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코로나19 재확산” 전문가들의 경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9 07:3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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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해제 등 모든 상황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집단면역 한계 있고, 변이는 계속 이어질 전망

“최근 모든 상황이 코로나19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5월말께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제발 이 전망이 빗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현재 방역 상황이 매우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우리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규모는 3월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방역을 사실상 푼 결과가 2~3주 뒤 나타날 것인데, 지방선거도 있고 활동량도 늘어나는 6월께 코로나19 재확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이 시작됐으므로 3월보다는 작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재확산은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외국에서 시작됐다. 4월18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 아래로 감소했던 이탈리아는 29일 6만 명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4월말 해제하려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6월까지 연장했다. 프랑스는 4월25일 1만 명대로 줄어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일 5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도 4월18일 2만 명대였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배 이상 증가한 13만 명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하위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 유행의 영향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최근 7일 일평균 확진자 수는 약 5만4000명으로 1주일 전(약 4만9000명)보다 10% 이상 늘어났는데, 한 달 전(약 3만1000명)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크다.

지난 3월 실내 마스크 착용까지 해제한 미국 일부 주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재도입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4월29일 자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47개 주에서 증가세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같은 날 ‘대유행은 정말 끝났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것 같은 자국 내 분위기를 지적하며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등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올여름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데버라 버크스 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5월1일 CBS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재유행은 4~6개월마다 반복돼 왔다. 올해 유행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남부는 올여름, 북부는 올겨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크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유행이 발생했다. 감염병에 대한 방어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점을 방역 당국이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면 바이러스는 잘 확산하지 못한다. 그러나 날이 더워질수록 실내에서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면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계절적 요인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런 계절적 요인을 빼고 나머지 상황은 모두 코로나19 재확산을 부추기는 쪽으로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5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일부 시민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걷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한번 벗은 마스크, 다시 쓰기 쉽지 않아

코로나19 재확산을 부추기는 첫 번째 상황은 방역 해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물리적 간격을 고려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5월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최근 6주간 확진자 감소세가 계속되고 백신과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 수준이 높다는 등의 근거로 이번 조치가 방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 하루 신규 확진자도 5월 중순까지 일평균 4만 명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같은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코로나19 유행은 크게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실내가 실외보다 전파 위험성이 약 18배 높은 점을 들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했다. 또 밀집도가 높고 함성 등으로 침방울이 퍼질 위험이 큰 50인 이상 집회, 행사,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월29일 야외 마스크 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실외에서는 지속적인 자연 환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기 중 전파 위험이 실내에 비해 크게 낮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비접촉 면회만 가능했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도 대면 면회가 허용됐다. 4월30일부터 5월22일까지 3주간이다. 또 보건소를 중심으로 시행해 온 코로나19 선별검사가 거의 사라졌다.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사람은 자비를 들여 일부 의료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방역 당국은 4월25일 코로나19를 감염병 2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도 이르면 5월23일부터 해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로 코로나19 유행은 감소세를 탄다 하더라도 빠르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수록 사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아래로 감소해 역학조사가 가능한 시점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5월말쯤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를 한번 벗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다시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를 2등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드러나지 않은 감염자)이 증가할 것이다. 독감도 24시간 격리가 원칙인데,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의 격리 의무마저 해제했다. 일주일 평균치를 볼 때 여전히 하루 5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방역과 격리까지 풀었다. 국민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스웨덴이 집단면역 실험을 시행했을 때 그 나라로 집중됐던 세계의 눈이 이제는 우리나라로 쏠리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4월26일(현지시간) 통근자들이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AP 연합

“평생 면역은 없다는 점, 간과해선 안 돼”

두 번째 상황은 집단면역의 한계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특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막으려면 3차 접종이 필요하다.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5월3일 기준 64.5%다. 국민의 약 35%는 오미크론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김우주 교수는 “3차 백신 접종까지 했더라도, 또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연적으로 면역을 획득했더라도 평생 면역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면역 획득으로 중증이나 사망 확률은 낮겠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월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16일까지 전체 확진자 1613만920명 중 5만5906명이 코로나19 재감염 추정 사례로 파악됐다. 재감염자 중 위중증으로 악화한 사람은 72명이었고 이들 중 52명은 사망했다.

방역 당국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최초 확진일 90일 이후 바이러스가 재검출됐거나, 최초 확진일 이후 45~89일 사이에 바이러스가 재검출되고 확진자와의 접촉력이 있는 경우를 재감염 사례로 분류한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국외 현황과 비교할 때 국내 감염 추정 사례 발생률은 낮게 나타났으나 오미크론 유행 이후 확진자 규모가 증가하면서 재감염 추정 사례 또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도 살기 위해 계속 변이할 것”

세 번째 상황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정부는 오미크론과 같은 대유행 재발 가능성은 작아졌고 소규모 유행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끊임없이 변이를 통해 생존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XL·XE·XM)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더구나 해외여행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변이가 유입될 소지가 있다.

지난해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인 우세종이 된 것처럼 오미크론을 대체할 새로운 변이가 생겨나 유행할지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이어가다가 엔데믹(풍토병)이 되는 경우,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다시 사망자가 속출하는 경우 등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준비가 필요하다. 정진원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꾸준히 등장할 텐데, 바이러스도 자기들이 살기 위해 독성은 약하지만 전파력이 빠른 쪽으로 변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 유행하는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확산 속도가 20% 빠른 변이 바이러스(BA.2.12.1)가 최근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월3일 브리핑에서 ‘BA.2.12.1’ 1건이 해외 유입 사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처음 검출된 이후 15개국에서 확인됐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에 대한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소아·청소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월1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병원장협의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델타 변이가 한창 유행할 때 12~19세 접종률이 꽤 높았는데 5~11세 접종률은 매우 낮아 걱정이다. 5~11세 중에는 오미크론에 걸려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가 많을 텐데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매우 취약하게 된다. 어떻게 진단체계를 갖춰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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