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국장실’서 무슨 일 있었나…나주시장 ‘측근권력’ 월권 진실 공방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5.31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근무평정 협의 안해”…6급 정무비서가 4급 총무국장에 버럭?
공무원노조 비난성명 “근평 공정성·신뢰·조직체계 송두리째 훼손”
해당 총무국장 “사실과 달라…만난 것 맞지만 고성 오간 적 없어”
전남 나주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나주시 정무비서의 상사인 총무국장에 대한 하극상 논란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나주시 공무원노조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4급 별정직 정무실장이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놓고서 총무국장을 찾아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는 글들이 퍼졌다. 이는 곧바로 ‘문고리 권력’ 정무실장의 월권행위 논란으로 비화돼 공직사회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나주시청 전경 ⓒ시사저널
전남 나주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나주시 정무비서의 상사인 총무국장에 대한 하극상 논란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나주시 공무원노조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4급 별정직 정무실장이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놓고서 총무국장을 찾아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는 글들이 퍼졌다. 이는 곧바로 ‘문고리 권력’ 정무실장의 월권행위 논란으로 비화돼 공직사회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나주시청 전경 ⓒ시사저널

전남 나주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나주시 정무비서의 상사인 총무국장에 대한 하극상과 월권행위 논란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나주시 공무원노조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4급 별정직 정무실장이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놓고서 총무국장을 찾아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는 글들이 퍼졌다. 이는 곧바로 ‘문고리 권력’ 정무실장의 월권행위 논란으로 비화돼 공직사회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반면 해당 총무국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해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놓고 첨예한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3시쯤, 나주시청 2층 총무국장실에서 4급 총무국장과 6급 별정직 정무실장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무비서가 인사 쥐락펴락?”…올 상반기 근무평정 개입 의혹

31일 나주시 공무원노조 등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나주시는 지난 25일 근무성적평정위원회를 열고 5급 이하 직원(1127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근무평정 순위와 점수를 확정했다. 사달은 이틀 뒤인 27일 터졌다. 정무비서 A실장이 총무국장 B씨를 찾아가 “왜 정무팀과 협의 없이 직원 근평을 그대로 올렸느냐”고 따졌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하극상이다. 이른바 늘공 출신 총무국장은 4급이며, 어공인 정무실장은 6급이다. 

월권행위 논란도 불거졌다. 직제상 시장 직속인 소통정책실 내 6급 팀장인 정무실장은 정무비서, 정책결정 지원, 중앙부처 동향파악, 부서 간 업무협의 등의 업무를 분장하도록 했다. 따라서 근무평정에 관여할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A씨의 근무평정은 인사위원장인 나주시 부시장의 최종 권한과 책임에 속한다.

나주시 소통정책실 ⓒ시사저널 정성환
나주시청 1층 시장실 옆 소통정책실 ⓒ시사저널 정성환

논란이 커지자 전국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는 전날(30일) 성명을 내고 “근무평정 논란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그동안 국장 및 부서장의 근무평가가 힘 있는 자에 의해 수정되는 조직 내 의혹이 수면위로 떠올라 현실화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6급 정무비서가 총무국장에게 근무평정에 대해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형태는 하극상이며 권한도 없는 정무비서가 그동안 직원들의 근무평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난했다. 이어 “6급 정무비서가 국장과 부서장들의 직원 평가 권한마저 침해해 왔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논란은 나주시 공무원 근무평정의 공정성과 신뢰를 송두리째 훼손하고 무엇보다도 조직체계가 무너져버린 결과로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노조 홈페이지도 비난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조합원은 “정무실장의 행동이 사실이면 문제는 커 보인다”며 “근평의 최고 책임자는 인사위원장인데 정무실장이 개입해 왔으면 나주시 인사가 개판인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앞으로는 아예 정무직을 두지 못하게 하거나, 정무직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저지른 6급 정무팀장은 당연히 고발해 당장 법적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B국장은 31일 오전 시사저널과 만나 “예전부터 업무적으로 친분관계가 있던 A실장이 가끔 지나가다가 들르곤 했던 것처럼 이날(27일)도 오후 3시쯤 내방을 찾은 것은 맞지만 근무평정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서로 고성이 오갔다는 커뮤니티 게시 글이나 언론보도 내용은 사실과 많이 어긋났다”고 해명했다. B국장은 이어 “수년전 농업기술센터장으로 재직 당시 나주로컬푸드센터장이던 A실장과는 주무국장과 산하 기관장으로, 업무적으로 손발을 맞춰 오면서 친분이 쌓여 서로 고함을 칠 사이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근무평정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무비서와의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면서 “지난 25일 개최한 올해 상반기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서는 1, 2차에 결정된 평정단위별 서열명부를 근거로, 위원장과 위원(국·소장)들의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라 최종순위, 평정등급 및 평정점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나주시 소통정책실 내부. 소통정책실장 자리와 나란히 명패 없는 정무실장 좌석이  위치하고 있다. 31일 오전 A정무실장은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시사저널 정성환
나주시 소통정책실 내부. 소통정책실장 자리와 나란히 명패 없는 정무실장 좌석이 위치하고 있다. 31일 오전 A정무실장은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시사저널 정성환

시장 최측근 정무실장, 줄곧 ‘문고리 권력’ 논란 휩싸여

논란의 중심에 선 A실장은 지난 2020년 하반기 전임 정무실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1월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서울대 농생명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다가 시 산하 나주로컬푸드를 설립 초창기부터 맡아 안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궤도를 이탈해 자신의 전공과 동떨어진 ‘정무실장’직을 맡으면서 ‘마른 짚더미를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는 안타까운 시선도 받았다. 그간 나주시청 안팎에서는 별정6급인 정무실장의 역할과 권한 등을 놓고 이른바 ‘문고리 권력’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소통정책실의 전신인 시민소통실은 민선 6기 강인규 나주시장의 공약 사항인 시민 소통 기능 강화와 행정 참여 확대 등을 위해 2014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부서다. 당시에도 광주와 전남권 전체 지자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시장직속으로 신설하는 ‘시민소통실’의 규모 확대를 두고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전공노 나주시지부는 “전국 어느 기초 지자체도 시장 직속 조직에 3명의 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사례는 전무하다”며 “시장 측근 임명을 위한 꼼수, 특정 세력과의 권력나누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노조 반발에 한발 물러섰던 나주시는 민선 7기에 돌입한 2019년 8월말, 기존 부시장 산하에 있던 시민소통실을 소통정책실로 명칭을 바꾸고 시장 직속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소통정책실장 옆에 정무비서실장 자리를 두면서 ‘1실 2실장’이란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 화를 불렀다. 더군다나 정무비서실장에 시장의 최측근 인사가 임명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청 안팎에서는 이를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권력에 빗댈 정도로 의심 어린 시선이 확산됐다. 

비록 정책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상 모든 결재문서가 정무실장의 손을 거쳐야만 시장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그동안 꾸준히 직원들의 불만과 반발을 사왔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시정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지식도 없이 거의 모든 결재를 게이트 키핑하는 역할을 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나주시 한 퇴직 공무원의 말이다. 

“6급 별정직인데도 4~5급인 실국장보다 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1층 시장실 옆 소통정책실에서 타 지자체 직제에는 없는 ‘실장’이란 자리에 앉아 명패도 붙이지 않고 근무해 존재가 외부에 철저히 가려졌다. 그럼에도 나주시 정책과 인사, 주요 인허가는 전부 정무실장을 거쳐야 통과되며, 그러다보니 정무실장의 뜻은 강인규 시장의 뜻이란 말이 시청 내부에 파다했다. 심지어 시청 내부에서는 시민과의 소통과 아니라 궐 밖 실력자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강인규 시장 측근들인 소수의 별정정무직 공무원들이 모든 것을 장악한 복마전 조직이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해당 사안과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오전, 나주시청을 찾았으나 A실장이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또 소통정책실 관계자를 통해 취재진과의 전화통화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