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불어닥친 野 단일화 ‘블랙홀’…與는 예의주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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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野 단일후보와 가상대결서 앞선 적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불 붙은 야권 단일화 논의에 경계 태세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야권 단일화가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벌써부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야권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점치기도 하지만, 단일화 논의에 불 붙은 상황 자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14일 야권 단일화 논의가 촉발된 지 하루 만에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일화 제안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은 단일화 차단선같이 느껴졌다”라고 했다.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제안 공식화에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여론을 예의주시하다, 하루가 지나서야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한 평가 절하에 나선 것이다.

같은 날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후보도 윤 후보도 단일화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단일화 조건들이 많아지는 걸 보니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호응했다. 진성준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012년 대선 패배를 상기시키면서 “당시 단일화의 구체적 방식을 놓고 협상하다 갑작스럽게 안 후보가 포기해 국민 보시기에 굉장히 불편했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시사저널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시사저널

“야권 단일화 불가능” 재 뿌리는 與…속내는 ‘불안’?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야권 단일화 논의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가 여론의 초점까지 빨아들이면, 추격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진보 성향의 정치평론가는 “단일화가 성사되면 사실상 승부가 끝나게 되니 민주당은 어떻게 해서든 훼방을 놓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따른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격차가 20% 가까이 벌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4~5일 1006명을 상대로 가상 양자대결을 실시해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에서 이 후보는 오차범위 밖인 12.1%로 뒤쳐졌고, ‘안철수 대 이재명’ 구도에서는 무려 19.9%포인트 차로 밀려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 측에 공동정부 구상을 제안하며 야권 단일화 논의에 제동을 걸고자 했지만, 사실상 안 후보가 이를 뿌리치고 윤 후보에게 손을 내밀게 된 터라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뭘 해도 지지율이 안 오르는 상황” “불길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安 ‘완주’ 가능성도 솔솔…러브콜 멈추지 않는 與

현재로선 민주당의 전망대로 야권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국민의당은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고집하고, 국민의힘은 후보 간 담판 방식을 고수하면서다. 국민의당은 “윤석열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의사가 없다면 독자적으로 완주하면 되는 것”이라고 배수진을 친 상태라, 일각에선 안 후보가 완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단일화 논의에 불씨를 댕긴 것이란 해석마저 나온다.

다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간 신경전이 고조될수록 대선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야권의 안철수-오세훈 후보가 단일화 룰 싸움으로 선거 초반 관심을 휩쓸면서, 민주당 측 박영선 후보에 대한 초점을 빼앗아간 바 있다. 결과는 오세훈 단일 후보의 압도적 승리였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단일화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여론의 주목도에서 밀리는 상황 자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 불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안 후보에 대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연설에 나서 “정조와 세종을 생각해보라. 유능한 당상을 가리지 않고 썼고, 좋은 정책이라면 벽파든 노론이든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않고 썼다”며 국민의당과의 통합 정부론을 재차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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