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왕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다 [스토리 오브 와인]
  • 유현희 매일일보 유통중기부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30 12: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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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 와인 ‘아발론’

지난 3월 초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막을 올렸다. 아더왕은 유럽에서 예수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왕위를 찬탈당한 아버지는 아더왕에게 왕족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는 바위에 박힌 검이자 왕의 상징인 ‘엑스칼리버’를 뽑은 후 왕위에 오른다. 그는 수많은 전쟁에서 거듭 승리했지만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다. 부상을 치료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그가 찾은 안식처가 있다. 바로 ‘아발론’이다.

캘리포니아 대표 와인인 ‘아발론(AVALON)’은 아더왕의 전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발론 와인은 아더왕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 장소인 아발론과 무척 닮았다. 아발론은 우선 “프리미엄 와인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와인 메이커 데릭 벤햄은 고대 제조 방식과 현대 기술을 조합해 가성비 높은 프리미엄 와인을 매일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발론의 국내 판매가격은 1만원대다.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지인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에서 수확한 고품질의 카베르네 소비뇽만을 사용한다. 와인 품평회 중 하나인 RIWC(리버사이드 국제와인대회)에서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 최고 부문인 ‘Great Accolade’로 선정되며 품질도 인정받았다.

실업 위기에서 와인에 눈뜬 양조자

아발론 와이너리는 1991년 설립됐다.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지만 아발론이 각종 대회에서 인정받으며 캘리포니아 대표 와이너리로 부상했다. 아발론 와이너리는 유기농으로 포도를 생산하고 양조시설도 친환경을 고집한다. 태양열을 이용해 시설을 운영하고 물을 재사용하는 것도 아발론의 자연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발론 와인을 만든 데렉 밴햄의 파란만장한 삶도 아더왕과 닮았다. 많은 난관을 뚫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았지만 좀 더 저렴하고 좋은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와이너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아발론 와인을 만든 데렉 밴햄은 가족이 피스타치오 나무와 포도밭을 가꾸던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밸리에서 자랐다. 데렉은 대학 졸업 후 로다이의 와이너리에서 영업직으로 와인 업계에 입문한다. 그가 와이너리에 입사할 당시 미국은 치솟는 금리와 높은 실업률에 직면해 있었다. 자연히 와인을 마시는 이들도 줄어들었다. 그 역시 언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절망하는 대신 거리로 나섰다. 와인 한 상자, 판매 시트, 전화번호부를 들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식료품점, 레스토랑, 와인숍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새로운 판매처를 확보한 그는 처음 입사한 와이너리에서 총괄 매니저 역할을 맡았고 6년 동안 근무했다. 데렉은 그가 구축한 영업망을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와인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1990년 독립한 데렉은 아발론 성공 이후 다양한 와인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으며 호평을 받았다.

아발론은 국내에서 중식과 어울리는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연복 셰프가 홍보대사로 나서며 중식과 아발론의 마리아주를 소개한 것이 ‘중식 와인’으로 자리매김한 계기다. 오늘 저녁 메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꿔바로우에 아발론을 함께 즐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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