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논의보다 ‘초과 사망’ 줄이는 데 집중하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3 12: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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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의 실내·외 ‘노(no)마스크’ 진행 갑론을박에 전문가 “여전히 뭣이 중한지 모른다”

“이미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며 식음료를 즐긴다. 실외에서도 국민은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쓰거나 벗는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논하는 것은 소위 영양가가 없다. 차라리 정부는 ‘초과 사망’을 줄이고 코로나19 7차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죽어 나가는’ 국민을 위해 할 일을 찾으라는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일갈이다. 최근 정부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강조하자, 한마디로 정부가 무엇이 중한지를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정부가 9월26일부터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함에 따라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의 마스크 착용’ 규제도 사라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월2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재유행의 고비를 확연히 넘어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 감염 위험을 고려해 다음 주 월요일(9월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감염병 자문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감염병 자문위는 9월21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안을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유증상자·고위험군 등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전반적인 면역 수준과 대응 역량이 향상됐고, 실외는 실내보다 감염 위험이 크게 낮으며, 해외 국가 대다수에서 실외 착용 의무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외국 사례는 과학적 근거 아니다”

이와 함께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자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감염병 자문위 내부에서 오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리도 의료기관·요양기관·대중교통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때”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올겨울 독감 유행이 지난 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자는 주장에는 외국 사례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9월16일 OECD 38개국 중 취합 가능한 19개국을 조사해 보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혀 없는 곳이 미국·덴마크·슬로베니아·튀르키예·프랑스·헝가리·네덜란드 등 7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개국도 의료·복지 시설과 대중교통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면 공항·민간사업장·스포츠 경기장·종교시설 등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

독일은 의료·사회복지 시설과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지만 나머지는 자율이고, 이탈리아도 의료시설과 대중교통에서만 의무다. 일본은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였음에도 ‘마스크 예절’이라는 문화로 인해 여전히 상당수가 마스크를 쓴다. 호주는 9월9일부터 국내선과 호주행 국제선 항공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코로나19 규제를 유지해온 뉴질랜드도 9월13일부터 의료·요양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그러나 외국 사례가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2020년 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자마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주장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와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야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 효과 예측에 실패한 서양 국가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다고 우리가 따라가야 하나. 또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느냐 벗느냐 하는 논의는 영양가가 없다. 이미 식당과 카페에서 입장할 때를 제외하고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끝이 보인다거나 치명률이 낮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다면서 국민의 경각심만 떨어뜨린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늘리고, 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과학 방역”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과학적으로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기준이 마땅치 않다. 유행 상황, 마스크 효과 등을 구체화하고 마스크 착용 완화 기준, 범위, 시기, 마스크 착용 의무 재도입 조건 등을 정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독감 환자 증가와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손 씻기, 주기적 환기와 더불어 여전히 감염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역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치명률 0.05%보다 초과 사망에 집중해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하부 변이인 BA.5가 주도한 이번 6차 유행의 치명률은 0.05%다. 이는 오미크론 BA.1과 BA.2 변이가 주도한 5차 유행(1〜7월)의 치명률 0.10%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점도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한 논의에 반영됐다. 

그러나 치명률이 아니라 초과 사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초과 사망이란 일정 기간에 통상 수준을 초과해 발생한 사망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병실 부족 등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가 초과 사망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9월13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이 등록된 사망자(고령화로 인한 사망 포함) 수는 21만6945명으로 지난 3년간의 최대 사망자 수보다 21.0% 더 많았고 전년 대비 22.9% 증가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 치명률이 0.05%로 낮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WHO나 많은 전문가는 치명률을 방역의 목표로 삼지 말라고 권고한다. 초과 사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WHO,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9월20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2만7950명이다. 2차 피해인 초과 사망은 5만1645명(최대 5만9714명, 최저 42695명)으로 추계됐다. 코로나19 사망자보다 2배가량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또 하루 초과 사망(7일 평균치)을 보자. 국내 코로나19 사망자가 359명을 기록한 3월24일 초과 사망자는 600명을 넘었다. 9월20일 코로나19 사망자는 60명이고 초과 사망자는 156명(최대 340명 추산)으로 거의 3배다. 국민이 이렇게 죽어 나가는 현실이 정상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자는 의견의 배경에는 높은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이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전국 17개 시도 9901명의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을 조사한 결과,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에 의한 항체 보유자가 약 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확인된 연령별·지역별 감염자 규모는 향후 코로나19 재유행과 코로나19·인플루엔자 동시 유행에 대비해 감염 취약집단 효율적 관리와 중환자 병상 수 예측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항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실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추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다만 국민 대부분이 항체를 갖고 있어 재유행이 오더라도 중증화율은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역사회에 무증상이거나 숨은 감염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총리는 “자연 감염에 의한 항체 양성률은 약 57%로 같은 기간 확진자 누적 발생률 38%보다 약 1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20% 내외의 미확진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도 “8월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41%다. 실제 확진자는 현재 통계에 잡히는 하루 확진자보다 2배가량 많다고 봐야 한다. 또 확진된 사람의 약 30%는 격리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돌아다닌다”고 지적했다. 

 

새 변이 출현 등 7차 유행에 대비할 때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 상황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9월15일 “끝이 보인다”고 말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월18일 “팬데믹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9월22일 “끝이 보인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애매한 표현이 난무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관건은 새로운 변이 출현이다. 지난해 델타가 유행하다가 다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BA.4.6이 출현했고 인도에서 BA.2.75도 나왔다. 9월20일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도 이 두 가지 변이가 모두 검출됐다. 전례를 보면 미국·영국에서 변이가 유행하고 1~2개월 후 한국으로 유입됐다. 그래서 외국의 변이 출현을 예의주시할 때”라고 경고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도 “5차 유행 때 2300만 명 정도가 병을 앓고 면역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런데도 3월 정점에서 불과 4개월 지난 후인 7월부터 다시 6차 유행이 시작됐다. 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이미 면역을 갖고 있는데 6차 유행이 왔고, 그로 인해 620만 명이 감염됐다. 7차 유행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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