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공동체’가 뜬다...왜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로 모일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2 11: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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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토, 코로나 팬데믹 거치며 300배 성장
남의집·프립 등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

누구에게나 ‘취미’가 있다. 등산이나 테니스 같은 취미를 기반으로 동호회나 클럽이 꾸려진다. 그 안에서 함께 취미를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며 시간을 보낸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도 모인다. 콘텐츠를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맛집을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꾸린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여기에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취향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모임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해야 한다. ‘키 큰 사람들끼리 전시회를 보러 가는’ 모임도 있다. 전시에 관심이 많지만 키가 커서 혼자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전시회에 간다. 이렇듯 ‘취향’은 ‘취미’보다 세밀하다. 내 취향은 소중하기에, 취향에 맞는 모임을 찾는 방식에도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한다. 새로운 경험과 낯선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취향 공동체’가 뜨는 이유다. MZ세대는 왜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게 된 걸까.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가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뭘까.

MZ세대 중심으로 확산되는 소셜링 문화

관심사 기반의 모임이 꾸려지는 전제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인스타그램, 앱 내 서비스 등 다양하다. 다양한 취향에 따라 소셜 모임을 구성하는 ‘문토’, 취향이 담긴 공간에 멤버들을 초대하는 ‘남의집’, 취미활동을 기반으로 모이는 ‘프립’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꼽힌다. 다음 필수 요건은 사람이다. 보통 ‘호스트’가 하나의 모임을 주최하고, 그에 관심이 있는 멤버들이 참여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에서 와인을 즐기며 사랑 이야기를 나누거나, 평소에 좋아하는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영화 속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모임이 이뤄진다. 일반적인 취미와 관심사로 관계가 지속되는 동호회와 다르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모임은 ‘세부적’이고 ‘일시적’이다. 상대방을 매칭해 주는 만남 서비스와도 다르다. 개인정보와 성별, 연령대를 통해 자동으로 매칭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자기 자신과 모임을 매칭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섬세하게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취향을 드러내 가며 모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토의 사례를 보자. 문토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00배 성장했다. 2021년 1월 앱 론칭 당시 31개 모임으로 시작한 문토는 2022년 6월 9300개 신규 모임을 오픈했다. 1만8000명이었던 가입 회원 수는 23만 명으로 늘어났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령층은 주로 MZ세대다. 전체 활성 사용자 중 60%가 25~34세 연령층이다. 취미 여가를 중심으로 모임을 구성하는 프립의 경우 누적 회원이 12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MZ세대 이용자가 92%에 육박한다.

이 세대는 왜 ‘취향 공동체’를 꾸리는 걸까. 시간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려보자. 경험의 확장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화두였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했고, ‘욜로(YOLO·You Only Live Once·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붐도 일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30대를 중심으로 각자의 취향, 관심사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그 당시 부상했던 플랫폼은 모두 ‘취향’을 기반으로 했다. 문토와 남의집뿐 아니라 유료 독서 모임인 트레바리, 운동을 함께 하는 버핏서울 등이 오프라인 만남을 전제로 꾸려졌다. 그러나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는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강해지자 모든 플랫폼의 일정이 미뤄졌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 더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일상화됐다.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일상에서 겪는 ‘관계의 결핍’은 늘어났고, 개인이 겪는 외로움의 크기도 커졌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꾸려 가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마이싸이더(mysider·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라는 신조어가 그 경향을 대변한다. 인맥의 부재에 갈증을 느낀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투영할 수 있는 모임과 그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플랫폼을 통해 찾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적극적이었던 이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임을 구성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다. 의무감과 소속감을 부담스러워하는 이 세대에게 짧은 시간 동안 취향에 따라 모임을 꾸릴 수 있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의 장점이 부각됐음은 물론이다.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거나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인기다. 문토 앱 내 인기 카테고리는 문화예술(24%)과 운동·액티비티(20%), 푸드·드링크(20%) 순이다. 취미, 여행, 자기계발, 창작 카테고리가 그 뒤를 잇는다.

‘부캐’와도 맞닿은 열풍…N잡러의 활약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의 성장은 ‘부캐’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부캐 열풍은 대중문화계에서 유행했던 그림만은 아니다. ‘직장인’이 아닌 ‘나’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의 호스트가 된다. 이는 MZ세대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인 ‘N잡러’(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와도 맞닿아 있다. 모임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진로를 바꾼 사례도 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예비 유튜버들이 모임을 꾸린다. 이미 1인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호스트가 된 사람도 있다. 프리랜서나 부업의 형태로 모임을 꾸려 운영하는 이들은 그 자체로도 수익을 낸다. 단순히 모임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개인의 자아와 취향을 실현하면서 수입을 창출하게 하는 서비스로도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가 기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프립에 따르면 우수 호스트인 슈퍼호스트의 월평균 수입은 약 430만원에 이른다(2021년 기준).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 중심의 모임뿐 아니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커뮤니티 역시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중장년층의 변화도 가속화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로컬 플랫폼에서 4050세대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 세대도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문토에 따르면 중장년층 세대에서도 등산이나 골프, 부동산 정보 공유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한 취향 모임이 이뤄진다. MZ세대를 주력으로 형성된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가 다양한 연령대의 취향을 반영하며 팽창하고 있는 셈이다.

세분화되는 취향에 따라 관심사의 폭을 좁힌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영화와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하는 멤버십 커뮤니티 ‘넷플연가’는 시즌6를 맞이했다. 3개월 동안 12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정기모임도 있고, 모임 멤버들이 꾸리는 소모임도 있다. 정기모임 멤버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커뮤니티도 진행된다. 새롭게 시작되는 플랫폼도 있다. ‘한숨 대신 한 필’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다. 한강이 보이는 도심 속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창작 경험을 하거나, 소수 정예로 열리는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한숨 대신 한 필이 지향하는 것은 글과 그림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그래서 조명과 향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더했다. 백운화 대표는 플랫폼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현대인의 니즈’라는 답을 내놨다. “의무감과 압박감이 없는 ‘느슨한 관계’ 속, 그리고 ‘편안한 공간’에서, ‘나(내면)’에게 집중하면서도 타인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현대인들의 니즈가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투자유치·협업도 성장세 반영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도 산업의 성장세를 반영한다. 문토는 높은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며 지난해 8월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를 리드한 IMM인베스트먼트의 김홍찬 상무는 “문토의 새로운 플랫폼은 MZ세대의 관계 맺기 특성과 맞물려 기존에 없던 온·오프라인 소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프립은 최근 5개 투자사로부터 8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MZ세대의 취미 여가생활과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에서 1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은 남의집은 당근마켓 내의 ‘내 근처’ 기능과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7월 초부터 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하이퍼 로컬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협업도 전방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립은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함께 여행·쇼핑 콘텐츠를 선보이는가 하면, 잼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액티비티 클래스와 원데이 클래스를 소개하면서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문토는 앱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더 현대, 디뮤지엄, K현대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리 문토 대표는 “앞으로도 경계 없는 협업을 통해 유저들이 관심사와 관련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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