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마케팅의 찰떡 콜라보로 고객에 손짓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2 07:3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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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업계 대세로 자리 잡은 ‘게이미피케이션’ 눈길
직접적인 참여 유도, 재밌게 즐기는 브랜드 경험

제58회 백상예술대상의 틱톡 인기상 투표가 4월29일까지 8일간 진행됐다. 틱톡은 백상예술대상의 협찬사이자 디지털 생중계를 진행하는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기업이다. 인기상 투표는 틱톡 앱에서만 진행했기 때문에 틱톡 앱이 있거나 다운로드해 계정을 생성해야 참여가 가능했다. 틱톡은 1인 1일로 투표수를 제한했지만, 투표 페이지 공유 때는 추가 투표권을 제공했다. 또 백상예술대상 틱톡 계정을 팔로우할 경우 추가 투표권을 제공했고, 매일 자정에 투표권을 리셋하고 매일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관람 티켓을 제공했다.

팬들의 투표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소셜미디어와 팬 커뮤니티에서는 투표 방법을 안내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일부 팬덤에서는 백상예술대상과 틱톡을 해시태그하고 인기상 투표 관련 게시물을 서로 공유하며 응원하는 후보자의 수상을 위해 열띤 투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틱톡은 인기상 투표를 통해 전반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앱 다운로드를 통한 신규 가입자 유입, 사용자 앱 활성화,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협찬한 백상예술대상의 홍보 효과까지 누린 셈이다.

틱톡 앱을 통해 진행된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투표 모습ⓒ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게임적 요소로 고객 욕구 자극

틱톡이 진행한 투표 방식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았다. 투표에 참여하는 재미와 경쟁심리, 그리고 보상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1회 참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투표권을 리셋하고 투표 페이지 공유라는 도전 과제를 통해 추가 투표권을 제공해 투표를 더 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자를 응원하는 참여자의 경쟁심리를 자극해 틱톡 앱을 계속 방문하게 만들고 대규모 상호작용을 유도했다.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여자의 자발적인 홍보 활동은 브랜드의 인지도는 물론 가시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게임이 아닌 상황이나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통합하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또는 게임화라고 한다. 참여 수준과 관심을 높이고 특정 행동을 취하도록 권장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데 게임의 작동 방식과 사고방식을 접목하는 것으로 교육과 마케팅 캠페인 등에 많이 활용된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와 부루마블 씨앗사가 협약을 맺고 제작한 보드게임 ‘부루마블 대한독립’ 에디션이 10여 분 만에 완판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부루마블 대한독립’은 일제 강점기 역사를 게임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할 뿐 아니라, 역사 지식이나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고취시킬 수 있다.

마케팅에서 게임화 전략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부와 외부 고객 모두의 관심을 끄는 데 유용하다. 몰입감 있게 잘 조직해 게임화된 마케팅 활동은 고객에게 재미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를 잘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참여 활동이나 수준을 개선해 더 많은 고객 전환을 유도하는 등 마케팅 활동의 궁극적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업에서 내부 마케팅을 강화하고 외부 고객 참여와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게임화를 활용하는 이유다.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기업 SAP의 ‘로드워리어’는 글로벌 영업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게임화한 것이다. 직원은 고객 상담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제공되는 질문에 답하고 포인트와 배지를 획득해 다음 레벨을 잠금 해제할 수 있다. 동료에게 도전해 경쟁할 수도 있다. 영업직원은 즐겁게 학습하며 새로운 정보 획득 및 서비스 제안과 고객 상호 작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게임처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많다. 경쟁심리를 활용하면 도전 의식이 생기고, 협동심을 활용하면 협업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게임 요소가 접목된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교육이나 홍보처럼 느껴지기보다 재미있는 놀이나 도전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다른 방식보다 고객 접근에 유리하다. 동일한 제안이나 접근 방식이더라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데 게임 요소로 인해 사람들은 흥미롭게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특정 행동을 강요받는다는 인상을 덜 받을 수 있다. 거기에 보상 노력을 적절히 추가하면 목표 고객에게 동기부여가 돼 기대하는 행동을 더 잘 이끌어낼 수 있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 경험으로 참여가 개선되고 고객 전환율이 높아지는 식이다.

LG전자는 서울 성수동과 부산 광안리에서 금성오락실을 운영한다.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게임부터 LG전자 올레드TV로 즐길 수 있는 최신 온라인 게임 및 콘솔 게임을 제공한다. 성수동 금성오락실은 MZ세대에게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며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 씽큐 앱의 기능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씽큐 방탈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LG 씽큐 앱을 사용해 부엌, 거실 등 각 테마공간에서 각종 가전을 제어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서를 획득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LG전자가 2021년 10월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픈한 금성오락실은 뉴트로 콘셉트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연합뉴스

각종 혜택으로 동기부여해 참여 유도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 앱에서 게임형 콘텐츠 ‘올리 키우기’를 선보였다. 송금, 상품 가입 등 올원뱅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 참여하면 적립되는 ‘올원 캔디’를 사용해 농협은행의 캐릭터인 ‘올리’와 ‘원이’를 육성할 수 있다. 또 콘텐츠에 참여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획득한 포인트는 농협 계열사에서 결제할 수 있고 현금으로 환급도 가능해 고객은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와 금전적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앱은 출석체크, 해피게임, 1일 1커피 챌린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포인트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즐거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경험이나 마케팅 활동에 게임화된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고객 확보와 고객 데이터 수집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게임은 재미있는 것으로 연상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노출하는 광고보다 거부감이나 저항 같은 감정적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즐거운 경험을 할 기회가 생기면 복잡한 생각이나 걱정을 거두고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기존 고객의 유지와 충성도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게임 요소가 제공하는 재미와 참여 수준의 향상은 브랜드와 연관돼 종종 긍정적인 감정과 결과로 이어진다.

게임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는 2021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를 약 1803억 달러로 발표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게임은 기업이 모든 연령대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다. 기업은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방식을 단순화해 도달 범위를 확장하고, 보상 획득 욕구를 자극해 참여를 높이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게임화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든 마케팅 전략이 그렇듯이, 게임화 역시 잘 설계해 실행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기대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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