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또 따른 붉은 물결 ‘무통 카데’ [스토리 오브 와인]
  • 유현희 매일일보 유통중기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1 11:00
  • 호수 168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 칸 황금종려상 《기생충》으로 국내와도 인연

영화와 유독 인연이 깊은 와인이 있다. 와인은 영화 속 단역처럼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가 하면 영화 속 장면을 통해 복선을 암시하는 소재로도 활용된다.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 속 와인은 영화만큼 명성을 얻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와인은 영화계에서는 터줏대감으로 불릴 만한 와인이다. 30년간 세계적인 영화제를 빛내온 이 와인에는 ‘칸의 와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화려한 무대에 감독, 배우와 함께 올라 레드카펫만큼 붉은 빛깔을 뽐내는 이 와인은 바로 ‘무통 카데’다.

무통 카데는 1991년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역사는 칸영화제보다 길다. 칸영화제는 1946년부터지만 무통 카데의 시작은 1930년이다. 칸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무통 카데지만 프랑스 와인 명가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에서는 가장 젊은 와인이기도 하다. 무통 카데의 ‘카데’는 막내라는 의미를 지녔다. 무통 카데는 직역하자면 무통의 막내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 가문의 대표 와인은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칠드로 무통의 맏형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그랑크뤼 와인 가운데 유일하게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선 저력이 있는 와인으로 화가와 디자이너를 비롯해 각계 유명 인사들이 직접 참여한 레이블을 담으며 예술을 사랑하는 와인으로 꼽힌다. 피카소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샤토 무통 로칠드의 레이블 디자인에 참여했다. 맏형은 미술을, 막내는 영화를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칸의 와인인 무통 카데는 국내에서도 판매량이 높은 와인 중 하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과 칸의 인연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그동안 유독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거리가 있었다. 일본은 1954년 《지옥문》에 이어 《우나기》, 2018년 《어느 가족》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중국 역시 《패왕별회》를 비롯해 다수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유독 인연이 없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의 어느 감독도 넘지 못했던 칸의 허들을 넘은 것이다.

150개국에 연간 1700만 병 판매

지난해 무통 카데는 칸영화제 공식 후원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황금종려상은 영화 《티탄》이 수상했다. 1991년 코엔 형제의 바톤핑크 수상과 함께 칸의 레드카펫을 붉게 물들인 무통 카데는 무통의 막내지만 이미 형들의 업적을 넘어선 신화를 써가고 있다.

생산량의 80%를 해외에 판매하고 150개국에서 연간 1700만 병이 판매되는 이 와인은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와인이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의 다른 와인들과 달리 매일 마시기에 부담 없는 가격의 ‘데일리 와인’이라는 점에서 ‘무통 카데’가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은 매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열릴 칸영화제의 주인공을 기다리며, 또는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며 맥주 대신 무통 카데를 마셔보면 어떨까.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