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박순석 회장 후계구도도 ‘안갯속’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9 07:3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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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후계구도 대해부 ④신안그룹]
2016년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외부활동 없어
2세들 핵심 계열사 지분 많지 않아 후계구도 주목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통한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언론 인터뷰도 한사코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회장의 개인사는 물론이고 신안그룹의 내밀한 사정 역시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개인사와 정반대다.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안그룹의 자산은 4조원대를 돌파했다.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의 조건인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건설과 제조, 레저, 금융, 화장품, 호텔 등을 아우르는 중견 그룹으로 성장한 상태다. 지배구조 또한 공고하다. 박 회장은 현재 (주)신안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휴스틸과 신안종합리조트, 신안종합레저, 그린씨앤에프대부, 신안캐피탈, 바로저축은행 등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신안빌딩과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시사저널 이종현·한국일보

활발한 M&A 통해 중견 그룹 성장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박 회장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다. 현재 그룹명인 ‘신안’과 무관치 않다.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 박 회장은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온 뒤 막노동판을 전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연한 기회에 동대문에 설립한 철근 도매업체 대성철강이 신화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설립한 곳이 그룹의 모태 격인 신한종합건설(옛 신한건설)이다. 1970년대 불기 시작한 건설붐을 타고 회사는 고속성장했다. 한때 건설업 도급순위 1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박 회장은 금융업(바로저축은행, 신안캐피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00년 전후로는 제조업(휴스틸)과 골프장·리조트·호텔 사업(호텔리베라, 관악CC)까지 진출했다. 지금의 그룹 외형도 이때 만들어졌다. 특히 골프장의 경우 홀 기준으로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다. 경기도 화성의 36홀 골프장인 리베라CC와 경기도 광주의 그린힐CC(18홀), 강원도 홍성의 웰리힐리CC(36홀), 제주도의 에버리스 골프리조트(27홀), 경기도 안성의 신안CC(27홀)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재계에서 ‘골프장 재벌’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여러 차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박 회장은 2015년 마카오 등지에서 수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2003년 상습도박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던 터라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박 회장을 법정 구속했다. 비슷한 시기 박 회장은 계열사인 신안저축은행을 통해 50억원 상당의 대출을 알선해 주고 억대 수수를 챙긴 혐의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아직까지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신안그룹 2세 구도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의 자녀 중에서 현재 경영에 참여한 인사는 장남 박훈 휴스틸 대표가 유일하다. 송유관이나 유정용 강관 생산업체인 휴스틸은 2001년 신안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신안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회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은 6165억원, 영업이익은 6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6%, 257.1% 증가한 수치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9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가팔라진다. 주가 역시 나쁘지 않다. 11월17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다. 휴스틸의 최대주주가 박순석 회장이지만, 실질적 경영은 장남인 박훈 사장이 해왔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된다.

하지만 2세 경영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지주회사 격인 (주)신안(100%)을 비롯해 관악(98.57%), 신안캐피탈(61.0%), 그린씨앤에프대부(47.35%)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도 계열사를 통해 간접 소유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사장의 경우 휴스틸(3.76%)과 바로저축은행(7.42%), 가족회사인 신안관광개발(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격인 (주)신안의 경우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때 3%에 육박했던 차남 박상훈 전 신안상호저축은행(현 바로저축은행) 대표도 휴스틸 지분을 2.81% 보유하고 있지만 지주사 보유 지분은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아야 현실적으로 2세 승계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린씨앤에프대부 내부거래율 증가 왜?

문제는 단순 증여로 승계 문제를 풀기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자칫했다가는 거액의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신안은 2014년 말 휴스틸 지분을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 주식을 박 회장의 세 딸인 지현·현선·현정씨가 각각 2%씩 취득했다. 하지만 최대주주는 27.7%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이라는 점에서 2세들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할 수밖에 없다.

다른 그룹과 달리 비상장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 사례를 신안그룹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비상장사를 편법적으로 승계에 활용해 왔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2세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키운 후 주력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후계구도를 구축해 왔다. 한국 재벌에 공공연하게 활용되는 이런 승계 방식은 신안그룹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가 옥에 티라면 티다. 이 회사는 현재 박 회장이 47.4%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신안이 41.2%를 보유한 2대주주다. 박 회장이 (주)신안의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박 회장의 개인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 채권의 양수·관리와 대금 회수, 관련된 신용조사 등이 주요 사업인데,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해 왔다. 주목되는 사실은 지난해 전체 매출은 감소했지만, 오히려 일감 의존도는 높아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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