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면 감옥 갈, 지자체장의 ‘5계명’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11: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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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인허가권·인사권·거짓말 그리고 ‘법카’…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할 돈과 권력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란 말이 있다.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과 실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 방안이 지방자치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연스레 민중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게 됐다.

그런데 권력이 너무 커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장은 권력을 오·남용하다 쇠고랑을 차기에 이르렀다. 나무 밑동을 신경 써야 할 판에 풀뿌리부터 썩는 비극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단지 지자체장의 개인 비리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민중의 주권마저 위협받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장은 권력을 경계해야 하고, 주민들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자체장이 결코 해서는 안 될 5가지 행위를 정리해 봤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1 선거비 남용하지 말라

지자체장 비리의 씨앗은 선거 전부터 싹트기 시작한다. 막대한 선거비용이 원흉이다. 선거 치르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다 보니 당선 후에 빚을 갚으려고 뇌물을 받는 식이다. 혹은 선거 과정에서 돈줄이 돼준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선을 넘는 행위를 하곤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후보는 1인당 평균 1억1900만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7억6200만원이었다. 후보가 당선되거나 10% 이상 득표하면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 또는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돈을 많이 빌렸거나 보전받지 못한 비공식 비용이 있다면 당선되고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9년 오근섭 전 경남 양산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 오 전 시장은 선거자금으로 빌린 60억원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뇌물과 청탁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검찰의 소환 요청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차정섭 전 경남 함안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2018년 징역 9년형을 확정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그 역시 선거 때 빌린 불법자금 2억원을 갚는 과정에서 뇌물에 손을 댔다.

전문가들은 홍보 기반이 약한 군소 후보일수록 선거에 무리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속 정당이 없는 교육감은 그런 경향이 더 짙다. 이러한 배경은 짧은 기간에 네거티브 공세에만 치중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정치법학연구소는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돈이 들지 않는 선거운동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도록 하고 돈이 드는 선거운동은 대선의 경우 선거일 1년 전부터, 그 외 선거는 6개월 전부터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돈 쓰지 말고 언제나 자유롭게 홍보하라는 취지다. 대신 선거비용 제한액과 보전액은 지금보다 낮춰 국가재정 부담을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행정학회는 선거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관해 “청중 동원과 집회 방식의 선거운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용이 많이 드는 TV광고나 연설보다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거비용의 원활한 보전과 투명성을 위해 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비용 공시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 인허가권 휘두르지 말라

지자체장들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조원에 육박하는 개발사업의 성패가 지자체장의 펜 끝에 달려있다. 일단 부동산 개발사업의 출발점인 도시개발구역 지정부터 지자체장이 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개발구역 지정부터 변경·제한 등의 주체가 모두 시장으로 돼있다. 2010년 용산역 일대를 국제업무 목적의 개발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상당한 액수의 사업비만큼 지자체장 결정의 무게감도 크다는 뜻이다. ‘대장동 게이트’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책임론이 쏠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의원은 성남시장 취임 2년째인 2012년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다 2016년 입장을 바꿔 ‘대장동·제1공단 분리개발’ 보고서에 결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빠른 진행을 도와 민간 개발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부동산 인허가권을 잘못 휘둘러 구속까지 된 사례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가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18년 용인시 기흥구 일대 주택 건설사업 인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역대 용인시장 7명 중 민선 7기 백군기 시장을 제외한 6명이 모두 구속되는 오명을 남겼다. 이들 중 인사비리로 구속된 4기 시장을 빼면 모두가 부동산 개발 관련 혐의에 덜미를 잡혔다. 인허가권이 가히 ‘비리의 덫’이 된 셈이다.

수도권 바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송영선 전 전북 진안군수는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진안군의 한 골프장 준공을 허가해 주는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다. 게다가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업자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규호 전 강원 횡성군수도 2019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는 주택단지 개발 허가 편의를 봐주고 현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

인허가권 비리는 기초자치단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5~19년 감사원의 인허가 감사 결과, 총 395건의 지적 건수 중 363건(91.9%)이 시·군·구에 몰려 있었다.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장과 비슷한 수준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민간 개발 유혹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사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여건에서 기초단체의 독자적·자율적 개발 권한 행사는 토건비리가 기초단체 단위로 확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조형석 감사원 연구관은 보고서를 통해 “인허가 업무에서의 부패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 법령 등에 대한 정비, 자체 감사의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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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 함부로 쓰지 말라

“인사는 만사(萬事)”란 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때로 ‘망사(亡事)’로 변질되곤 한다. 지자체장의 인사권은 막강하다. 30만여 명의 지방공무원 자리가 지자체장의 입김에 의해 좌우된다. 서울시장의 경우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50여 개다. 정무부시장과 비서실장 등 본청 정무직·별정직을 포함해 25개 산하 기관장이 여기에 포함된다. 시장에 의해 임명된 이들이 또 아래 직원들의 인사를 결정한다. 이를 고려하면 서울시장이 대다수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인사권은 비리로 이어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재임 시절 산하 25개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공석이 된 일부 자리에 오 전 시장 캠프 출신 인사들이 새로 임명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보고 오 전 시장과 측근 2명을 지난 4월 기소했다. 측근 2명은 5월20일 공판준비기일 때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은수미 성남시장도 인사비리에 휘말렸다. 은 시장 캠프 출신 2명은 캠프 자원봉사자가 공무직으로 부정 채용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지난 4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은 시장도 같은 혐의로 소환조사했고, 현재 송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앞서 5월3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군수직 상실 위기 속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인사권에 견제 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지방공무원법은 각 지자체에 인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임용권자의 인사를 사전 심의하고 개선을 권고하게 돼있다. 그러나 인사위원회 위원은 각 지자체장이 임명하고, 그 위원장은 지자체장이 뽑은 부시장·부지사·부군수 등이 맡는다. 결국 지자체장이 ‘셀프 견제’를 하는 셈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 인사위원회의 자율적 심의 기반을 구축하고 심의 기능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위원장 선임방식 개선과 위원회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4 거짓말 퍼뜨리지 말라 

6월1일 치러진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검찰은 메스를 들이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번 선거 전날까지 관련자 1003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125명은 이미 기소(32명) 또는 불기소(93명) 처분됐고, 나머지 878명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에는 이재명·안철수 의원 당선인과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등 거물급 인사도 포함됐다. 이를 비롯해 수사선상에 오른 당선인만 51명이다.

선거법 위반의 종류로는 허위사실 공표 등 여론조작 혐의가 339명(33.8%)으로 가장 많았다. 허위사실 공표는 선거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단골 의혹이다. 여기서 ‘공표’란 △허위사실이 적힌 문서를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행위 △허위사실이 포함된 연설을 하는 행위 △언론보도를 염두에 두고 기자에게 허위사실을 제보해 기사화된 경우 등을 가리킨다. 또 ‘어떠한 소문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경우, 그 소문 내용이 거짓이면 역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의혹 제기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단 이때는 의혹을 진실로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용찬 전 충북 괴산군수는 2018년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가 인정돼 군수직을 잃었다. 불과 20만원 때문이다. 그는 보궐선거를 앞둔 2016년 견학을 가는 지역단체에 찬조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줬는데, 이에 대해 “빌려준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거짓 해명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확정했다. 이를 두고 ‘굳이 공개 해명하지 않았다면 불법 기부만 인정돼 형량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공보물을 통해 허위사실을 알리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이다. 현삼식 전 경기 양주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시 재정 2500억원을 절감했다’ 등 허위사실이 적힌 공보물을 배포해 기소됐다. 현 전 시장은 2015년 벌금 150만원형이 확정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그는 지난해 4월 재보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이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박 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12차례에 걸쳐 해당 의혹을 부인했고,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허위사실 공표는 포착하기 쉬운 비리다.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 후보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 사법기관 등 지켜보는 눈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판과 SNS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허위사실 공표로 걸릴 수 있는 언행이 잦아졌다.

학계에서는 허위사실 공표를 너무 자주 문제 삼으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치적 영역, 특히 선거에서의 표현 행위는 민주사회에서 더욱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2020년 국회 토론회에서 “허위사실 표현 행위는 행위자의 목적과 인식, 공표 시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후보가 무심코 밝힌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엄단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 ‘법카’ 맘대로 긁지 말라

대선을 1개월 앞둔 지난 2월,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경기도 업무추진비를 개인 음식값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김혜경 법카(법인카드) 의혹’이다. 이는 곧장 대선 판세를 뒤흔든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씨를 직권남용,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6월1일 의혹을 받는 수도권 식당 129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지자체 업무추진비는 어디까지나 직무수행 또는 시책사업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공금이다. 하지만 ‘눈먼 돈’이란 인식이 강하다. 공무원들이 사적으로 쓰고도 사용내역 공개 기준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훈령을 통해 각 지자체를 향해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 일부 지자체는 공개 근거 조례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 실태가 잘 드러나지도 않을뿐더러 적발돼도 주의·시정 조치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업무추진비의 과다한 사적 사용은 엄연히 횡령죄에 해당한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2010~15년 각 부서에 업무추진비로 지급한 격려금·포상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9300만원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은 2019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 또 다른 서울 구청장 A씨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빼돌린 혐의(횡령)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개선책으로 거론되는 건 업무추진비의 투명성 강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구체적인 공개 범위에 대해 행정안전부령이나 조례로 정하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자체 간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나의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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