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거의 안 맡았다”던 이재명…그가 수임한 형사 40건의 정체
  • 공성윤·이원석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8 10:0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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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변호사’ 수임 형사사건 46건 전수분석…국보법 변론부터 ‘검사 윤석열’과 대결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중범죄 피고인을 변호해 형량을 낮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재판 과정에서 맞붙었던 과거도 판결문을 통해 밝혀졌다. 이를 비롯해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형사사건은 40여 건에 달했다. “형사사건은 거의 안 맡았다”는 이 후보의 말을 반증하는 기록이다.

시사저널은 이 후보가 수임한 모든 형사사건의 1심 판결문 40건(병합사건 제외)을 전부 입수했다. 이는 앞서 본지가 1월26일 보도한, 이 후보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변론한 사건의 판결문 31건이 포함된 것이다. (“‘인권변호사’인가 ‘데블스 에드버킷’인가…이재명 수임사건 전수분석” 기사 참조)

형사사건은 재판부의 성격에 따라 단독부와 합의부로 나뉜다. 단독부는 재판관이 1명이고 합의부는 재판관이 3명 이상이다. 합의부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사형, 무기 등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관할한다. 이 후보가 맡은 합의부 담당 형사사건 중에는 기존에 공론화된 ‘조카 교제살인 사건’ ‘조폭 집단폭행 사건’ 등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특경법) 위반 등 형량이 무거운 범죄도 포함돼 있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한총련 전 대표 변호해 구형량 낮춰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은 친북 성향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전 대표 김대원씨다. 김씨는 건국대 재학 시절이던 1998년 몰래 입북해 ‘8·15 통일대축전’에 참가했다. 이후 북한에 머물면서 통일 투쟁 연합체인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 대표로 활동했다. 2000년 귀국한 김씨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 후보는 다른 변호사 2명과 함께 김씨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섰다.

당초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6년과 자격정지 6년을 구형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1년 1월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당국의 허가 없이 밀입북해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하는 등 수차례 북한을 드나든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적단체인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검찰의 항소 취하로 확정됐다.

또 이 후보는 2000년 국가보안법과 폭력행위처벌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법원에 넘겨진 대학생 A씨를 변호했다. A씨는 앞서 1999년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인정받아 집행유예 중에 있던 사람이었다. 검찰은 A씨가 반미투쟁을 선동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인쇄물을 소지·배포(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했다고 보고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2000년 11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을 무죄 판단했다. 대신 나머지 혐의는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 후보가 변호한 피고인 중에는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를 관리하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뜯은 B씨도 있다. B씨는 “우리 회사는 종합 위락시설과 영화사업, 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으니 1000만원을 투자하면 1500여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163명을 상대로 74억여원을 받아냈다. 불법이득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적용 대상이다. 특히 그 액수가 50억원이 넘어가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해당한다.

검찰은 B씨에게 특경법상 사기죄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2002년 3월 “사기죄가 피해자별로 독립적으로 성립하고 동일 피해자의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 B씨 자신도 사기를 당한 점, 피해자들과 대부분 합의를 본 점 등도 고려됐다.

절반의 승리로 끝난 윤석열과의 대결

이 후보가 맡은 사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게 있다. 2001년 7월 판결이 난 의약분업 관련 사건이다. 이 사건의 1심 담당 검사는 다름 아닌 윤석열 후보였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주임검사였다. 서울지검은 의약분업에 저항한 신상진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적용한 혐의는 공정거래법 위반,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 3가지였다.

검찰은 신상진 전 위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료대란으로 선량한 국민과 힘없는 환자들만 피해를 입는 등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신 전 위원장의 변론을 맡아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의약분업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내놓으려고 애쓴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이 후보와 신 전 위원장은 둘 다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에 몸담았던 인연이 있다.

해당 사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2006년 파기환송심에서 신 전 위원장은 벌금 200만원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사이 정계에 뛰어든 신 전 위원장은 17~20대 국회에서 야당 소속으로 4선을 했다. 지금은 윤석열 캠프에서 공정과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시사저널에 “윤 후보는 수사 과정에서 전혀 알지 못했고 재판장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즉 윤 후보는 기소만 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민주당이 의약분업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출마한 이후 이 후보와는 연락하지 않고 지내왔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언론사 주최 행사에서 만난 이 후보에게 “이십여 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뵀다”고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기억에 없다”며 “형사사건은 거의 (수임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변호사 이재명’이 수임한 사건은 2006~09년 사이에 6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제3자 뇌물죄, 방화·폭행,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중범죄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법조인 대관에 따르면, 해당 시기에 이 후보와 같은 이름으로 활동한 변호사가 1명 더 있다. 시사저널은 이재명 변호사에게 수차례 수임 여부 확인을 요청했으나 “정치 관련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후보 측 김남준 대변인은 “오래된 사건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이 후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치활동을 주로 했기 때문에 함께 사무실을 운영한 다른 변호사가 대부분의 사건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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