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은 왜 계속 공산당을 지지할까 [임명묵의 MZ학 개론]
  • 임명묵 작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7 12: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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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에도, 시진핑 3연임에도 굳건한 공산당 체제
①중국식 사회계약 ②민주주의 회의론 ③애국주의

10월22일 중국 공산당의 제20차 당대회는 덩샤오핑 이후 수립된 관례와 원칙에서 시진핑 체제가 얼마나 멀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서방세계와의 우호적 관계를 밑바탕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에 매진하라는 ‘도광양회’는 중국이 중심이 되어 유라시아 전역을 연결하는 독자적인 네트워크인 ‘일대일로’로 대체되었다. 

덩샤오핑이 후대인들이 해결하게끔 남겨두자고 했던 대만 문제에 대한 태도도 뒤집혔다. 시진핑은 이제 무력 통일을 불사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권력의 집중에서 오는 폐해를 막고자 설계된 집단지도체제는, 권력의 집중화를 통해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일인지도체제로 변모했다.

이번 당대회는 중국에 대해 서방세계와 중국 주변국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더욱 크게 키웠다. 이전의 중국은 미국 중심 체제를 명확히 수용하고, 자신들도 그 체제 속에서 이득을 얻는 방식을 추구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가 일찍이 ‘신형대국관계’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야기했듯 중국은 ‘서방이 규칙을 쓰는 게임’을 거부하고, 중국도 규칙을 쓰는 데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현대 경제의 근간 중 하나인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동아시아, 특히 대만에 드리운 전운은 현상 변경 세력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꾼 중국에서 시작될 리스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외부 세계는 이런 흐름을 대부분 예측하지 못했다. 물론 중국이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는 한 결코 중국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일부 매파는 존재했다. 하지만 주류를 차지한 비둘기파들은 중국이 점점 외부 세계에 개방되고 도시화를 이루면서 서구화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같은 유교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과 대만이 산업화 끝에 민주화를 쟁취한 경험은 중국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행 사례로 자주 거론됐다. 그리고 중국에서 한국이나 대만 같은 변화가 이뤄진다면 그 주역은 개혁·개방 이후의 자유화된 중국에서 태어나, 마오쩌둥 시대의 기억이 없는 신세대들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당시로서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며 ‘1인 지배체제’를 강화했다.ⓒAP 연합

한국처럼 ‘민주화 주역’ 기대됐던 中 청년층

2017년 출범한 시진핑 2기부터 중국의 방향 전환이 더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런 전망들은 단단히 틀렸음이 드러났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자유화를 이끌 것으로 생각되었던 신세대, 소위 바링허우, 주링허우, 링링허우(八零後, 九零後, 零零後, 각각 1980년대생, 1990년대생, 2000년대생을 뜻함)들도 여전히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체제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국은 선거와 같이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사회가 아니고, 서방세계와 같은 언론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청년층이 공산당 체제를 얼마나 지지하고 신뢰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근거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여론과 학자나 언론인들의 여러 관찰에 따르면, 중국 청년층에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몹시 희박하다. 그렇다면 왜 중국 청년층은 과거 한국이나 대만의 경험과 달리 정권에 대해 큰 불만을 표출하지 않을까. 공산당의 억압적 통치체제 때문이란 분석은 너무 단순하다.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 발전과 정치, 사회적 안정이 담보되는 한 공산당 통치를 지지한다는 ‘중국식 사회계약’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었지만, 시진핑 정부는 주로 지방 도시들과 농촌 지역의 생활 수준 향상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전체 인구 다수의 지지를 얻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겼다. 

따라서 실질적인 후생의 향상을 느끼는 이들은 공산당 체제가 완벽하지 않은 것을 알지만 지지를 거두지는 않는다. 게다가 공산당 체제가 흔들릴 경우 찾아올지도 모르는 혼란은 현재 다수 중국인이 누리는 안정적인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미지의 불안을 떠안기보다는 지금의 안정에 만족하는 것이다.

중국의 한 화장실에 적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규탄 메시지ⓒCitizensdailycn 인스타그램 캡처

‘미지의 불안’보다는 ‘현재의 안정’ 추구 

둘째 이유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조건이 많이 다르다는 데 있다. 한국과 대만은 고도성장의 와중에도 민주화를 이뤘다. 당시 한국과 대만의 권위주의 정권은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청년층은 해외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치적 운동을 전개했다. 1980년대에 연쇄적으로 벌어진 민주화의 물결은 한국과 대만에서도 그 물결에 합류해야 한다는 열망을 자극했고, 미국은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며 권위주의 정권을 계속 압박했다. 

반면 중국에서 비슷한 경제적 조건이 형성됐을 때는 그런 국제적 환경이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 2010년대에는 오히려 민주화를 이룬 국가들, 심지어 서방 선진국에서도 정치적 불안정이 만연하면서 ‘민주주의 회의론’이 널리 퍼져나갔다. 게다가 미국에 크게 의존한 한국, 대만과 달리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과 대등한 독자적 강대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과 대만의 청년이 민주주의를 보편적인 것이라 생각했다면 중국에서는 ‘미국은 미국, 중국은 중국’이라는 인식이 더 흔하다.

셋째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력 신장이 강력한 애국주의를 불러냈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의 많은 청년층은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이미 세계 무대 속 중국의 위상에 강하게 연동되었기 때문에 공산당이 그런 과업을 수행해줄 최적의 정치집단이라고 신뢰하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를 검토해 보면, 사실 중국의 청년층이라고 해서 공산당에 관한 태도가 그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중국에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탕핑(躺平, 납작하게 눕다)을 비롯한 자포자기의 언어가 퍼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쟁 사회에 대한 피로감과 미래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안 호소가 마치 한국과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주로 경제적으로 가장 앞서는 대도시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오히려 많은 이가 소분홍(小粉紅)이라는 온라인 애국주의 활동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니 아마 지정학적으로 분리된 동아시아의 청년들은 당분간은 이런 이유들로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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