사저널도 지난해 10월 ‘서초동 비선 캠프’ 존재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2021년 10월30일자 ‘서초동 ‘비선 캠프’가 위기 키운다’ 기사 참조). 윤 후보의 공식 경선 캠프는 당시 서울 광화문 인근 이마빌딩에 있었지만, 당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캠프가 강 건너 서초동에도 있다는 건, 말은 안 해도 내부에선 공공연한 얘기”라며 서초동 캠프의 존재를 귀띔했다. 취재에 따르면 당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위치한 김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씨를 포함해 비공식 인원들이 SNS 등 윤 후보 홍보나 수행을 도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에선 이 같은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서초동 캠프가 본캠프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헤드’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추가적으로 생겨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 통화에서 이 기자에게 강의를 요청하며 “(서초동) 사무실에 그런 거(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오빠라든가, 몇 명 있다.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며 “‘헤드’들한테 설명을 해야지 밑에 애들한테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1월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친오빠 김씨, 캠프 관여 의혹에 대해 본지 통화에서 “사실 아냐”

이 기자는 실제 8월말 서초동 사무실에서 5명 안팎의 사람에게 강의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 기자가 강의 당시 녹음한 내용도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씨의 수행비서인 황아무개씨가 이 기자를 소개했다. 여기서 황씨는 시사저널이 지난해 10월 윤 후보를 수행하는 측근 인사로 보도했던 인물이다(2021년 10월5일자 ‘[단독] ‘골프접대·향응’ 의혹 관련 인물, 여전히 윤석열 수행’ 기사 참조). 황씨는 강원도의 한 중소 전기회사를 운영하는 황아무개 사장의 아들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황씨는 윤 후보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쭉 윤 후보와 김씨 부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지난 12월26일 김씨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도 수행을 맡았다. 

문제는 윤 후보와 황 사장은 지난해 8월 한겨레가 보도한 이른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리스트’에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조남욱 리스트는 조남욱 전 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 일정, 선물 제공 리스트 등이 적힌 문서다. 실제로도 윤 후보와 황 사장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황 사장의 아들 황씨는 윤 후보와 김건희씨를 ‘삼촌’ ‘작은엄마’ 등으로 부르며 매우 친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들은 캠프 구성 초기부터 황씨를 ‘문고리 세력’으로 경계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 또한 서초동 캠프의 일원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건희씨가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우리 오빠’를 언급한 것이다. 한겨레는 1월18일 녹취와 취재를 바탕으로 김씨의 친오빠 김아무개씨의 캠프 ‘헤드’ 의혹을 제기했다. 친오빠 김씨는 1970년생으로 윤 후보 장모 최은순씨 관련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등장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시행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 대표다. 이 회사는 최씨, 김건희씨 등 가족이 임원으로 등재돼 있거나 과거 등재된 적이 있는 전형적인 가족회사다. 사업도 함께 할 정도로 매우 밀접한 관계인 친오빠 김씨가 윤 후보 캠프에 관여하며 실세로 움직인다는 의혹이 녹취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시사저널도 취재 과정에서 종종 친오빠 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윤 후보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권 관계자는 “서초동 말고도 양재동에도 캠프 비슷한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에 사모(김건희씨)의 친오빠가 드나든다더라.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선택받았다는 듯 자랑처럼 으스대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도 “본캠프 내부에도 친오빠와 가까운 이들이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친오빠 김씨는 녹취 등을 통해 제기된 본인에 대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1월19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 무근”이라고 재차 반복하며 “입장이 없으니 끊겠다. 확인을 정확하게 해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캠프 인선 등에 사모 의중 반영된다는 점에 우려”

녹취 공개 이후 선대본에 김건희씨의 ‘입김’이 닿는 인사가 존재한다는 추가 의혹들도 제기돼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윤 후보 부부와 매우 가까운 무속인이 윤 후보 선대본부 하부 조직 ‘네트워크본부’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녹취에서 김건희씨가 “나는 영적인 사람” “도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등의 이야기를 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여서 파장은 더 컸다. 선대본은 해당 인사에 대한 의혹들을 부인하면서도 네트워크본부를 서둘러 해산했다.

아울러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선대본 내 다른 몇몇 인사에게서도 김씨의 영향력이 미친 인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선대본 핵심 조직인 메시지 팀장에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가 임명되자 내부가 뒤숭숭했다고 한다. 해당 인사에 김씨의 입김이 닿은 것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인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김씨 회사가 기획한 전시회의 도슨트로 나선 연결고리가 있다. 정치권과 아무런 연관이 없던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후보와 가장 가까운 비서실 후보 보좌역으로 들어온 바 있다. 선대본 내부 관계자는 “무속 논란을 비롯해 사모님의 의중이 인선 등에 반영됐다는 얘기들이 자꾸 나와 내부에서도 일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야권 일각에선 윤 후보가 배우자 문제를 포함해 반복해서 논란이 되는 처가 리스크와 관련해 단호한 정리 및 입장 표현을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후보에게 조언해온 한 야권 인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사모 문제를 포함해 처가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단절에 가까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도의 약속을 해야 한다고 후보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1월19일 윤 후보와 회동한 자리에서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윤 후보 측이 이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선대본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지만 녹취는 경선 캠프 때의 일이고, 본선에 들어온 이후 당 중심으로 선대본이 운영되기 때문에 현재는 김건희씨나 그 가족이 선거에 관여한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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