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강욱 성범죄 의혹,  민주당 내부 조사보고서만 23페이지”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7 10:00
  • 호수 17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완주 의원 성범죄 피해자, 민주당 女의원에게 도움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
“성범죄 사과한 박지현 비대위원장, 6·1 지선 참패하면 조기 전대로 쫓겨나갈 것”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권력형 성범죄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력,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에 이어 진보진영 내 성범죄 문제가 또 터진 것이다. 권력형 성범죄는 지방선거 판세뿐 아니라, 당내 세대교체 가능성에도 불을 지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경 모드다.

급기야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민주당 의원에 대해 5월26일 “필요하다면 비상징계 권한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속히 처리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지방선거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자세”라고 압박했다. ‘586(50대·80년대 대학 입학·60년대생) 운동권 용퇴론’도 꺼내들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선을 그으며, 박 위원장과 당내 주류 세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 카드로 박 위원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대응 카드로 박 위원장을 추천해 영입했다”며 “그러나 최근 박 위원장은 연일 강경 모드로 가고 있고, 이 후보의 전화도 받지 않을 정도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에서 참패하면 당내 화살 즉, 패배의 책임을 박 위원장에게 돌리는 당내 분위기가 거세질 것”이라며 “조기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간 패권 다툼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전해철·우원식 등이 ‘포스트 박지현 체제’를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시사저널 박은숙
최강욱 민주당 의원ⓒ시사저널 박은숙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잊었나? 이번엔 김원이·박완주·최강욱

최근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연이은 성범죄 문제로 당은 혼란에 빠졌다. 열린민주당 출신인 ‘강성’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만 그치는 줄 알았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는 김원이 의원 보좌진의 성범죄 및 김 의원의 2차 가해 등이 알려졌다.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폭발했다.

최강욱 의원은 지난 4월 법무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당 비대면 회의에서 모 의원을 향해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xxx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의원, 보좌진 등이 비대면 회의에 접속한 상태였다. 최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은 결국 회의 참여자 모두를 모욕했다는 문제로 번졌다. 최 의원 측은 성적 행위가 아닌 ‘짤짤이’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등에서 비판 성명이 나오며 논란은 확산됐다. 최 의원은 결국 5월4일 당 홈페이지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지라도 저의 발언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입으신 우리 당 보좌진님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사안은 당 윤리심판원에 보고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 의원과 관련한 여러 사건의 민보협 결과보고서는 사실관계, 증빙 자료 등을 포함해 모두 23페이지 분량”이라며 “당의 결과보고에 따라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결과보고서에는 최 의원의 다른 성희롱성 발언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의원 사건은 지난 연말 벌어졌다. 대선 시기였다. 박 의원이 보좌진에 대해 성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는 지난 4월 이를 당에 신고했다.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를 면직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피해 사실 때문에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박 의원은 공교롭게도 4년 전 안희정 전 지사 비판에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피해자 김지은씨의 피해 사실 폭로(2018년 3월5일), 안 전 지사의 사과 및 도지사직 사퇴(2018년 3월6일) 이후인 지난 2018년 3월7일 당 최고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는 당시 당 충남도당위원장이었다. 충청도를 지역 기반으로 둔 운동권 출신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5월16일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피해자 측은 같은 날 강제추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박 의원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박 의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둔 김원이 의원은 2차 가해자로 지목됐다. 김 의원의 보좌진이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했는데, 김 의원이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지난 1월 이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도 김 의원의 측근 등이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는 김 의원과 보좌진, 현역 시의원 등을 2차 가해자로 신고한 상황이다.

정의당에서도 성범죄 문제가 터졌다.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복수의 당내 인사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5월16일 주장하면서다. 강 전 대표는 과거 청년정의당 당직자 A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지난 대선 기간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 B씨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도 고백했다. 강 전 대표는 여영국 대표의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정의당은 두 번째 사안과 관련해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강 전 대표는 5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목숨을 내놓으면 그때는 제대로 된 조치와 사과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보수진영 역시 성범죄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난 대선 기간에 보수 유튜브를 통해 불거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의혹, 윤재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의 직장 내 성희롱 전력 등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윤재순 비서관은 과거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성추행 범죄를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묘사한 비뚤어진 성인식 문제를 드러냈다.

더블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왼쪽)과 김원이 의원ⓒ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팬덤 정치’가 2차 가해 방치하기도

박완주 의원 성범죄 의혹을 취재하던 도중, 민주당 내에서 성범죄 의혹을 수수방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민주당 여성 의원 등 당 인사들에게 성범죄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진상 규명이나 징계 등 사후 대책과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가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센터에 신고하는 등 본인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사실 확인을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고, 민주당 측도 회답을 주지 않았다.

권력형 성범죄가 알려진 뒤에는 2차 가해가 뒤따랐다. 피해자 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비난, 허위 사실 유포 등 그 형태는 다양했다. 피해자들이 겪는 2차 가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안희정·박원순 등 유력 대권후보의 치부가 드러난 경우에는 지지층의 비난이 극에 달했다. 고(故) 박원순 사건의 피해자가 대표적이었다. 가해자를 지지하는 ‘팬’들은 피해자의 신상 정보 등을 유출하고 피해자를 비난했다.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유명 인사들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진혜원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진 검사는 지난 2020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을 올렸다. 그러고는 “평소 존경하던 분을 발견하고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추행했다”며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2차 가해 논란이 즉각 일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진 검사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 전 교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생일축하 편지 사진을 공개해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해 네이버 밴드에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치권의 자성은 없었다. 이번 6·1 지방선거 공천 명단만 봐도 그렇다. 안희정·박원순 등 권력형 성범죄 발생 당시 가해자에 힘을 보탠 ‘2차 가해’ 정치인이 당 공천 심사 문턱을 넘었다. 대표적 인물이 최민희 민주당 남양주시장 후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4월12일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2차 피해를 야기한 부적격 후보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단체는 “최 후보는 지난 2018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심 중 가해자 측이 올린 2차 가해성 글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귀 기울여 달라는 글을 수차례 게시했다”며 “또 2020년 박원순 사건과 관련해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는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단체는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등의 공천 배제를 민주당에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 후보는 부산시장 권한대행자로서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은 점, 양 후보는 ‘안희정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는 지난해 6월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했고, 박원순 사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는 “서울시 문제는 우리가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반복된 사과, 성찰 없는 정치권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윤호중 위원장이 지난 2021년 4월2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글이다.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4·7 재보선 참패 뒤에야 당 차원에서 사과한 것이다. 그마저도 장소와 시기,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원에서 피해자가 왜 등장했느냐는 지적이었다.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 메시지도 없었다. 안희정 사건 당시 재발 방지를 약속한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여론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한다는 진보진영에서의 권력형 성범죄에 분노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남인순·고민정·진선미 등 민주당 인사들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며 2차 가해에 나섰다.

윤 위원장은 지난 2020년 당시 사무총장 시절에도 오거돈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고, 최근 당내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서도 5월12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당 지도부가 3년 새 같은 유형의 문제로 세 번이나 사과한 이력은 없었다. 이랬던 윤 위원장은 박지현 위원장이 꺼낸 ‘586 용퇴론’에는 선을 그었다. 대표적인 586 운동권 세대인 윤 위원장은 박지현 위원장의 메시지와 관련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당 지도부와 상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성 중심의 폐쇄적 정치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실제로 여성 국회의원 및 보좌진 등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21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국제의회연맹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1위라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명이다. 전 세계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021년 기준 25.6%였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여성 고위 인사 비중도 낮다. 장관이 임명된 16개 부처 중 여성 장관은 3명(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5월26일 남은 2개 부처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교육부), 김승희 전 의원(보건복지부)을 각각 지명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치권 내 반복되는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해 “남성들을 중심으로 공고히 쌓인 권력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의 세력들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안희정·박원순·오거돈의 사람들, 그리고 가해자들을 두둔했던 세력들은 여전히 민주당 권력에서 좌장 역할을 하고 피해자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사장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박 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지난 대선 때 2030 여성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안희정 사태 이후 민주당이 스스로 성찰하고 성평등을 위해 노력할 의지 자체가 없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