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킹키부츠》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7 12:00
  • 호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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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들이 모여 다양성을 완성하다

2022년 여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TV 드라마가 있다. ENA 채널에서 방영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얘기다. 주인공 ‘우영우’는 선천적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 변호사다. 천재적인 두뇌와 해박한 법지식을 통해 매회 사건을 독창적이고도 획기적인 발상으로 해결한다는 설정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콘텐츠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영우》가 지금까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한 자폐인 캐릭터들이 서서히 성장해온 결과라고 말한다. ‘우영우’와 같은 수많은 자폐성 장애인이나 가족이 그동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과거에 비해 미약하게나마 사회적 인식의 개선도 이뤄졌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에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 개발로도 이어졌다. KBS 《굿닥터》(2013), JTBC 《라이프》(2018), SBS 《스토브리그》(2019), 넷플릭스 《무브 투 해븐》(2021), tvN 《우리들의 블루스》(2022), 뮤지컬 《아몬드》(2022) 등에는 내면의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비장애인들의 세상 속에서 나름 자연스럽고 쓸모 있게 공존하며 사는 장애인 주·조연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ENA 제공

‘우영우 신드롬’, ,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결과물

2022년 중반에 새롭게 등장한 ‘우영우’는 비범한 능력은 있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장애인들의 고충과 불편한 사회적 시선까지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K드라마 특유의 막장과 신파 요소가 없으면서도 변호사 활동을 통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무해한 법정 드라마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회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연들의 사연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충족시키고 있다. 가령 비혼부 아버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할머니, 부모의 정략결혼에 반대하는 레즈비언 커플, 자립이 어려운 탈북자끼리의 범죄, 핵심 기술이 유출돼 폐업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사교육에 지친 어린이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약자로 분류될 만한 다양한 사람의 사례를 담았다.

모든 회차에서 우영우를 포함한 소수자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그들이 모두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들 모두는 각자 처한 상황과 한계에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소수자가 세상의 온갖 편견 속에서 무너짐을 경험하는 것이 일상이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찾는다는 자존감 회복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면 무대에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킹키부츠》가 있다. 이 작품은 2012년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초연됐고, 브로드웨이로 옮겨 이듬해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알짜배기 부문 트로피를 6개나 휩쓴 수작이다. 실화에 기반한 동명의 2005년 영국 영화를 각색한 이 작품의 작곡가는 국내 올드 팝송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미국 가수 신디 로퍼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2013년 제67회 토니상 작곡 부문을 수상했다.

이전 66년간 이 분야에서는 오로지 남성 작곡가만이 트로피를 가져갔었다. 레즈비언인 그녀로 인해 최초로 생물학적인 여성이 뮤지컬 작곡가로서 정상에 우뚝 선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특별한 작품은 미국 기획과 투자 단계부터 우리나라 기업 CJ EN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덕분에 2014년 비영어권 국가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재빠르게 라이선스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고, 올해 다섯 번째 시즌 공연을 하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영국 변두리 도시에 망해 가는 구두 공장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찰리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찰리는 우연히 런던의 클럽에서 여장남자 롤라의 쇼를 보게 된다. 이후 그녀를 위한 특별한 구두 ‘킹키 부츠’를 만들면서 가업을 일으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찰리와 롤라의 우정이 중심이지만 그 주변에서 소수자를 대하는 공장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핵심 포인트다. 동성애자 문화가 낯설고 보수적인 한 작은 마을의 공장에 특별한 패션 감각을 가진 롤라의 등장은 마치 장애인이 드문 국내 대형 로펌에 첫 출근해 주변을 긴장시키는 우영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우영우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통해 점차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교정하고 성장해 가는 것처럼 《킹키부츠》 역시 롤라를 통해 공장 내 마초적인 성향의 남성들이 변하고, 가업을 잇는 것에 소극적이던 찰리도 롤라의 능력과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으로 공장에 새로운 애정을 갖게 된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주)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 포스터ⓒ(주)CJ ENM 제
뮤지컬 《킹키부츠》 포스터ⓒ(주)CJ ENM 제

《킹키부츠》도 성소수자의 이야기 다뤄

《우영우》를 통해 비로소 2022년 대한민국은 차이와 차별,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 등 각각의 용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킹키부츠》에서도 찰리가 롤라에게 ‘정상적’인 모델을 패션쇼에 쓰고 싶다고 말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는 장면이 있다. 결국 찰리는 자신이 소수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다수자의 시선에서 롤라를 ‘비정상’으로 매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편협한 시야를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다. 롤라는 밀라노의 패션쇼 장으로 돌아와 ‘킹키 부츠’의 모델 워킹을 하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반짝이 재질의 공연용 드랙퀸 부츠가 상징하는 것은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르게 태어났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점이다.

《킹키부츠》는 성소수자 롤라의 당당한 자긍심 표출과 찰리의 성장이라는 두 가지 서사를 교차시키면서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해피엔딩을 뮤지컬 판타지 극으로 보여준 미래지향적인 작품이다. 《우영우》 역시 소수자를 주인공 배역으로 확장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한 차원 높여가는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한 판타지 극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판타지 극의 특성상 현실을 미화했다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 현실과는 달리 드라마에선 이러한 소수자들이 결과적으로 아름답게만 그려지는데 콘텐츠 소비자들의 현실 인식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올바른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익이 더 크다. 소수자들은 항상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고, 언제나 나의 가족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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