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확산 경고…‘성소수자 축제’ 2~3주 후를 주목하라
  • 사혜원 영국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0 09: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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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라이드 인 런던’ 행사 열려
“새로운 성관계 파트너와 연락처 교환해야…잠복기 거친 7월말에 확산 여부 알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결 완화되고, 다시 ‘뉴노멀’로 돌아가려는 영국 국민에게 원숭이두창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처음엔 분명 두려운 존재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이지만,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과 보건부(NHS)에 따르면, 7월4일 기준 영국의 원숭이두창 환자는 1351명이었고, 성별이 밝혀진 환자는 거의 대부분이 남성으로(1273명, 여성은 6명), 그중 77%는 런던 거주자로 밝혀졌다. 

보건안전청의 신규 전염병 담당 이사인 미라 찬드 박사는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지만, 영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례는 동성애자·양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들에게서 계속 발생하며, 주로 서로 연결된 성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 간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이 성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밀접한 피부 접촉으로 전염되는 만큼 성관계 중 긴밀한 접촉, 침구, 수건 및 피부를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사례가 동성애자 등에게서 확인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그들이 성병에 대한 염려 때문에 신체의 발진과 물집 등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차릴 가능성이 더 높고, 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는 사실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EPA 연합 AFP 연합
7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라이드 인 런던’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EPA 연합

“동성애·양성애 남성에게 주로 발생”

하지만 영국 시민들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궁금증은 갖고 있을망정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보건 당국의 반응 또한 코로나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한결 차분하고 무덤덤할 정도다. 보건부 웹사이트에는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희귀한 전염병이다. 최근 영국에서도 감염자가 생겼지만, 감염이 확산될 위험은 무척 적다”고 나와 있다. 보건안전청 웹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7월 현재, 원숭이두창은 영국 4개국 공중보건 기관의 동의에 따라 더 이상 고영향 전염병(High Consequence Infectious Disease)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높은 사망률과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함께 존재할 때 이를 ‘고영향 전염병’이라고 분류하는데, 원숭이두창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에서 원숭이두창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가 아직 없고, 고위험 접촉자 및 환자의 의료진을 위한 백신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적다고 분류된 것이다. 

그 때문일까. 그동안 영국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원숭이두창에 대해 전혀 듣지도 못했다는 시민이 대부분이고, 들어봤다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생활 접촉으로는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지 않은 탓이다.  

그러던 것이 7월2일 런던에서 있었던 가장 큰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프라이드 인 런던) 전후로 많은 사람 사이에서 원숭이두창 전염이 가속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프라이드 축제는 프라이드 50주년 기념이며, 코로나19 이후 첫 프라이드 축제여서 큰 의미가 있었다. 거의 100만 명가량이 참석하는 만큼 인파 사이 거리 두기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수십만 명의 사람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런던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영국 전역으로 퍼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보건안전청의 원숭이두창 담당자인 웬디 셰퍼드는 프라이드 축제를 앞두고 “이번 주말, 안전하게 프라이드 축제를 즐기되, 행사나 파티에 가기 전에 물집과 발진이 있는지 확인하고, 원숭이두창 증상이 있거나 몸이 좋지 않은 경우 참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새로운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경우 앞으로 몇 주 동안 원숭이두창 증상에 주의하고, 전염을 막기 위해 파트너와 연락처 정보를 교환할 것을 권장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PA 연합 AFP 연합
ⓒAFP 연합

“동성애자 아닌 어린이에게서도 감염 확인”

자선단체 스톤월의 미디어 담당자 로비 산토스 역시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더 많은 조건에 있는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들에게 백신이 제공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프라이드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발병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자”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이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에는 애써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런던의 최고 공중보건의 케빈 펜턴 교수는 비정상적인 발진·물집·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프라이드 축제에 참석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국장인 한스 클루게 박사 역시 원숭이두창 발병을 둘러싸고 “결코 안심하면 안 된다”며 “유럽의 사례가 2주 만에 3배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사례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게서 발생했지만 일부 감염은 어린이에게서도 확인되었다”고 경고했다. 7월1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는 유럽 전역의 정부와 시민들에게 이 질병이 지리적 범위를 지금보다 더 확장하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질병의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른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WHO는 유럽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의 위험을 계속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사망자는 없다고 하지만, 전체 환자 중 10%는 치료 또는 격리 목적으로 입원했으며 그중 한 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점을 들며 결코 안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감염자와 접촉 후 보통 2~3주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런던 프라이드 축제가 영국 내 원숭이두창 사태를 더 악화시킬지 여부는 7월말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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