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진에어에 험난했던 하늘길 풀릴까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mw@sisajournal-e.com)
  • 승인 2022.06.23 10: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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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재 및 코로나19 이어 운수권 배제까지…통합 LCC 출범이 반전 기회 될지 주목

2018년 정부 제재로 시작된 진에어의 고단한 행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재가 풀리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할 시기가 되자 이번엔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당한 형국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이 반격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에어의 난기류 비행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국인임에도 등기이사로 있었다는 점을 들어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을 골자로 하는 진에어 제재에 돌입했다. 진에어는 이후 경영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신규 채용도 하지 못했다. 결국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지경까지 간 진에어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꾸준히 국토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제재가 계속되자 결국 참다못한 진에어 직원들이 직접 움직였다. 2019년 진에어 노조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지난 9개월간 진에어 노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토부 제재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직원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우리의 미래를 빼앗아가는 것인가”라면서 “즉각 진에어 제재를 철회하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제재가 이어지자 업계 일각에선 진에어의 경영개선 과제 이행과 제재 해제가 연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2018년 정부 제재로 홍역을 치른 진에어가 최근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당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정부 제재로 홍역을 치른 진에어가 최근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당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진에어 노조, 정부에 쌓였던 불만 폭발

그렇게 이어져온 진에어 제재는 2020년 3월이 돼서야 풀리게 됐다. 족쇄가 풀리자 이번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부정기편 운항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 유급 순환 휴직, 임원진 급여 반납 등을 실시하고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존하면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항공 업계를 옥죄며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터널도 올해 들어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입국 자가격리도 해제되고 오미크론 변이가 늘어나며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입국 전 검사 등 족쇄들이 여전히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점차 풀려갈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올해 초 10개 노선 운수권을 국적항공사들에 배분했다. 8개 항공사가 운수권을 받았지만 진에어는 단 1개도 받지 못했다. 제재와 코로나19 위기를 연속으로 맞이했던 진에어 직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쟁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알짜 노선인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확보했다. 해당 노선은 비즈니스 수요가 많고 거리 대비 운임이 높다.

특히 운수권 배분은 항공사들엔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이벤트로 여겨진다. 항공협정을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이른바 ‘오픈스카이’는 항공사들이 영업력을 바탕으로 무한경쟁을 하는 시장이다. 이와 달리 운수권을 배분하는 노선은 이를 받은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제한적 경쟁을 할 수 있어 안정적 수입원이 될 수 있기에 항공사들이 이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건다.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해당 노선에서 경쟁사들에 뒤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에어 노조는 국토부를 상대로 각 항목별 득점과 총점 현황, 운수권 배분을 결정한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 등을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공개를 거절당했다.

운수권도 받지 못하고 평가 결과 공개도 거절당하자 지난 정권 때부터 쌓여온 직원들의 불만이 결국 터져나왔다. 진에어 노조는 국토부의 결정들이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하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부처 항공조직 개편까지 호소하고 나섰다. 항공사 직원들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정부 부처의 조직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2018년 8월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김정렬 2차관이 진에어 면허 취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8월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김정렬 2차관이 진에어 면허 취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LCC 통합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 분분’

업계에 따르면 운수권 배분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결과에 대해 각종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진에어의 운수권 배분 배제와 관련해 항공사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재는 해소됐지만 이 같은 운수권 배분 결과가 나오면 진에어 직원들로선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운수권 배분은 진에어에 대한 규제나 제재 연장선상이라기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한 부분이 고려 대상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상모 진에어 노조위원장 역시 “아직 이뤄지지도 않은 LCC 합병과 관련한 부분이 운수권 배분에 영향을 미쳤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진에어는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품고 통합 LCC를 출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통합 효과가 어느 정도이고, 또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세 회사가 합병해 통합 LCC가 출범한다고 해도 기대한 만큼의 합병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진에어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처럼 조건부 합병이어서 향후 겹치는 노선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통합 효과가 달라진다. 알짜 노선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경우 오히려 경쟁사에 기회를 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당장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부터 걸림돌이다. 박상모 위원장은 “합병 승인이 지지부진하면 회사는 통합될 것이란 외부의 판단 때문에 오히려 계속 손해를 볼 일들이 생길 것”이라며 “어떤 방향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의 승인이 모두 이뤄진다 해도 겹치는 직무 부문 등과 관련해 갈등 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조정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조직이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최소 2년은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럼에도 통합 LCC 출범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온 진에어가 도약할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13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진에어 주식 전량(지분율 54.91%)을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상 통합 LCC를 대한항공 산하에 두기 위해 본격전인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향후 얼마나 빠르게, 또 어떤 조건으로 통합이 이뤄질지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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