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떨어뜨리자”…김건희 ‘9만 팬클럽’의 좌표 찍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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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거리 둔다는 金여사 행보와 반대
이재명 ‘낙선 채팅방’ 개설…운영진 “9만 건사랑, 선거 선봉에 서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인기가 연일 치솟고 있다. 김 여사의 네이버 팬카페 ‘건사랑’ 회원 수는 17일 기준 9만 명을 넘어섰다. ‘건사랑’은 김 여사와 관련된 ‘굿즈’(goods‧기획 상품)를 제작하고, 김 여사의 활동 계획을 공유하는 등 마치 아이돌 팬클럽처럼 운영되는 모습이다.

취재 결과, ‘건사랑’은 김 여사의 지지 세력을 넘어 일종의 ‘정치 커뮤니티’로 변모한 것처럼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낙선운동’을 펼치는 한편 정치 뉴스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댓글에 조직적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밝힌 김 여사의 공언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원수 ‘10만’ 육박…체급 커진 ‘건사랑’

17일 오후 1시 기준 김 여사의 네이버 팬카페 ‘건사랑’ 회원수는 9만160명이다. 지난 15일 8만4000명 대였던 ‘건사랑’ 회원수는 최근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이 신규 가입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안으로 회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아닌 배우자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당초 김 여사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허위 학력’ 논란과 ‘주가 조작’ 의혹에 휘말린 탓이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희-기자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그러나 이 녹취록이 되레 팬카페 회원수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녹취록에 담긴 김 여사 발언에 동조하는 이들이 급격히 몰리면서 200여 명에 불과했던 팬클럽 회원 수가 녹취록 공개 이후 2만5000명까지 치솟은 것이다.

체급이 커진 ‘건사랑’은 활동 범위도 점차 확장하는 모양새다. 운영진은 김 여사의 활동 계획과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김 여사 얼굴이 새겨진 머그컵과 손수건 등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착용했던 안경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건사랑’은 마치 연예인 소속사처럼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한다. 지난 2월 ‘건사랑’은 김 여사가 무속인의 ‘신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김 여사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김 여사에 대해 악성댓글을 작성한 네티즌 3명을 고발했다.

지난 4월28일 ‘건사랑’ 개설자이자 매니저로 활동하는 ‘북멘’(팬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 이승환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원들이 전쟁으로 큰 시련에 빠진 우크라이나와 국내 산불 피해 지역에 건사랑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 또 김건희 여사가 허위 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되고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돕고자 한다”며 “건사랑을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김 여사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기준 네이버 카페 '건사랑'에 등록된 운영진의 공지 리스트 ⓒ네이버 캡쳐
17일 기준 네이버 카페 '건사랑'에 등록된 운영진의 공지 리스트 ⓒ네이버 캡쳐

지선 다가오자 팬클럽 넘어 ‘親尹 커뮤니티화’

그러나 ‘건사랑’을 단순히 김 여사를 응원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팬클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사랑’ 운영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조직적인 비방과 낙선 운동을 벌이는 한편 이른바 ‘친윤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인과 장관 후보자들 적극 옹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한 팬클럽 운영진은 지난 16일 ‘지방선거 초비상’이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운영진은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총선도 이길 수 있다”며 “9만 건사랑이 각자 전투의 선봉에 서서 이번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승리로 깃발을 곳곳에 꽂아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지방선거 승리까지 비상태세 돌입하겠다”며 인천과 경기를 ‘비상 선포지역’으로 선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김동연 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지사 선거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건사랑' 한 운영 스탭이 게시한 공지글 ⓒ네이버 캡쳐
지난 16일 '건사랑' 한 운영 스탭이 '지방선거 초비상'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공지글 ⓒ네이버 캡쳐

‘건사랑’ 운영진은 이재명 위원장의 낙선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건사랑’에는 ‘[긴급]인천 계양구 회원 및 인천 회원 모집합니다’라는 공지가 등록됐다. 운영진은 “이재명 국개의원(국회의원의 비속어) 떨어뜨리려면 건사랑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다. 채팅방의 이름은 ‘인천계양을 긴장준비태세 재명아웃’으로, 이 방에 인천 지역 유권자를 적극 초대해달라고 운영진은 권고했다. 방에서 실제 어떤 활동을 벌일 것인지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 밖에 운영진은 이른바 ‘친윤 인사’로 분류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자와 관련된 뉴스 링크를 공유하며, 조직적인 옹호 댓글을 달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과 관련된 부정적인 댓글은 ‘반대’나 ‘신고’ 버튼을 눌러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건사랑’ 운영진은 김 여사와는 별도로 소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사랑’의 이 같은 행태는 김 여사의 최근 행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외교상 대통령 배우자가 동행해야 하는 공식행사 외에 개인 행보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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