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보다 더 강한 변이가 왔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6 15:00
  • 호수 17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켄타우로스’ 변이까지 겹친 코로나19 재유행…전파력·면역 회피력 더 강해
8월 하루 18만 명 이상 확진자 예상…정부 대응책은 4차 백신 접종뿐 

국내외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됐다. 게다가 오미크론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도 출현했다. 컨트롤타워(보건복지부 장관)가 없는 방역 당국이 내놓은 핵심 대책은 4차 백신 접종뿐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던 6월 중순 시사저널(1705호 ‘올가을 코로나19 집단면역 사라진다’ 기사 참조)은 코로나19의 올가을 재유행이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방역(거리 두기·영업 제한) 폐지, 여름철 이동량 증가, 계절적 요인, 면역 저하,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 맞물려 코로나19 재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졌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분위기다. 질병관리청은 7월13일 “유행 속도를 고려할 때 2~3개월 이상 빠른 재유행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1주일마다 확진자 수 2배 증가’ 더블링 현상 

방역 당국은 7월1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4만266명으로 집계했다. 6월26일 3429명이던 감염 규모가 2주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1주일마다 확진자 수가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확진자는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계한 확진자 수보다 실제는 3배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졌고 선별진료소를 없애면서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런데 컨트롤타워마저 없는 정부는 국민에게 아무런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예컨대 백신 접종 ‘권고’ 자체가 국민에게 안 맞아도 된다는 시그널로 작용한다. 게다가 방역의 기본인 3T(검사·추적·치료) 체계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환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유행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는 5주 연속 증가하더니 6월 5주째에 1.0을 넘어섰고 7월 1주째에는 1.4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을 넘어서면 감염병 유행이 확산한다는 의미다. 주간 사망자 수도 6월 5주째 46명에서 7월 1주째 62명으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이 7월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차 백신 접종률은 7월11일 기준 65.1%다. 특히 60세 이상의 3차 접종률은 89.8%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고, 4차 백신 접종률은 31.5%로 매우 낮은 상태다. 그나마 백신이나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면서 재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7월3일 기준 누적 재감염 추정 사례가 4월 3주째 5만5906명, 5월 2주째 6만4451명, 6월 5주째 7만3821명이며, 3차례 감염된 사람도 98명이라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이 몇 달 전에 겪었던 상황을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BA.5의 확산, 거리 두기 완화, 면역 감소가 겹치면서 이미 재유행이 시작됐다. 특히 BA.5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세고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을 회피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돌파감염이나 재감염 위험이 굉장히 커졌다. 대부분 12월부터 백신을 접종했고 1~3월에 많이 감염됐다. 이들의 면역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 최근 백신을 맞은 사람이나 감염된 사람은 항체가 있지만, 새로 출현한 변이 BA.5 예방에 효과적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재유행 시기와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기존에 코로나19 재유행이 1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질병관리청은 8월 중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수정했다. 예상 유행 규모도 하루 16만~17만 명 규모에서 18만5000명대(11월 중)로 상향 조정했다. 이대로라면 입원하는 중환자는 1200~1450명에 이르고 하루 사망자는 100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BA.5 변이는 최악의 버전”

이런 전망은 현재 오미크론의 경우를 전제로 한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해진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최근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한 변이 두 가지(BA.5와 BA.2.75)가 출현해 국제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7일 오미크론(BA.1)의 하위 변이인 ‘BA.5’와 ‘BA.2.75’를 ‘우려 변이 세부 계통’으로 분류했다. WHO는 전파력이 강하거나 치명률이 높아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변이를 우려 변이 세부 계통으로 지정한다. 

BA.5는 현재 세계 코로나19 재확산을 이끌고 있다.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BA.5는 6월말 기준 83개국에서 검출됐고, BA.5 검출 비율도 52%를 넘어 우세종이 됐다. 의학연구기관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BA.5의 감염력과 면역 회피력을 고려할 때 “우리가 본 바이러스 중 최악의 버전”이라고 평했다. 바이러스 학자인 로렌스 영 워릭대 의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BA.5는 지금까지의 코로나19 변이 중 가장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한 면역 회피력으로 높은 수준의 재감염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BA.5의 전파 속도가 BA.2(스텔스 오미크론)보다 35% 빠른 것으로 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자국 내 BA.5 검출률이 53.6%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BA.5 검출률은 7월10일 기준 35%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이 비율은 약 24%였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해외 추이를 볼 때 곧 국내에서 BA.5 검출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BA.5가 국내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전파력이 강한 만큼 세계 각국의 확진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최근 7일 평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419명으로 2주 전과 비교해 19% 증가했다. 독일의 하루 확진자는 2주 전보다 12% 증가한 8만9610명으로 집계됐다. 호주도 하루 확진자 3만8912명으로, 2주 전에 비해 36%나 늘어났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는 2주 전 1만여 명에서 4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으로 접어든 7월11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시사저널 박정훈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으로 접어든 7월11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시사저널 박정훈

역대급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 갖춘 BA.2.75

국제 의료계가 우려하는 두 번째 변이 BA.2.75는 역대급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BA.2.75가 얼마나 확산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곧 모든 변이를 누르고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교수는 자신의 SNS에 “BA.2.75는 BA.5보다 더 많은 돌연변이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면역 회피 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BA.5 감염으로 생긴 항체가 BA.2.75에 재감염되는 것을 막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전 변이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BA.2.75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이름을 따 ‘켄타우로스(Centauros)’라는 별칭을 붙였다.

BA.2.75는 올 5월 인도에서 발견된 뒤 한 달여 만에 인도 내 검출률이 40%대 후반까지 올랐다. 최근 미국·영국·일본 등 11개국에서도 BA.2.75가 발견됐다. 7월10일 기준 국내에서는 BA.2.75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BA.2.75가 국내에 유입돼 BA.5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월13일 “4차 백신 접종을 50세 이상,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영업시간·사적 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배제했다. 중증 환자나 사망자 수가 크게 늘진 않았고 국민 부담과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델타 변이가 외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지난해 봄, 우리 정부는 델타 변이가 국내에 상륙해도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델타가 유입되자마자 여름인데도 하루 확진자가 1000명 단위로 급증했다. BA.2.75는 델타 변이와 진행 과정이 매우 유사하다. 이미 국내로 유입됐을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고만 할 때가 아니다. 4차 백신 접종만으로는 변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개인·민간 차원의 안전한 여름 나기

방역 당국은 6월22일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여름휴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대책에서는 정부 차원의 거리 두기 규제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개인과 민간 차원의 생활 방역수칙에 중점을 뒀다. 

여름 휴가철에 사람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해수욕장, 도심 속 공연장·여가시설, 대중교통시설, 공항 등)은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므로 마스크 착용·손 씻기·기침 예절 등 개인 방역은 기본이다. 사람이 덜 붐비는 해수욕장을 찾는 것도 코로나19를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정부는 혼잡도 신호등제를 시행하고 ‘바다여행’ 홈페이지(www.tournmaster.com)에 권역별로 밀집도가 낮은 해수욕장 50곳을 선정해 안내한다. 또 실내 수영장은 물론 실외 해수욕장이라도 관리사무소·샤워실·매점·식당 등 실내 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안전하다. 

도심 속 공연장·여가시설·박물관·미술관 등 실내 시설 관리자는 주기적으로 환기·소독하고, 이용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영화관처럼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려운 실내 시설은 영업 개시 전과 후 그리고 상영 회차 사이마다 문을 열거나 강제 환기 시스템을 이용해 환기해야 한다. 버스·철도·여객선·터미널 관리자는 주기적으로 환기하며, 이용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해외 입국자 격리 면제 등으로 공항은 해외 출입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이다. 정부는 공항에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을 설치해 터미널 내 혼잡도를 낮추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이 구축한 Q-CODE는 입국자(내국인·외국인 모두 해당)가 입국 전에 웹(cov19ent.kdca.go.kr)상에서 검역 정보를 미리 입력·신고하고 QR코드를 발급받은 후 입국 시에 QR코드 스캔을 통해 검역을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휴가 전·중·후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유증상자와 밀접 접촉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호흡기환자진료센터를 방문해 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7월1일부터 코로나19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호흡기환자진료센터’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또 7월12일 기준 호흡기환자진료센터 중 검사·진료·처방이 한 곳에서 가능한 ‘원스톱(one-stop) 진료 기관’ 6353개소를 운영 중이다. 호흡기환자진료센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홈페이지(ncov.mohw.go.kr) ‘공지사항-일반인’에서,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알림-심평정보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