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은 실험적 시도…촬영 자유로웠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7 10:0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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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협업해 단편영화 제작·공개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제목을 짓기가 귀찮았다는 감독은, 내용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를 제목으로 낙점했다. 20분의 분량에 녹아든 장르는 여럿이었다. 호러로 시작해 무협, 로맨스, 뮤지컬이 버무려졌다. 거장으로서도 용감한 이 시도를 가능하게 한 건 스마트폰 카메라였다. 포커스를 옮겨가는 순간순간을 아이폰 13 Pro 카메라로 구현해낸 박찬욱 감독. 그는 《일장춘몽》으로 구현해 낸 그 ‘영화적인 순간’에 대한 소감을 2월1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밝혔다.

2월18일 《일장춘몽》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Apple
2월18일 《일장춘몽》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 Apple

특별한 영화로 돌아왔다. 애플과 협업하게 된 이유와 과정은.

“2011년 아이폰4로 《파란만장》이라는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었다. 동생(박찬경 감독)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팀 이름으로 단편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 기억이 좋았다. 이번에는 진보된 기술이 탑재된 기계로 새로운 단편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다.”

 

촬영하면서 당시보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것을 느꼈나.

“《파란만장》은 큰 화면으로 감상하기에 적당한 정도는 아니었다. 화질이 깨지는 측면이 있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효과를 의도적으로 넣어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큰 모니터로 보셔도 괜찮은 수준이다.”

 

《일장춘몽》은 첫 사극이자 첫 무협, 첫 마당극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 한 단편에 담은 의도는 뭔가.

“실험적이랄까. 이런 새로운 시도를 장편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 부담이 크다. 단편을 하는 이유도 장편 상업영화를 할 때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맘껏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찍는다고 하니 ‘자유롭다’는 것이 먼저 떠올랐다. 특정 장르가 아니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스토리를 구상하다 보니 마당극과 같은 이야기를 풀게 됐다.”

 

다 같이 군무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촬영 당시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보통 그려놓은 배경 앞에서 장면을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한다. 이번에는 미디어월에 배경을 틀어놓고 촬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나 댄서들이 벽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 안에서 즐기는 것처럼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촬영의 장점은. 특히 이번 아이폰 촬영은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휴대폰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피사체에서 멀리, 멀리에서 가까이 포커스를 옮겨가는 것이 상당히 영화적인 순간인데, 그것이 멋지게 이뤄졌다. 특히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갈 때 뒤를 돌아보게 연출한 장면에서 효과적이었다. 색감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덕을 봤고, 심도 조절을 통해 인물이나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을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촬영 팁이 있다면.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화면을 구성하는지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스마트폰은 실험을 하기 좋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장소에서 찍으면 좋을지 쉽게 시도해볼 수 있다. 어떤 렌즈로 찍느냐에 따른 차이를 음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들이 감독 혹은 배우가 되는 데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나중에 프로페셔널한 환경과 장비를 통해 영화를 찍게 되더라도 (스마트폰 촬영은)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영화와 관련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화면 밝기를 어둡게 설정해 두는 분이 많이 계신다. 《일장춘몽》은 중간 이상의 밝기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다. 가로 화면으로, 되도록 큰 화면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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