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보다 더 심각한 ‘코로나 후유증’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1 10: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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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포그’(인지장애) 등 롱코비드, 국내 환자 170만 명 전망
5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경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을 롱코비드로 정의한 바 있다.  

왜 코로나19는 장기 후유증을 보일까. 치료 후에도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복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20년 5월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경도·중등도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주기적으로 분변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4월16일 대상자 중 12.7%가 완치 판정을 받고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분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3.8%는 7개월까지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위장관을 감염시킨 상태로 체내에 잠복한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롱코비드는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는 코로나19 환자 15만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완치 11~12개월 후에도 후각·미각 상실(16.6%), 기억력 저하(14.6%), 만성피로(13.6%)를 겪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던 사람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보다 롱코비드를 겪을 위험이 2배 컸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다음 날인 4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다음 날인 4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인지장애 따른 치매·뇌졸중 위험 증가

지금까지의 연구로 밝혀낸 롱코비드 증상으로는 만성피로, 숨 가쁨, 기침, 근육통, 흉통, 후각·미각 상실, 인지장애(브레인 포그) 등 신체적 현상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감과 같은 정신적인 증세도 있다. 세계 의학계는 여러 롱코비드 증상 가운데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주의 깊게 살피는 중이다. 브레인 포그는 ‘안개 낀 뇌’라는 뜻으로 질병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미국 마운트시나이아이칸의대 신경과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18세 이상 7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4분의 1이 확진 7~8개월 뒤 브레인 포그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평균연령 49세인 이들은 감염 후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아나필락시스 같은 과도한 면역반응에서 생긴 염증이 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브레인 포그의 원인을 찾으려는 후속 연구가 진행됐고, 뇌혈관 장벽의 손상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 뤼베크대와 프랑스 릴대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브레인 포그의 원인이 뇌혈관 장벽 손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보고했다. 뇌혈관 장벽은 뇌와 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벽으로 뇌에 바이러스 등 병원체나 독성 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을 조사한 결과 미감염 사망자보다 손상된 미세혈관의 양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브레인 포그 등 인지장애가 일어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뇌졸중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롱코비드가 모든 사람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증세가 심해 입원했던 사람일수록 롱코비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적인 의학지(랜싯)에 코로나19 입원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롱코비드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영국 내 병원 39곳에 입원한 807명의 코로나19 환자 중 1년 이내에 회복한 사람은 28.9%에 불과했다. 영국 레스터대 의대 호흡기내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브라이틀링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롱코비드는 새로운 장기 질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대니 앨트만 면역학 교수도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 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후) 롱코비드가 앞으로 과학계에서 대단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단기적인 호흡기 감염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위협 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롱코비드의 원인, 증상, 치료방법 등을 제대로 찾기 위해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9월부터 성인과 소아·청소년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롱코비드 연구에 돌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월3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내 14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네트워크를 통해 60세 미만 확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후유증 조사를 진행 중이고 올 하반기쯤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롱코비드 양상이 환자마다 제각각이어서 증상을 카테고리로 묶고 그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하반기에 소아·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단·장기 후유증 관찰 연구를 개시하고 롱코비드 환자를 진료하는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탈모·후각장애 등 다양한 증상 나타나

이미 일부 병원은 개별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감염 이후 후유증 발생률이 독감 환자의 1.09배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 확진자의 후유증 발생률은 39.9%로 독감 환자의 후유증 발생률인 36.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은 후각장애가 가장 많았고 기관지확장증, 탈모, 심근염 순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후유증은 감염 이후 초기 3개월 동안 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 10명 중 9명이 롱코비드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북대병원은 2020년 9월 코로나19 환자 57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91%가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 불면, 기억 상실 등 신경학적 증상은 다른 증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외국의 연구 결과처럼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던 사람에게서 롱코비드가 많이 발생한다. 연세의료원이 2021년 4월부터 10월까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중증도에 따른 후유증을 조사한 결과, 경증보다 중증에서 후유증 발생이 높았다. 경증 환자에게서는 피로감, 중증 환자에게서는 호흡곤란이 가장 흔했다. 또 전체 대상자의 3개월째 후유증 평균 발생률은 약 20%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4월19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코로나19 회복 클리닉’에서 관계자들이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롱코비드 진료 지침 서둘러 마련해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3차 접종자와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보통 4주면 회복하는데 3개월이 지나도 마른기침, 체력 저하, 체중 감소 등 ‘포스트 코로나19 급성 후유증’(PASC)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또는 심하게 앓았던 사람일수록 롱코비드가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에 걸린 후 폐, 심장, 신장, 근육, 뇌, 관절 등에 염증이 생겨 후유증이 발생한다. 후유증은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인지장애와 같은 정신적 후유증도 있다. 감염자가 소수라면 모르겠는데 국내 확진자가 1700만 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170만~300만 명이 롱코비드를 경험할 것이다. 1년 이후까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롱코비드로 인해 고령자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고 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생긴다. 이를 막는 것이 정부의 숙제”라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3월부터 코로나19 증후군 클리닉을 개설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교수는 “롱코비드 전담 클리닉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폐 섬유화나 폐 기능 이상을 보는 정도일 뿐, 사실 적절한 치료법은 마땅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롱코비드 진료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롱코비드 진료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없다. 다학적 진료 지침이 마련돼야 의사가 환자를 적절하게 진료할 수 있다. 이런 지침 없이 일부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롱코비드 클리닉을 개설하는데 무분별한 스테로이드제나 항생제 사용으로 엉뚱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는 코로나19를 완벽하게 차단할까?

정부가 사실상 코로나19 방역을 모두 풀었다. 그러나 하루에 확진자가 약 7만 명씩 나오며 사망자도 100명 정도 발생하는 등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시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역이란 마스크 착용이 유일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차단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사람은 호흡할 때 약 500ml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를 1회 호흡량이라고 한다. 이 정도 호흡량이 확보돼야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고 이보다 부족하면 숨이 가쁘거나 불편하게 느낀다. 김현준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외선 카메라로 KF94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호흡을 촬영했다. 1회 호흡량을 확보하기 위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얼굴에 아무리 밀착해도 1회 호흡량은 더 부족해져 마스크와 얼굴 사이 틈새로 공기가 더 강하게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준 교수는 “호흡이 편하면서 안전한 마스크는 없고, 호흡이 편하면 마스크의 필터 기능이 떨어지거나 틈으로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호흡을 위해서는 기존 마스크와 다른 개념의 새로운 마스크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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