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김신영, ‘신의 한 수’ 될까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4 11:05
  • 호수 1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심 끝 선택으로 호평받는 KBS…송해 잇는 ‘국민 진행자’ 탄생할지 주목

KBS는 《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 선정에 장기간 고심해 왔다. 송해가 실질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진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작곡가 이호섭, 아나운서 임수민의 임시 진행자 체제를 유지해 왔다. 새 진행자를 결정하지 못해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임시 체제를 이어간 건 예능 사상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럴 정도로 송해의 뒤를 잇는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 자리가 무거웠다는 뜻이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9일 이한필(위키 리) 진행자 체제로 시작된 이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송해가 진행을 맡은 1988년부터 완전히 국민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에게 ‘딴따따 따-따 딴~~따~’ 하고 울려 퍼지는 전국노래자랑 주제음악이 일요일을 상징하는 소리가 됐을 정도다. 프로그램이 그렇게 자리 잡는 데는 송해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과 개인 송해의 정체성이 동일시되다시피 했다. 

KBS는 그동안 《전국노래자랑》과 송해를 분리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었다. 송해 자신도 건강 등의 문제로 사의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은 송해 아닌 다른 진행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KBS와 송해 모두 ‘송해의 《전국노래자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후 KBS는 진행자 교체는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송해가 진행을 제대로 못 하게 됐을 때도 오랫동안 임시 진행자 체제로 가면서 송해 복귀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마지막엔 송해의 건강을 생각해 실내 녹화로의 전환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송해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고, 워낙 국민적 사랑을 받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후임 진행자 선정에 KBS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흔히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한다. 처음에 직감적으로 선택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고, 시간을 들여 이모저모 따져 가면서 결정하면 오히려 미흡한 선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KBS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신의 한 수를 둔 듯한 느낌이다. 바로 김신영을 선택한 것이다. 

(왼쪽)송해, 김신영ⓒ
(왼쪽)송해, 김신영ⓒKBS 제공·연합뉴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신선한 충격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아무도 김신영을 상상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 진행자를 남성들이 맡고, 송해도 남성인 데다, 송해 이외에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았던 이한필, 이상용, 김선동 등도 남성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송해 후임 진행자를 남성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송해가 생전에 이상벽을 거론했었다는 주장이 보도되면서 이상벽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고, 그 밖에 이상용, 이수근, 이용식, 남희석 등이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 트로트 신성 이찬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KBS는 전혀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던 김신영을 낙점했다. 그래서 많은 이가 충격을 받았는데, 충격 중에서도 기분 좋은 충격, 신선한 충격이다. 

그동안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남성이 할 거라고 너무 도식적으로 생각해 왔다. 최근 방송계에서 여성들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였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도 얼마든지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자리다. KBS는 이런 시대적 변화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세계적으로 미디어 대기업들이 여성, 소수자 등의 위상 변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미국의 디즈니가 대표적이다. KBS도 그렇게 새로운 바람을 선택했다. 

김신영이 선택된 것은 단지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김신영이 송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크지 않은 체구와 친근하고 소탈한 분위기가 비슷하다.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서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엘리트 신사 같은 느낌의 아나운서가 진행했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 김신영은 스스로 ‘난 전국 어디에 갖다 놔도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손녀 같고, 딸 같고, 동생 같고, 누나 같고, 이모 같기도 한 그런 이미지가 장점이다. 김신영이 스타덤에 오른 것도 SBS 《웃찾사》 ‘행님아’의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서였고,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도 ‘다비 이모’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서였다. 

 

송해와 같은 희극인 출신…《전국노래자랑》 참가 경험도 

김신영은 송해처럼 희극인 출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해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뜻이다. 또 송해처럼 노래가 된다. 다비 이모가 가수였고, 셀럽 파이브라는 걸그룹 활동도 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도 되고 개인기도 풍부하다. 사투리도 다양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졌다.  

또 송해처럼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맡기 전에 라디오 진행을 통해 진행력과 순발력을 검증받았다. 송해는 택시운전사들을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17년간 진행했다. 김신영은 MBC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1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소통 능력과 성실성을 모두 검증받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모두 작용해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선택됐을 것이다. 물론 대규모 쇼 프로그램 단독진행 경력이 없다는 점이 위험요인이긴 하다. 전국의 시청자가 송해보다 훨씬 어린 여성 진행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도 미지수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확인된 사람 중에서만 고르면 새 얼굴을 찾기 힘들다. 신선한 얼굴을 세우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이런 위험성은 있지만 그래도 앞에서 언급한 경력들로 미뤄보면 실패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점 자체가 신의 한 수다. 

김신영은 1989년 6세 때 아버지, 오빠와 팀을 이뤄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가 개다리춤과 숭구리당당춤을 맹연습시켰는데, 막상 무대에서 아버지가 음주 공연을 펼쳐 탈락하고 통편집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전국노래자랑》 참가자 출신이다. 그렇게 참가했던 사람이 나이를 먹어 이 프로그램의 새 진행자가 됐다는 것 자체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것 같다. 

할머니가 생전에 “《전국노래자랑》에 안 나갔으니 넌 아직 인기 연예인이 아니야”라고 했다는데, 마침내 이번에 진행자로 서게 됐다. 또 한 명의 국민 진행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