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슴통증이 나타나는 ‘협심증’…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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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나은병원 심장내과 과장 “흡연이 가장 명확한 원인”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 줄이고 가벼운 운동 오래 해야” 

갑갑하게 가슴이 조여지는 통증을 느낀다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협심증은 심장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공급되는 영양분과 산소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심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협심증은 대부분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인해 관상동맥의 내강이 좁아져서 발생한다. 이를 ‘안정성 협심증’이라고 일컫는다. 전형적으로 운동할 때 가슴통증이 악화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관상동맥이 갑자기 오그라드는 ‘수축성 협심증’도 적잖다. 운동과 상관없이 주로 새벽이나 음주 후에 가슴통증이 나타난다. 

수축성 협심증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동일 나은병원 심장내과 과장에게 수축성 협심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신동일 나은병원 심장내과 과장이 관상동맥 모형을 들고 협심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용 기자
신동일 나은병원 심장내과 과장이 관상동맥 모형을 들고 협심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용 기자

수축성 협심증의 원인과 증상은.

“협심증 환자의 약 20%가 수축성 협심증이다. 위험인자는 흡연과 지나친 음주, 당뇨, 혈압,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비만, 가족력 등이다. 가장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주로 40세 이상 남성에게 수축성 협심증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다. 여성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안정형 협심증은 운동을 심하게 할 때 가슴통증을 수반하지만, 수축성 협심증은 주로 새벽이나 음주 후에 가슴통증이 나타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표현해도 되나.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산소 공급이 차질이 생기다. 이럴 때 우리 몸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관상동맥을 대체하기 위해 우회 혈관을 생성한다. 우회 혈관이 완성되려면 최소한 48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갑자기 관상동맥이 막히게 되는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대체할 수단이 없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게 된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숨지는 경우도 있다. 의사로서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합병증도 생기나.

“협심증을 방치하게 되면 심근경색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혈전이나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완전히 막게 될 수도 있다. 협심증 시술을 받은 환자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합병증은 안정성이나 수축성 협심증 환자를 가리지 않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11개 대학병원의 심혈관센터가 수축성 협심증 환자 2173명을 추적‧관리하는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수축성 협심증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부정맥과 급성 심근경색 등의 합병증이 보고된 적 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이전에 적절한 협심증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이 있나.

“자가 진단법은 없다. 수축성 협심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관상동맥 조영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축성 협심증 의심 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 후 특수약제를 관상동맥에 직접 주입하는 수축유발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대개 약 20분 이내에 안전하게 확정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표준 치료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데.

“동맥경화에 의한 안정성 협심증은 대부분 치료법이 동일하다. 스텐트 삽입술로 관상동맥을 물리적으로 넓힌다. 대개 재발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투약하는 약물과 기간도 정해져 있다. 국제적인 표준 치료법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축성 협심증은 치료법이 다르다. 관상동맥이 물리적으로 좁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에 따라 스텐트 삽입술이나 혈관 확장제를 통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아직 명확한 표준 치료법이 없다. 실제로 미국은 수축성 협심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술 후에 약물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환자들은 약물 투입을 중단하면 협심증이 재발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환자들을 위한 표준 치료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협심증도 예방할 수 있나. 

“평소에 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혈관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은 혈관에 좋지 않다.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침착돼 혈관을 좁아지게 한다. 야채를 섭취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씩 매주 4회 정도 빠르게 걷는 운동이 좋다. 운동의 강도는 봄과 가을에 속옷이 촉촉이 젖을 정도를 권장한다. 과격한 운동보다 낮은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현재 흡연을 하고 있다면, 당장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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