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재명에 커지는 ‘문재인 등판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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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위원장, 인천 계양을 고전에 전국 유세 계획도 ‘삐그덕’
당 일각 “文 전 대통령이 구심점 돼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입지가 휘청이고 있다. 당초 ‘보궐선거 낙승→지방선거 전국 과반 승리→당권 도전’의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인천 계양을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여론조사 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당내 성 비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 등의 삼중고가 겹치면서 이 위원장의 이름값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른바 ‘친노‧친문’을 구심점 삼아 전통 민주당 지지층과 범(汎)이낙연계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분석에서다. 지방선거 막판까지 민주당 후보들이 고전할 경우 문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유세 활동에 동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평가됐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는 2016·2020년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지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연패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서 과반인 52.31%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 민심이 심상치 않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모노커뮤니케이션즈가 경인일보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지도 조사 결과 이 후보 46.6%, 윤 후보 46.9%로 집계됐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KOPRA)가 기호일보 의뢰로 20~21일 실시·전날 발표된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47.4%, 47.9%를 기록하며 ‘초박빙’의 판세를 보였다.

이 위원장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당초 이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에서 표차를 크게 벌여놓은 뒤 전국 유세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장 ‘안방’ 상황도 어려워지면서 민주당의 전국 유세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당선 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위원장이 인천 민심 잡기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나 차기 당권과 대권까지 노리는 입장에서 전국 유세를 등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효과’가 퇴색된 이유로 ‘검수완박 역풍’과 ‘성 비위 논란’, ‘윤석열 정부 취임 컨벤션 효과’ 등이 꼽힌다. 여기에 ‘0선 정치인’으로 이른바 ‘노무현의 적자’가 아닌 이 위원장이 거대 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낙연계 의원과 그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유로, 이 위원장의 등판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현, 이낙연, 이재명 등으로 나눠진 민주당 지지층을 한데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에서다. 때마침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을 맞아 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1만2000여 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등을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라는 게 어느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이기거나 질 수는 없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을 이재명 위원장에게서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박빙이었던) 대선 결과를 고려하면 기존 민주당 지지층조차 이 위원장과 당에 실망한 기류가 읽힌다. 전 정권의 임기말 지지율조차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퇴임사를 통해 ‘자연인’을 자처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 등판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퇴임한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경우,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협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선 당시 정권교체 여론이 민심에서 불변의 우위를 점했던 현실에는 문 전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라며 “‘20년 집권론’은 고사하고 ‘10년 주기설’조차 지켜내지 못한 채 정권을 내주게 된 상황에 대해서, (문 전 대통령이) 먼저 성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퇴임한 대통령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모노커뮤니케이션즈 조사는 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SK·KT·LGU+가 무작위 추출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8.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KOPRA 조사는 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SK·KT·LGU+가 무작위 추출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무선전화 ARS 무선(82%)·유선(18%)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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