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2년, 가요계 새 역사 썼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9 13: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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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50주째 1위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 연일 위상 높아져

임영웅은 2020년 3월14일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터트롯》의 진에 올랐다. 그 순간 한국 오디션 사상 최고의 스타, 한국 대중문화계의 역대급 스타가 탄생했다. 2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그의 위상은 굳건하다. 

《미스터트롯》 방영 당시에 국민적 관심이 몰렸다. 결승전에 국민문자투표 773만 콜이 폭주해 시스템이 마비됐다. 결국 진 발표를 뒤로 미루는 방송 참사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이것이 제작진 탓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이해했다. 예능계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문자투표가 쇄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거란 인식이다. 듣도 보도 못한 국민적 열기였다. 10%만 넘어도 예능 대박이라는 시대에 35.7%라는 시청률이 찍혔다. 

그런 열기 속에서 국민이 선택한 진이 바로 임영웅이었다. 그가 《바램》으로 등장했을 때 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시작된 바람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 이르러 태풍이 됐다. 이때 임영웅은 우승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성인가요 역사상 처음 보는 거대한 팬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보랏빛 엽서》는 대관식의 순간이었다. 죽은 노래도 살린다는 임영웅의 감성 마법이 발휘됐다. 원곡자인 설운도는 “제 노래가 이렇게 좋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오디션이지만 마치 스타의 개인 콘서트 같은 열기였다. 관객석에서 앙코르까지 터졌다. 진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진의 자리에 올랐다. 가요계 최고의 스타가 세상에 나왔다. 

ⓒ웰메이드 제공
ⓒ웰메이드 제공

2년간의 놀라운 행보 

《미스터트롯》의 이례적인 인기는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 후속 프로그램의 인기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TV조선 오디션의 성공 이유로 AS를 든다. TV조선만 오디션 사후 프로그램들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그건 오해다. 다른 방송사들도 저마다 오디션 사후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다만 시청자가 외면해 흐지부지됐을 뿐이다. 

오직 TV조선 오디션의 사후 프로그램만 인기를 모았는데 그 중심에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 학당》이 있다.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의 스타성이 후속 프로그램까지 살린 것이다. 《사랑의 콜센타》에서 임영웅은 수많은 커버곡을 통해 진의 위상에 걸맞은 가창력을 인증했다. 《뽕숭아 학당》을 통해선 연예인으로서의 끼와 예능감을 보여줬다. 스타성이 폭발했다. 

임영웅의 기이한 스타성은 광고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임영웅이 쌍용차 SUV 광고모델로 나서자 광고영상 조회 수가 즉각 100만 회를 넘고 판매실적도 전월 대비 53%나 증가했다. 웰메이드 CM송 영상에서 입은 셔츠는 판매량이 광고 직후 510% 증가했다. 청호나이스 정수기는 임영웅 광고 직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티바두마리 치킨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는 월평균 176건이었다.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한 후 5000건을 넘어서며 국내 치킨업계 전체 언급량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2020 트롯 어워즈’ 인기상 투표에 2791만6337표가 몰렸는데 그중에서 임영웅이 1824만여 표를 획득해 남자 인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인기상 송가인은 16만여 표를 받았다. 이제 임영웅이 트로트 부문에서 1위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뉴스도 되지 않는다. 놀라운 건 다른 부문에서도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점이다. 

현재 임영웅은 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50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미스터 트롯》 우승자가 아이돌 차트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는 제작진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50주 연속 1위를 하고 있고, 워낙 압도적인 위상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나만 믿어요》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유튜브에서 기록적으로 롱런하며 한국 유튜브 최고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미스터 트롯》 출신자가 뉴미디어인 유튜브를 석권할 거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영웅은 지금 천만 영상을 33개 탄생시켰다. 《사랑은 늘 도망가》는 OST 차트와 노래방 차트를 휩쓸고 있다. 임영웅이 부른 노래들이 역주행으로 엄청난 저작권료를 발생시키면서 수많은 작곡가, 작사가가 혜택를 받는 임영웅 낙수효과가 나타났다. 

임영웅과 그 팬덤은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선다. 《미스터트롯》 이후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앨범도 없기 때문에 스타성에 비해 소득이 적은데도 임영웅은 기부를 이어갔다. 최근엔 강원·경북 산불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임영웅 팬들도 하루 정도 만에 2억6000만원을 모아 기부했고, 팬클럽 지부별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미스터트롯》이 방영될 때부터 지금까지 중단 없이 기부 릴레이를 펼치며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스터트롯》 결승전에 오른 7명ⓒTV조선 제공

새로운 팬덤 문화 만들어 

이런 신드롬의 원인은 임영웅의 매력이다. 그의 놀라운 매력이 수많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단 가창력이 엄청나다. 힘으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 완급 조절로 편안하고 안정되게 감성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많은 이에게 위안이 됐다. 코로나19로 황폐해진 시대를 위로해준 것이 바로 임영웅의 목소리였다. 그의 노래를 듣고 우울증이 치유됐다는 사람까지 있다. 

거기에 더해 어떤 스타일도 소화하는 외모의 매력도 출중하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잔망미, 예능끼가 팬들을 더욱 사로잡았다. 무명 시절부터 선행을 이어온 마음씨와 선하고 바른 이미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홀로 된 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살아온 스토리,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심 등도 그의 매력을 뒷받침한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는 점도 그렇다. 트로트 오디션 출신자지만 트로트에 한정되지 않는 음악성이다. 발라드, 흑인음악, 팝음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데 특히 한국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편안한 성인가요 스타일을 대단히 잘 구사한다. 그 결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불세출의 스타 중 한 명이 됐다. 

오디션 스타가 오디션 후 2년이 지났는데도 그 위상을 유지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성인가요 가수가 한류 아이돌들을 제치고 (적어도 국내에선) 방탄소년단급이 된 것도 그렇다. 임영웅은 그렇게 상상을 뛰어넘는다. 젊은 가수로서 KBS에서 초대가수 없는 단독 콘서트를 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역사다. 이 모든 것이 앨범 한 장 없이 거둔 성과다. 올해 앨범을 내고 코로나19 종식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또 어떤 역사가 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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