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콧물·코막힘…봄철 주의해야 할 3대 질환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3 14: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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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 조심⋯꽃가루·미세먼지 피하고 환기도 자주 해야 
ⓒ시사저널 최준필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다.ⓒ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새봄을 맞아 운동과 여행 등 외부활동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교차가 큰 환절기니만큼 각종 질환에 취약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 봄에 주의해야 할 3가지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

원인 물질 피하는 회피요법이 중요한 예방법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단순 감기, 독감, 축농증으로도 생기는데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 하루에 1시간 이상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과 같은 증상이 이어질 때 비염 진단을 받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으로는 꽃가루, 미세먼지,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털 등이 있다. 이런 물질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대다수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부모 모두 또는 한쪽이라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녀에게서도 그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신이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면 해당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강주완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항원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치료인데 이를 회피요법이라고 한다. 봄철에 주로 날리는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기상예보 등을 참고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편이 좋다. 특히 꽃가루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그 수가 많으므로 해당 시간에는 외출을 삼갈 필요가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 예보를 확인하고 외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해서는 옷을 잘 털고 손발을 씻는 것도 증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콧속을 씻어주면 알레르기 물질이나 염증반응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집먼지진드기와 애완동물 털을 피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며 침구류·카펫과 천으로 된 의자·옷·인형·쿠션 등에 서식한다. 이런 제품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야외에서 털거나 뜨거운 물로 세척하면 집먼지진드기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사람이 움직일 때 집먼지진드기는 공기 중으로 퍼져 다른 곳으로 이동하므로 매일 30분 정도 환기할 필요도 있다. 환기나 제습기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것도 집먼지진드기 번식을 막는 방법이다.

애완동물 피부에서 떨어지는 털뿐만 아니라 비듬·소변·타액도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애완동물을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반려동물 접촉으로 인해 눈물, 눈 가려움, 콧물, 재채기, 기침, 호흡곤란 등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심하면 기관지 경련이나 천식 발작 등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회피요법과 생활수칙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약물(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 등)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은 증상이 있을 때만 이따금 사용하기보다는 증상이 지속되는 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편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정재우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그래도 증상이 심한 경우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시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면역요법이란 해당 알레르기 항원을 단계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체에 노출시켜 면역을 얻는 치료법이다. 일반적으로 3~5년 정도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80~90%의 환자에게서 수년간 지속적인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 정재우 교수는 “알레르기 면역요법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극소량부터 시작해 조금씩 양을 늘리며 투여해 과민반응을 점차 줄여나가는 치료법이다.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는 동물 털 항원을 이용해 장기간 주사를 맞으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인지하고도 그냥 지나치게 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초미세먼지 지수가 매우 나쁨을 보인 2020년 12월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호흡기질환

환기로 실내 온도·습도 조절 필요

호흡기질환은 사계절 발생하지만 봄철에는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1년 중 겨울과 봄 사이에 가장 농도가 짙다. 이런 물질은 기관지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하부 기관지까지 침투해 폐도 손상시킨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킨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위험까지 커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현우 서울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 약 583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상승하면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만 여겨지던 미세먼지와 폐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입증해 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비흡연자라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시지역 거주자는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폐 건강을 주기적으로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KF80 이상)를 착용하는 것이 호흡기질환 예방법이다. 실내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사람이 움직일 때는 물론이고 특히 음식을 조리할 때 상당량의 미세먼지가 나온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고 해서 문을 닫고 온종일 실내에서만 생활하기보다는 이따금 환기로 실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

환기는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와 습도는 호흡기질환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기관지는 실내 습도가 낮으면 건조해져 방어력이 떨어진다. 전문의들이 기관지 건강을 위해 권장하는 실내 온도는 약 20도, 습도는 50% 이하다. 또 충분한 수분 섭취도 호흡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박혜정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물을 충분히 마시면 인두부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한다. 이는 세균과 바이러스 공격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도에 붙은 세균이나 먼지를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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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에는 특히 심혈관질환을 유념해야 한다.ⓒ시사저널 임준선

심혈관질환

체지방 줄이고 근육 늘려 적정 체중 유지

일교차가 큰 날에는 심혈관질환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따뜻한 실내에서 생활하다가 보온이 되지 않는 옷을 입고 갑자기 쌀쌀해진 외부로 나갈 때 문제가 발생한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혈관 기능에 장애가 생기며 혈액이 잘 응고돼 심장혈관을 막기도 한다. 최의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겨울 동안 야외활동이 부족해 혈관의 적응기가 없는 상태에서 급격하게 활동이 늘어나면 혈압 상승, 혈관 수축, 혈액 응고 등이 더 급격하게 일어나 급성 심근경색증, 뇌졸중, 급성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일교차뿐만 아니라 봄철에 짙어지는 미세먼지도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 기관지를 거쳐 폐까지 침투한 미세먼지가 혈관으로 흘러들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환절기에 걸리기 쉬운 독감과 폐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다. 독감과 코로나19 감염은 급성 심근염과 같은 위험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에게는 급성 심근경색증, 심부전, 부정맥 발생 위험성을 높이기도 한다.

전문의들이 권장하는 심혈관질환 예방수칙을 정리하면 7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일과 중 기온 변화에 대비해 얇은 옷을 여러 벌 입어 온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둘째,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 운동을 나가는 경우 스트레칭을 포함한 준비운동을 반드시 한다. 셋째, 스마트폰에 날씨, 대기 미세먼지, 황사 농도를 알려주는 앱을 설치해 위험 신호가 나오는 날은 야외 운동을 삼간다. 넷째, 독감·폐렴·코로나19 백신의 이상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없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 감염증으로 인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다섯째, 비타민D의 체내 생성을 위해서는 햇볕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되므로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반드시 바르고 낮 시간에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이나 영양제로 비타민D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섯째, 음식은 싱겁게, 생선과 채소는 충분히 섭취하고,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해 위험을 관리한다. 일곱째, 식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좋은데, 끼니마다 밥 2~3숟가락만 적게 먹으면 열량 500kcal를 덜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정 체중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밥을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 살을 뺀다고 해서 심혈관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적정 체중 유지란 체지방량을 줄이되 근육량은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육량을 증가시키거나 체지방량을 낮추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 반대로 근육량을 낮추거나 체지방량을 늘리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는 최근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3~18년 성인 약 372만 명을 대상으로 체지방량·근육량 변화와 심혈관질환 발생 연관성에 대한 코호트 분석을 해봤더니 체중에 변화가 없더라도 체지방이 증가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컸다.

반면 근육량이 증가한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낮았다. 즉 건강한 식단이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지방량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면 젊은 성인들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박상민 교수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이득이 가장 크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성분 중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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