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온라인 車 구매, 온도 차는 ‘극과 극’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2.04.14 07:3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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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이어 벤츠·BMW도 온라인 판매 나서
현대차그룹은 신차 온라인 판매 ‘군침만’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구매가 최근 대세다. 자동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인 탓에 예전에는 실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차량을 직접 보지 않고도 각종 영상매체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구매에 따른 부담이 감소했다. 또한 자동차 기업들이 일반 고객 대상 시승차 체험 기회를 확대하면서 차를 살 때 오프라인을 고집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자동차 온라인 구매 확산을 부채질했다.

수입자동차 업체들은 온라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업계의 경우 최근 시장 진출을 확정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온라인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며, 기존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freepik

자동차 온라인 거래액만 연 3조원대

온라인 자동차 구매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온라인 쇼핑동향’을 살펴보면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거래액은 지난 2019년 1조3469억원, 2020년 2조1845억원, 2021년 3조3170억원으로 매년 1조원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1.8% 증가하며 모든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도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46.8% 성장하며 문화 및 레저서비스(51.1%)에 이어 증가율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자동차 온라인 구매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입차 브랜드 영향이 크다. 특히 100%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는 테슬라코리아 판매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온라인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코리아는 1만7828대를 판매하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에 이어 수입차 4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국내에서도 100%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구동방식, 내장재, 색상, 휠 등 원하는 사양을 골라 주문할 수 있으며 결제를 마치면 자택까지 배송해 준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숍을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벤츠코리아는 온라인 숍을 통해 신차·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작년 말까지 약 500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는 온라인 채널 ‘BMW 온라인 샵’을 통해 한정 에디션을 판매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 모델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출시한 차종 대부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MW 한정판 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판매 시작 후 수분 내 대부분 매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앞서 온라인 플랫폼 ‘11번가’와 협업해 티구안 사전계약을 실시했으며, 1주일 만에 1차 물량인 2500대 예약을 모두 완료했다. 지난해 말 국내 출범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코리아도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100%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올해 초 출시한 폴스타2는 온라인 사전계약 1주일 만에 연간 판매 목표인 4000대를 넘기며 완판됐다.

중고차 업계에서도 온라인이 대세다. 올해 초 중고차 시장 진출길이 열린 현대차그룹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모바일 앱 기반 가상전시장에서는 상품검색 및 비교, 견적, 계약, 출고, 배송까지 구입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가상전시장에서 차를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한다. 또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차량을 체험하는 것처럼 생생한 실체감을 제공하기 위해 오감정보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컨시어지를 도입한다. AI 컨시어지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추천받을 수 있고, 중고차 입고부터 품질검사, 상품화 과정, 전시 등 전 과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오감정보 서비스의 경우 360도 가상현실(VR)을 통한 차량 내외관 상태 확인은 물론,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한 시트 질감과 타이어 마모도와 같은 촉감 정보, 차량 냄새 평가와 흡연 여부, 차량 엔진소리 등 후각 및 청각 정보도 제공한다.

 

중고차 판매에서도 온라인이 대세

기존 중고차 기업들도 온라인 영역을 키우고 있다. 케이카는 지난 2015년 이커머스 서비스 ‘내차 사기 홈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꾸준히 사업을 확장한 결과 지난해 매출 73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4.1% 성장했다. 케이카 온라인 판매 서비스는 전체 매출 기준 38%, 판매대수 기준 45%를 차지했다. 롯데렌탈도 올 하반기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다. 현재 경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중고차 물량이 연간 5만 대 수준인데, 온라인 판매를 통해 사업 규모를 4배 이상 키울 방침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그룹은 신차 온라인 판매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노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판매노조의 경우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온라인 판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온라인 판매를 준비했던 기아 전기차 EV6는 결국 노조 반대로 인해 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내 신차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차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언급한 테슬라, 폴스타의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온라인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차 캐스퍼도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한 덕분에 노조 영향을 받지 않아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바 있으며, 사전예약 첫날 1만8940대를 기록하며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가장 높은 계약고를 올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온라인 자동차 구매는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클릭 한 번으로 집에서도 자동차를 살 수 있어 편리하고, 기업 입장에선 오프라인 판매 네트워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우리도 노조 이기주의로 인해 더 이상 시대에 뒤처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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