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86 퇴진’ 말했다가…코너 몰린 ‘96년생’ 박지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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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쇄신안’ 두고 회의 한때 고성…당원․지도부 압박에 사퇴 가능성도 거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어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그럼 저를 왜 뽑으신 겁니까!”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 파열음이 일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꺼내들자 ‘86그룹’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 등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도부의 압박에 ‘젋은 민주당’을 약속하며 취임한 박 위원장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때 586세대 정치인들의 2선 후퇴 선언이 있었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을 향한 ‘내부 총질’ 비판을 의식한 듯 “아무 말도 못 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극렬 지지층 문자폭탄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 비상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강욱 의원의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 온정주의와 결별해야만 쇄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발언 이후 동료 위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참석자 다수가 박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과 박 위원장 간 고성이 오갔다.

참석자에 따르면, 전해철 의원은 박 위원장을 겨냥해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박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셈이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갔느냐, 왜 저를 뽑았나”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고 외치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회의실을 나온 윤 위원장은 기자들이 ‘불협화음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게 아니다. 총괄본부장의 보고 내용은 당의 선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박 위원장이 언급한 ‘86 용퇴론’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뒤이어 회의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온 박 위원장은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86 용퇴론에 대해 말해 달라’는 질문에 “춘천으로 급하게 가야 한다. 죄송하다”며 답을 피했다. 다만 전날 자신이 언급한 기득권 쇄신안을 윤 위원장이 ‘개인 생각’이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선 “적어도 민주당이라면 이런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와 협의한 내용이 분명히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윤 위원장님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의 주장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의 경우 박 위원장의 조기 퇴진까지 주장할 정도로 거센 반발 기류도 읽힌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초선의 입장에서) 박 위원장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그 결기를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쇄신을 밝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선거에서 뛰는 일부 후보들과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1996년생으로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취재하며 정치권에 이름을 알렸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11일 민주당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성희롱 등 성범죄·성 비위와 관련된 경우 무관용 원칙 도입”, “지방선거에 청년-여성 공천 확대” 등을 내걸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 지 못할 시, 박 위원장이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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