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이 尹정부가 말한 공정인가” 빚투 구제에 커지는 반발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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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특례 채무조정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빚 탕감 두고 논란
20대 이하 청년층의 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이 급증한 가운데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7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 연합뉴스
20대 이하 청년층의 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이 급증한 가운데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7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 연합뉴스

"빚 안내려 성실히 돈 모으고, 대출이자 꼬박꼬박 갚은 사람만 바보가 됐다."

정부가 경제 위기 대책으로 내놓은 금융부문 민생안정 정책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거나, '빚투'(빚내서 투자)로 손실을 본 청년들의 채무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과 '역차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퓰리즘, 역차별 정책" 비판 거세

15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과 저소득 청년층을 위한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 등 총 '125조원+α'를 투입하는 지원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신속한 회생 및 재기를 위해 기존 신청자격에 미달하더라도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 운영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저신용 청년층'에게 채무과중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한다. 또 해당 기간 동안 저신용 청년 이자율을 3.25%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이 제도로 최대 4만8000명의 청년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원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투자 판단으로 손실을 입은 부분까지 혈세를 투입해 지원해주는 방안을 놓고 거센 비판이 나온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자는 개인 책임 아닌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손실 본 걸 왜 정부가 대신 갚아주나. 이게 무슨 공정과 상식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자유 시장 경제에서 국가가 빚을 탕감해주다니, 이거야말로 포퓰리즘 정책" "내가 낸 세금을 빚투하다 돈 잃은 사람한테 쓴다는게 이해가 안 된다" 등 쓴소리가 쏟아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논란을 예상한 듯 "취약계층에 대해서, 더군다나 2030 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핵심"이라며 "이들이 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모럴해저드' 이슈에도 추진하는 이유는 지원이 마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건강한 사회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일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운용 과정에서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취업상담 창구를 방문, 대기중인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취업상담 창구를 방문, 대기중인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망해도 국가가 해결해준다' 도덕적 해이 우려

정부가 총 30조원을 투입,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빚을 최소 60%에서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지원책 역시 논란이 거세다. 이 안은 배드뱅크에 해당하는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부실화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을 은행으로부터 매입, 원금 감면과 장기·분할 상환으로 전환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원금과 이자를 제 때 갚으려 악을 쓰고 투잡, 쓰리잡을 뛰었는데 정부가 나서 일부만 원금을 탕감해 주겠다고 하는 걸 보니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을 하는 건 이해하지만, 나라에서 빚을 깎아준다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망해도 국가가 해결해주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9월 종료를 앞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만기연장을 벌써 4차례나 했는데 또 연장하게 되면 더 큰 문제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며 관련 조치의 추가 연장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차주 중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는 애매한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에서는 이 메시지를 사실상 '연장 조치를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빚투 청년 구제 방안에 일부에선 상실감을 느끼고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금융리스크는 비금융 실물 분야보다도 (리스크)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선제적으로 적기 조치를 하는 게 긴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완전히 부실화돼서 정부가 뒷수습을 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적기 조치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후생과 자산을 지키는데 긴요한 일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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