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에 웃고 우는 기업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4 07:30
  • 호수 169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해제 두고 기업마다 다른 손익계산서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착점에 다다르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이 코로나19로 시름했지만, 이른바 ‘코로나 특수’로 일부 업종과 기업은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이들의 처지는 180도 뒤바뀌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실상 코로나 특수가 끝나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업계마다 시장이 과포화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해제 1주 차에 전국의 이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4월27일 통계청이 제공한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거리 두기 해제 1주 차(4월18~24일) 전국 이동량은 2억4929만 건으로 전주(2억4077만 건) 대비 3.5%(852만 건) 늘어났다. 수도권은 전주 대비 2.9%, 비수도권은 4.3% 증가했다. 거리 두기 전면해제 이후 비수도권으로 향한 나들이객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 최준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해제된 4월2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숨통 트인 항공·화장품·극장가 

이처럼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관광 및 여행업계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특히 해외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의무 해제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항공사들은 증편을 단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인천-세부, 인천-클락 등 국제선 14개 노선에서 174회를 운항할 계획이다. 현재 8개 노선, 88회 운항 중인 점을 감안하면 노선은 75%, 횟수는 98% 늘어난다. 에어서울과 티웨이항공도 이달부터 국제선을 증편할 계획이며, 다른 노선 운항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 증편 허가를 받았다. 두 항공사는 4월 대비 5월 각각 주 16회, 주 4회 증편한다. 대한항공은 LA·파리·런던 등의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LA·프랑크푸르트·런던 등의 노선을 증편할 계획이다. 국토부 역시 5월부터 국제선 정기편을 증편해 지난달 주 420회 운항에서 5월 520회, 6월 620회로 늘릴 계획이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묶여있던 국제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자에 시달렸던 항공사들은 내년쯤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장품업계는 새 정부가 5월 하순부터 ‘실외 마스크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화장품업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화장품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코로나19로 K뷰티의 큰손인 중국인들의 입출국도 막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부진하던 립스틱 제품 등 색조화장품 판매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에서는 4월1~14일 색조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다. 아울러 4월 진행된 봄 정기세일에서 현대백화점 색조화장품의 경우 전체 매출의 45.1%를 차지했다. CJ올리브영의 색조화장품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3% 뛰었다. 

4월18~21일까지 화장품 대장주인 LG생활건강은 주가가 7%가량 올랐다.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토니모리 등 화장품 관련 기업의 주가도 4~8%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거리 두기 해제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화장품주에 투자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어던 영화관도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거리 두기 해제와 발맞춰 영화관 관객 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월25일 하루 관객 수는 6만3997명으로, 전주 월요일 5만2548명보다 21.7%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월 마지막 월요일(29일)의 48만 명에 비하면 13% 수준이지만,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는 좌석 띄어앉기를 해제했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지출 확대와 보복소비 등으로 식음료·엔터·여행·레저·패션 업계가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일상 회복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그동안 코로나19로 눌려있던 소비심리가 급증할 것”이라며 “위축된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지만, 코로나19 종식을 앞두고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다”고 설명했다. 

4월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LCC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연합뉴스

배달앱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누린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앱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정부가 거리 두기를 해제한 4월18~21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이용자(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는 총 1855만27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같은 기간의 2354만8876명보다 약 21.2%(499만6101명) 급감한 수치다. 거리 두기 해제로 외식이 증가하면서 배달 주문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앱이 더 이상 코로나19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년간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출혈경쟁과 적자를 마다하지 않으며 외형 성장에만 집중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매출 2조원을 돌파했지만, 7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14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3년 연속 적자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최근까지 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만큼 적자 상태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또 다른 시험대에도 올랐다. 지속적인 적자에 위기의식을 느낀 배달앱 업계는 출혈경쟁 속에서도 미뤄왔던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비 및 배달 수수료에 대한 불만까지 분출됐다. 일부 자영업자는 배달앱 보이콧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자사앱 강화에 나섰다. 이 때문에 향후 배달앱들의 수익모델 다변화가 핵심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성장 한계를 맞으며 시장 악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으며, 이 소식에 4월19일 주가가 25% 폭락했다. 가입자 증가가 둔화되자 넷플릭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공유 금지’ ‘광고 요금제’ 등을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도 사고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가입자 확보와 요금 인상 외에 추가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음식 배달앱은 3개월째 이용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해제된 4월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대기 중인 배달 오토바이 모습ⓒ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 특수’ 누린 기업, ‘엔데믹 시험대’ 올라 

업계에서는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국산 OTT도 고심이 깊다.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28%, 750% 늘었지만 동시에 영업손실이 각각 230%, 1130% 급증했다.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이들 기업에는 악재다. 이 때문에 OTT 업계가 출혈경쟁보다는 대대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엔데믹이 가까울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네이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1%, 4.5%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각각 4.3%, 14.1% 감소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예상 평균치)를 하회하는 실적이다. 카카오 역시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증권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한때 85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엔데믹과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먼저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비대면 특수를 크게 누렸던 IT 기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들의 성장률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IT 기업들은 몸집이 커지면서 인건비도 늘어났다. 네이버는 2020~21년 채용으로 전체 인원수가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올해 연봉 재원을 10% 인상한 것이 소급 적용되면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났다. 카카오 역시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 15%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비대면 수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IT 기업 임원은 “일명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2년 동안 이들 기업의 사업모델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엔데믹으로 갈수록 대안은 많아지고, 시장의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대면 기업들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를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