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났다더니”…서울 집어삼킨 물폭탄, 왜 생겼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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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태풍 영향으로 이례적 정체전선 또 만들어져
시민들 “예보랑 달라”…기상청 “이번 폭우는 장마랑 다른 개념”
9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상인들이 상점을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상인들이 상점을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저녁부터 내린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을 집어삼켰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발표 후 약 2주 만에 찾아온 ‘깜짝 폭우’로 서울 곳곳이 상흔을 입었다. 강남 일대 도로와 지하철은 침수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장마도 끝났는데 깜짝 폭우는 왜 발생했을까?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을 연이어 지나간 태풍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9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는 앞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후 한반도 북동쪽으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장마철의 정체전선이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열대저압부가 오호츠크해에서 고기압 블로킹(공기벽)을 만들어,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충돌해 정체전선이 형성됐다.

이때 충돌 강도가 커,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동서로 길쭉하게 형성됐다. 때문에 중부지역에만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반면 남부지역은 이날도 비가 내리지 않고 찜통더위만 이어지는 등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이날 예보 브리핑을 통해 “남쪽에서 들어온 따뜻한 공기가 많은 에너지를 담은 연료라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는 스파크로 볼 수 있다”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정체전선이 활성화되면서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정체전선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중부 지역에 비가 계속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앞 보도블록이 폭우로 파손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앞 보도블록이 폭우로 파손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시민들은 “끝난 줄 알았던 장마가 연장된 것 아니냐”며 기상청이 지난 7월27일 발표한 예보 내용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A씨는 “기상청에서 저번 달에 장마가 끝났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폭우가 또 오나”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우 예보분석관은 “장마는 기후학적으로 여름철 무더위 시작 전인 7월 특정 기간에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며 “이번 폭우는 장마에 포함되지 않는데, 시민들이 개념상 충분히 혼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청은) 장마가 끝난 후에도 유튜브 브리핑 등을 통해 폭우 가능성을 강조해왔고, 관련 예측도 거의 들어맞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번 폭우의 경우, 레이더 영상으로 봐도 동서 밴드(비구름대) 폭이 되게 좁아 예측이 어려웠다”며 “오차 가능성을 고려해 서울 남부와 경기만 특정하지 않고 수도권 전체를 폭우 집중 지역으로 예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폭우에 이어 태풍까지 겹칠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곧 대만 서쪽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세력을 점점 키워 제7호 태풍 ‘무란’(MULAN)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통보관은 “태풍이 올라올 경우 더 강한 비구름을 동반할 것”이라며 “중부 뿐 아니라 남부에도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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