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넘어 ‘임플로이언서’로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⑮]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4 12: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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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경험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 읽는 ‘임플로이언서’를 키워라

“우리는 우연히 신발을 팔게 됐을 뿐 본질은 고객 서비스 회사입니다.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미국의 신발·의류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 전 CEO 토니 셰이의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는 틈나는 대로 직원들의 행복을 강조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최고의 복지 혜택을 제공했다. 이런 자포스의 기업문화와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인사와 스타트업의 홍보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실무자들은 스타트업의 홍보 목적은 ‘채용 홍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 큰 기업들과의 인재 유치 경쟁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사와 핏(fit)이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홍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었다. 기업에 적합한 훌륭한 인재 유치 경쟁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직면한 현실이다.

지금은 개인의 성향과 역량에 맞는 기업, 개인의 성장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추세다. 사람들은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직무 정보, 근무 환경, 기업문화 및 복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10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발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 리뷰 사이트와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근무 환경이나 사내 분위기 등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며, 직장인 브이로그나 업무 소개 등 기업 현직자 콘텐츠 영상을 많이 시청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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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통해 기업 브랜딩하는 기업 늘어나

기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이런 추세에 맞춰 인재를 채용하고 이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인재 확보와 함께 직원 만족도를 등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일환 중 하나가 직원을 활용한 고객과의 소통이다. 직원이 직접 기획 및 제작, 출연하는 사내 영상 콘텐츠 생산은 물론이다. 직원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권장하며 정보 제공과 관계 맺기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상장 대박’을 터트린 LG에너지솔루션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취업 준비와 관련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직무직썰, 엔솔人사이드 등 코너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직무를 설명하고, 취업 준비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묻고 답해 큰 호응을 얻었다. GE는 2013년 시작한 직원 홍보대사 프로그램을 통해 800% 이상의 입사 지원자 증가와 함께 소셜 광고를 통해 약 300만 달러를 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홍보대사로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며 적극적인 피드백과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직원이 기업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 기업 브랜딩은 물론 직원에게도 도움이 된다. 우선,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솔직하고 인간다운 면모를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기업이 아닌 직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간적인 친근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투명한 이미지와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직원의 경험을 통해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면 직원 역시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고, 다른 직원의 참여도 이끌어내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자포스는 직원인 자포이안(Zappoians)이 단순한 회의부터 화려한 의상까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한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권장한다. 고객에게 브랜드의 일상적인 운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자포이안들은 ‘기업문화’란 해시태그(#CompanyCulture)를 사용해 자포스의 공식 트위터 페이지에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 자포스 직원들의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고객과 직원 모두 자포스 문화의 일부가 됐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의 ‘무신사TV’는 무신사 직원들의 패션을 보여주는 무신사 출근룩과 직무별 직원의 일과를 보여주는 리얼 잡로그 코너를 선보여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국의 델 테크놀로지스는 직원들의 브랜드 옹호를 독려하기 위해 직원 중심의 소셜 공유 콘텐츠 전략을 만들고, 직원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이용해 콘텐츠를 고객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의 80%가 조직의 열정을 강조하는 것이며,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브랜드 지지와 충성도를 높였다.

 

기업 광고보다 직원들의 메시지 더 신뢰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향상을 위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가 얻는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뒷돈을 받고 ‘뒷광고’를 한 불법 사례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고객의 브랜드 선택 기준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9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2019 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53%가 회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가 직원이라고 한다. 많은 고객이 직원이 회사 브랜드를 얼마나 옹호하고 있는지 그 가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경영진이나 광고보다 가족, 친구나 이웃일 수도 있는 직원들의 메시지를 더 신뢰하는 추세다. 브랜드를 진정으로 아끼고 애용하는 사람이 직원이라면 그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어디 있겠는가.

브랜드에 대해 처음 배우는 인플루언서보다 이미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직원의 소셜미디어 역량과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은 기업에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기업들이 ‘임플로이언서’(employee와 influencer 합성어) 브랜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임플로이언서는 가족, 친구나 이웃이 돼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누구보다 친근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고객과 믿을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해진다.

링크드인 통계에 따르면, 기업 채널에서만 할 때보다 직원이 콘텐츠를 공유할 때 브랜드 메시지에 대한 청중이 561% 증가한다. 신뢰할 수 있는 직원 콘텐츠는 고객의 행동을 유도해 매출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직원의 전문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브랜드를 옹호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면 기업과 직원이 모두 성장할 수 있다. 이때 직원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자율적 참여가 필수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임플로이언서 마케팅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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